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비판 기고글이 외신 둔갑? 당사자가 '조선'에 묻는다

최승환 2022. 8. 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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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 똑같은 방식의 외신보도가 <조선일보> 에도 게재.. 이중잣대

[최승환 기자]

 지난 7월 31일 <조선일보> 온라인판 국제면에 실린 "'오마이 시민기자'의 尹비판 블로그글, 국내서 '외신'으로 둔갑한 사연"
ⓒ 조선일보
<조선일보> 최혜승 기자님, 저는 미국 시카고에 있는 일리노이주립대학교 정치학과에서 2004년에 교수로 임용된 후 18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하고 있는 최승환 교수입니다. 현재는 종신교수로 재직 중이며 교수직을 내려둘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학문연구에 매진하려고 합니다.

최근 저희 학과에서 교수들이 80세가 훨씬 넘어 은퇴하는 것을 볼 때, 저의 연구 결과물인 외부 기고문을 최 기자님이 앞으로도 종종 대하게 될 것 같은데 일부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연구중심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저는 개인적으로 언론기고문을 중요한 학문적 업적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올해 초 부터 대학 측에서 학교 홍보 차원에서 교수들에게 외부기고문 쓰기를 장려하고 업무수행평가에 반영하고 있어서 저의 연구 결과물의 일부를 기고문 형식으로 바꾸어 보고 있습니다.

저는 저의 기고문들을 미국과 한국에 소재하고 있는 매체에 투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조선일보>를 포함하여 다양한 신문에 투고한 결과, <최보식의 언론> <오마이뉴스> <한겨레> <코리아헤럴드>에서 저의 분석과 의견을 담은 글들을 감사하게도 실어 주었습니다.

최 기자님은 제가 미국에서 발간되는 외교안보매체인 <내셔널인터레스트>에 기고한 "조 바이든은 한국의 인기 없는 대통령을 자신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까?"라는 글이 국내 여러 언론매체에 소개되고 인용되는 과정에서 외신으로 보도한 것은 마치 잘못인 것처럼 기사를 썼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교육받고 자랐지만 현재는 미국 시민권자입니다. 미국 시민이며 동시에 학자인 저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국익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의 한 부분을 <내셔널인터레스트>에 기고문 형식으로 투고하여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기고문을 한국에서 소개하거나 인용할 경우 "외신"으로 보도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이중잣대
 
 지난 7월 24일 미국의 <내셔널인터레스트>에 실린 "조 바이든은 한국의 인기 없는 대통령을 자신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까?"
ⓒ 내셔널인터레스트
최 기자님이 속한 <조선일보>에서도 해외에서 미국인이 쓴 기고문을 "외신"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많은 예가 있지만 시간 관계상 두 가지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워싱턴 특파원인 이민석 기자가 <조선일보> 국제면에 보도한 "美서 또 나온 한국 핵무장론…'국제사회도 용인할 것'"을 살펴보면 다름과 같은 문장이 나옵니다.
 
"미 케이토(CATO) 연구소의 더그 밴도 선임연구원은 이날 외교·안보 전문 잡지 내셔널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어 약속 및 핵우산 공약이 미국에 이익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며 '미국이 한국을 대신해 핵전쟁을 치르겠다고 약속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조선일보>는 국제면에서 더그 밴도 선임연구원이 <내셔널인터레스트>에 쓴 기고문을 외신으로 보도하였습니다. 더그 밴도 선임연구원도 저와 같은 미국인이며 동시에 미국의 국익과 안보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입니다.
둘째,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이 <조선일보> 오피니언면 조선칼럼에 쓴 "美 전술핵, 한반도 배치 필요하다"도 아래와 같이 <내셔널인터레스트>에 쓰인 기고문을 외신으로 보도하였습니다.
 
"로버트 매닝 연구원은 외교전문저널인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핵문제는 해결책(solution)은 없으나 관리는 할 수 있다"고 했고."

로버트 매닝 연구원도 저와 같은 미국인이며 동시에 미국의 안보 문제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입니다.

저는 여기서 최 기자님께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어떻게 해서 <조선일보>가 <내셔널인터레스트>에 쓴 기고문을 외신으로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없고, 다른 언론매체들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외신이 될 수가 없다는 뜻인지요? 

예를 들어 <노컷뉴스>에서 저의 <내셔널인터레스트> 기고문을 인용하는 것이나 <뉴시스>에서 제가 쓴 기고문의 전문을 번역해 소개한 것을 왜 외신으로 볼 수가 없다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어불성설의 이유

