부고알림에 종교예식까지.. 한국엔 없는 영국의 무연고장례 셋

박진옥 2022. 8. 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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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나서서 하는 장례 절차 세가지.. 한국과는 달리 장례참여 가능

[박진옥 기자]

 무연고로 돌아가신 분의 공영장례를 치르는 모습(자료사진).
ⓒ 홈리스행동
 
영국 지방정부는 무연고사망자를 위해 '공중 보건 장례'(Public health funerals)를 지원한다. '공중 보건 장례'의 모범 사례 지침(Public health funerals: good practice guidance)에 따라 진행되는 영국 무연고 장례 절차는 한국의 무연고 장례와 다른 세 가지가 있다.
     
부고 게시, 고인을 애도할 수 있도록

첫째, 영국 지방정부는 '부고(訃告)'를 게시한다. '부고(訃告)'는 친척과 주변 지인들에게 죽음을 알리는 것으로 장례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절차다. 이를 통해 고인을 알고 있던 사람들이 장례에 참여할 수 있고,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함께 고인을 애도할 수 있게 된다.

영국 지방정부는 지방정부의 웹사이트에 무연고사망자 부고를 게시해서 가족과 지인의 공개 참석을 허용한다. 만약 가용 예산이 있다면 장례 시간과 장소 등 세부 사항을 지역 신문 부고란에 알리기도 한다. 이를 통해 참석을 원하는 친구나 지인이 일정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안타깝지만, 보건복지부의 장사업무 안내 '무연고 시신 등의 장사 매뉴얼'에는 장례 시간과 장소 등에 대한 부고 게시 지침이 없다. 다만, '시신 처리' 후에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때에만 지자체 웹사이트와 신문 등에 '무연고사망자 공고'를 통해 연고자가 고인의 유골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장례를 위한 '부고'가 아닌 사후의 '공고'다.

상황이 이러하니 지자체에서는 무연고사망자의 장례 부고를 게시하지 않는다. 다만, 서울시의 경우 무연고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나눔과나눔>이 장례지원 일정 안내 웹페이지(바로가기)에, 그리고 장애인 언론 〈비마이너〉가 부고 웹페이지(beminor.com)에 서울시 무연고사망자 장례 부고를 게시하고 있을 뿐이다.

이 부고를 보고 지인들이 무연고 장례에 참여하기도 하고, 뒤늦게 지인과 가족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되기도 한다. 가끔은 소식이 끊어진 친구의 이름을 발견하고 혹시 무연고사망자가 된 것은 아닌지 문의하기도 한다.

종교예식 제공
 
▲ 장애인 언론 <비마이너> 부고 웹페이지 장애인 언론 <비마이너>는 서울시 무연고사망자의 부고를 웹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 비마이너
 

둘째, 영국 지방정부는 고인의 종교 또는 비종교적 신념에 따라 간단한 예식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고인의 종교와 신념에 따라 관련 단체의 대표자나 집례자가 참석하도록 하고 합리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요구사항이나 의식을 지원할 수 있다.

지난해 서울시의회는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 일부를 개정해서 서울시 공영장례에서 고인의 종교 등을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서울시 공영장례에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의 종교예식이 지원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제도적으로 종교예식을 지원할 수 있게 개정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공영장례 조례가 없는 지자체 또는 조례가 있어도 실질적으로 장례식이 지원되지 않은 지자체에서의 무연고사망자 장례 종교예식 지원은 언제쯤 실현될 수 있을지 요원하기만 하다.

가족과 친구의 장례참여와 유골 인수

셋째, 영국 지방정부는 가족과 친구의 장례참여와 유골 인수를 허용한다. 그리고 장례에 참여한 가족과 가까운 친척 또는 친구가 추가 비용 없이 장례식에서 고인을 위해 곡을 연주하거나 조사 등을 낭독할 수 있다. 장례 후에 만약 화장한 고인의 유골 인수를 원한다면 반환받을 수 있고 시신을 매장했는데 만약 가족과 가까운 친척이 작은 기념 조각을 놓거나 묘비를 원한다면 이 또한 허용한다.

영국의 무연고 장례는 재정적 어려움 등으로 장례를 하지 못하는 가족과 가까운 친척 또는 친구 등의 애도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장례를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장례식 참여뿐 아니라 장례식에서의 애도 방식의 선택, 유골 반환, 묘비 설치도 가능하다.

만약 한국에서 고인의 연고자가 이러한 것을 요청했다면 이에 대한 대답은 영국과 사뭇 달랐을 것이다. 우선 장례참여부터 보장되지 않는다. 이는 부고가 없기 때문이다. 시신을 위임한 가족에게조차도 장례가 언제인지 부고를 알리지 않는다. 하물며 고인을 위한 장례식의 준비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리고 연고자가 있는데 시신을 위임하면 봉안하지 않고 뿌리는 방식으로 마무리하게 되어 있다. 친구는 연고자가 아니기 때문에 화장 후 유골 반환 자체가 불가능하다. 현재 무연고사망자를 매장하는 지자체의 경우 제대로 된 명패와 표지조차 없는 현실에서 묘비를 세우는 것은 더욱 상상하기 어렵다.

애도받을 권리, 애도할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

영국의 무연고 장례에는 한국에 없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부고를 게시하고 둘째, 고인 종교에 따른 종교예식을 제공하며 셋째, 가족과 지인들이 장례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세 가지는 장례에 있어 고인을 애도하기 위해 필수적이고 당연한 것들인데도 한국의 무연고사망자 장례에는 없다.

모든 사람의 애도 받을 권리와 애도할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연고사망자 장례에서도 필수적이고 가장 기본적인 장례 절차는 반드시 포함되어야만 한다. 그렇게 할 때 모든 사람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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