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태극마크 달자던 약속 지킨 두 제천 사나이

김효경 2022. 8. 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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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임동혁(왼쪽)과 임성진.

제천 사나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키워온 꿈을 이뤘다. 23살 동갑내기 임동혁(대한항공)과 임성진(한국전력)이 함께 국가대표로 코트를 누볐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남자 배구 대표팀은 3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 챌린저컵 3,4위전에서 체코에 세트 스코어 3-2(25-19, 25-16, 24-26, 23-25, 22-20)로 승리했다. 아쉽게도 대회 우승컵을 놓쳐 내년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출전권은 놓쳤지만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날 가장 돋보인 선수는 아포짓 임동혁이었다. 임동혁은 지난 8강과 4강에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같은 포지션의 허수봉(24·현대캐피탈)이 맹활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코전에선 임동혁에게 기회가 왔고, 잘 살렸다. 양팀 통틀어 최다인 33점을 올렸다. 서브에이스도 4개나 올렸다.

임동혁이 주연이라면 임성진은 특급 조연 역할을 했다. 이번 대회 처음으로 선발 출전해 리시브와 공격, 모두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13득점. 경기 뒤 임도헌 감독은 인터뷰장에 나란히 앉은 둘을 보면서 "이들과 허수봉, 임성진 등 98, 99년생들이 황금세대가 아닌가 싶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임성진은 "스트레칭 할 때 정신이 없었다. 동혁이가 경험이 있다 보니 중간중간에 힘도 주고 얘기도 하면서 긴장을 풀어줬다"고 웃었다.

체코와 3,4위전에서 공격을 성공한 뒤 포효하는 임동혁. [연합뉴스]


임동혁과 임성진은 충북 제천 출신이다. 제천의림초-제천중-제천산업고까지 초중고를 모두 같이 다녔다. 평소에도 전화로 배구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비시즌 때는 배구 이야기를 하지 않는 절친이다. 유스 대표팀과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리베로 박경민(현대캐피탈)까지 함께 활약했다. 2017년 19세 이하 세계선수권에선 4강 진출 신화를 썼다.

고등학교 때 최연소 국가대표가 된 임동혁은 곧바로 프로에 갔고, 임성진은 성균관대로 진학하면서 둘의 진로가 갈렸다. 그리고 프로 2년차 시즌을 마친 임성진이 이번 챌린저컵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함께 배구를 한 지 10년이 넘어서 마침내 국가대표로 함께 코트를 누비게 됐다.

임성진은 "고등학교 때부터 청소년 대표를 함께 했는데, 그 때도 '성인 대표팀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이파이브를 하는데 예전에 했던 말들이 생각나더라. 앞으로 같이 오래 배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동혁도 "옛날 생각이 나서 좋았고, (박경민까지)셋이 함께 하니 편했다. 성인 대표팀에서 계속 같이 뛰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7월 28일 열린 챌린저컵 호주전에 출전한 임성진. [사진 대한민국배구협회]

남자 배구 대표팀은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올림픽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VNL 출전권을 얻지 못하면서 2024년 파리 대회도 사실상 나갈 수 없게 됐다. 올림픽 4강 신화를 이끈 여자 배구가 인기를 누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여전히 세계 배구와 격차가 크고, 시스템도 뒤떨어져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은 가능성을 봤다. 이날 경기엔 뛰지 않았지만 정지석, 나경복은 이제 대표팀 주축으로 성장했다. 세터 황택의도 붙박이로 소집된다. 99년생 트리오와 허수봉까지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모처럼 열린 국제대회에 3000명이 넘는 팬들이 찾아와 환호성을 질렀다. 선수들도 활화산 같은 열기에 미소를 지었다.

임동혁은 "한 점 한 점 올릴 때마다 팬들의 함성과 열기가 느껴졌다. 소름이 돋았다. 국내에서 국제대회에 나선 게 처음인데, 정말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임성진도 "이 정도일 줄 몰랐다. V리그 7개 구단의 모든 팬들이 한 곳에 모였다. 좋은 경험이고 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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