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수출코리아]긴축·코로나 봉쇄에 꺾인 수출..中 대신 아세안 향했다

세종=권해영 2022. 8. 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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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美 등 주요 5개국 수출 둔화..EU도 부진
베트남 등 아세안 수출 30.6% ↑
전문가 "대외경제 여건 악화"..하반기 둔화세 가속화 우려

[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하반기 시작인 7월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에도 불구하고 빛이 바랜 것은 1년 전(25.5%)보다 확 꺽인 성장세에 있다. 이미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최대 수출 5개국 가운데 중국, 미국, 베트남, 일본은 증가세가 꺾였고 홍콩은 수출이 쪼그라드는 등 역성장했다. 그나마 아세안(ASEAN) 지역 수출이 30% 늘어나며 선방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미국 등 주요국 통화 긴축,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로 글로벌 경기 후퇴 조짐이 본격화하면서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 성장세 둔화는 하반기 더욱 가속화될 공산이 커졌다.

◆5대 수출국 성장세 모두 둔화…빨간불 켜진 中=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 최대 시장인 대(對) 중국 수출은 전월 대비 2.5% 감소한 132억4000만달러를 기록해 6월(-0.8%)에 이어 두 달 연속 역성장했다. 지난해 7월엔 수출 증가율이 15.7%에 달했지만 1년 만에 쪼그라든 것이다. 대중 수출이 이처럼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은 되레 늘고 있어 대중 무역수지가 지난 5월부터 3개월 연속 적자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그나마 지난달 미국, 유럽연합(EU)과 아세안의 수출은 늘었지만 이 역시 1년 전보다 증가율은 하락했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 5개국을 살펴보면 성장세 둔화는 이미 상반기 시작됐다. 대중 수출은 올해 1~6월 누적 790억달러로 전년 동기(742억달러, 6월25일 기준) 대비 6.5% 증가했다. 지난해 수출 증가율(24.2%)은 물론 상반기 전체 수출 증가율(14.7%)도 밑돈다. 홍콩은 더 심각하다. 올 상반기 수출액은 141억달러로, 1년 전보다 15.8%나 쪼그라들었다. 미국은 524억달러, 베트남은 308억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수출이 각각 16.9%, 22.2% 늘었다. 중국과 비교하면 선방했지만 수출 증가율은 전년(미국 33.9%, 베트남 22.9%) 대비 꺾였다. 대 일본 수출은 10.8% 늘어난 155억달러로 역시 지난해(11.2%)와 비교하면 성장세가 둔화됐다.

특히 우리 수출에 직격탄을 날린 중국의 경우 우리 전체 수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상반기 25.2%에서 올해 상반기 23.4%로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상위 10개 수출품목 중 6개는 올 상반기 수출이 줄었다. 반도체(28.7%)는 수출이 증가했지만 디스플레이(-2.5%), 경유(-82.4%), 화장품(-20.7%), 반도체제조용장비(-40.0%), 무선통신기기부품(-86.9%), 기타정밀화학연료(-0.4%) 등은 감소했다. 코로나19 봉쇄로 중국 경제 성장률이 2분기 0.4%에 그친 데다 중국 기술 자립에 따른 중간재 수입 비중 축소, 한국의 점유율이 적은 소비재 시장 확대, 궈차오(애국소비) 열풍, 수입 시장 내 대만 점유율 증가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 EU 수출도 부진…美·베트남 의존도↑= 우리나라 전체 수출 시장에서 미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지역의 비중은 확대됐다. 미국은 지난해 상반기 15.2%에서 올해 상반기 15.5%, 베트남은 같은 기간 8.6%에서 9.2%로 점유율을 높였다. 특히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지역은 상반기 수출이 30.6%나 늘면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4%에서 18.6%로 올라갔다.

우선 미국은 승용차(-23.1%), 무선전화기(-64.0%) 수출은 감소했고 반도체(21.1%), 자동차 부품(12.8%), 전산기록매체(72.6%), 제트유 및 등유(93.8%), 축전지(34.7%) 등의 수출이 증가했다. 베트남은 무선통신기기부품(-20.7%)은 줄어든 반면 반도체(43.6%), 디스플레이(29.7%), 경유(549.5%), 합성수지(31.5%)는 크게 늘었다.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도 수출이 각각 31.4%, 67.8%, 31.2% 급증하며 30%대가 넘는 아세안 지역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통화 긴축 여파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유럽 수출은 중국 못지 않게 부진했다. 대 EU 수출은 상반기 6.8% 증가하는 데 그친 327억달러 규모를 기록했고, 이에 따라 EU 수출 비중도 지난해 10.4%에서 올해 9.7%로 감소했다. 유럽의 경우 최종재 수출 비중이 40% 가량으로 높아 현지 시장의 내수 경기, 성장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통화 가치가 약세임에도 불구하고 수출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은 대외 경제 여건이 그만큼 악화됐다는 뜻"이라며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이 떨어지고 있어 당분간 수출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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