또한, 최 기자님은 제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기 때문에 제가 <내셔널인터레스트>에 쓴 기고문은 외신이 될 수 없다고도 지적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많은 시민들이 기자라는 특권의식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의견들을 표출하고 조정하는 곳이 <오마이뉴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마이뉴스>는 시민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이며 한국 국민도 아닌 제가 시민기자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겐 과분하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시민 풀뿌리 민주주의의 한 사람인 시민기자로 <오마이뉴스>에서 활동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제가 <내셔널인터레스트>에 쓴 기고문인 "조 바이든은 한국의 인기 없는 대통령을 자신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까?"가 <오마이뉴스>에서 제가 시민기자 신분으로 출판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내셔널인터레스트>에 실린 제 기고문 말미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신분이 아니라 "Seung-Whan Choi teaches International Relations and Korean politics at the 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최승환 교수는 시카고에 있는 일리노이주립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과 한국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다)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조선일보> 웹사이트에는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교수가 쓴 조선 칼럼 14편이 실려있다.
ⓒ 조선일보
<조선일보>에는 조지타운대학교 교수 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교수인 빅터 차가 쓴 14편의 조선 칼럼이 실려있습니다. 빅터 차 교수가 <조선일보>에서 하고 있는 활동은 제가 <오마이뉴스>에서 하는 활동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빅터 차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글들을 써 왔고 저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밝혔듯이 문재인 정부 당시 저는 언론매체에 기고문을 게재하는 것이 연구중심대학 교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어쨌든 제가 최 기자님의 기사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조선일보>는 빅터 차 교수가 미국 매체에 투고하여 출판한 기고문을 외신으로 보도하여 왔습니다. 이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면 제가 <내셔널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도 외신으로 보도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까요?

<조선일보>의 이중성은 귀사의 편집국 에디터인 윤희영씨가 오피니언면 전문가칼럼에 쓴 "중국이 북한을 버릴 수 없는 이유"에 더욱 잘 나타나 있습니다. 윤희영 에디터는 한국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러시아 출생의 북한학자가 <내셔널인터레스트>에 쓴 기고문을 외신으로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 관련 몇몇 주요 목적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다(consistently pursue several major goals).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이를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내용이다."

성공적인 대통령직을 수행하기를

포털에 실린 최 기자님 기사에 달린 댓글들도 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의견도 밝혀봅니다. 우선 많은 댓글을 통해 저와 제 기고문을 소개한 매체들에 긍정적인 의견을 주신 분들께 짧게나마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제게 부정적인 의견들을 살펴보니 세 가지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첫째, 제가 이재명 지지자라서 윤석열 대통령을 음해하려고 글을 쓴다는 것입니다. 저는 미국과 한국의 정치 현상을 연구 분석하는 학자이지 이재명 지지자가 아닙니다.

제가 이재명 지지자라면 윤석열 후보가 전 국민이 지켜보는 TV토론에서 저를 폄훼하였을 때, 이재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자고 부추겼을 때, 이재명 후보의 승리에 도움이 되기 위하여 윤 후보를 고소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정치인이 아닌 학자이기에 정중히 거절하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재명 지지자들이 자신들의 성명서에 제 이름 올려주기를 요청하였지만 저는 이재명 지지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칼에 거절하였습니다.

제가 미국의 정치전문매체인 <더힐>에 쓴 글들은 미국의 국익 보호라는 관점에서 두 명의 후보자를 비교하였을 때 이재명 후보가 미국 입장에서 더 적합하다는 의견에 도달한 것이지, 처음부터 이 후보를 올리거나 윤 후보를 깎아내리려고 쓴 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학자로서 정치 현상을 객관적인 사실과 자료에 근거하여 그러한 결론에 도달했을 뿐입니다.

둘째, 제가 '빨갱이'라서 자꾸 왼쪽으로 치우친 글을 쓴다는 것입니다. 저를 빨간색으로 칠하고 싶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제가 <최보식의 언론>에 쓴 기고문인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독자적인 핵 개발에 나서야 하는 이유"를 읽어 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만일 이 기고문을 읽고 난 후에도 제가 빨갱이라고 생각한다면 저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독자적인 핵개발에 나서야 하는 이유"라는 저의 기고문을 실어 주지 않은 <조선일보>가 빨갱이라고 생각됩니다. 왜냐구요? 이 기고문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북한과 중국으로 부터 지켜낼 수 있는 비책이 담겨있는데 <조선일보>는 국가안보에는 관심 없는지 제 투고문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니까요. 다행히 <조선일보>에서 33년간 일하고 작년 1월에 퇴직한 최보식 기자의 안목으로 <최보식의 언론>에 제 글을 게재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 제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기 위하여 글을 쓴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학문하는 즐거움에 하루하루의 행복을 느끼는 학자이지 윤석열 대통령을 떨어뜨리고 정권을 잡으려는 정치인이 아닙니다.

사실 저는 이미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독자적인 핵개발에 나서야 하는 이유"라는 기고문을 통해 윤 대통령이 어떻게 안보의 초석을 놓는 비전 있는 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되고 높은 지지율로 퇴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정책적 조언을 하였습니다. 저는 윤 대통령이 '미국의 시각이 아닌 한국의 시각에서' 제가 쓴 기고문을 읽어보고 올바른 선택을 하여 성공적인 대통령직을 수행하기를 빕니다.

마지막으로 최 기자님 기사에 달린 한 분의 댓글을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맺겠습니다.

"진정으로 (윤석열) 정부를 아낀다면 덮으려고만 하지 말고 (최승환의) 기고문 내용 어디가 틀렸는지 분석해서 반박해야지 물타기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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