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아진 지갑에 '밥값 짠테크'..2000원대 도시락 돌아왔다

임춘한 2022. 8. 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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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런치플레이션 심화
편의점 도시락 매출 고공행진
오피스·대학가 상권서 '급증'
5000원 미만 구매 증가

[아시아경제 임춘한 기자] 서울 강남구 직장인 조모씨는 점심시간마다 편의점으로 향한다. 여름 대표 점심 메뉴인 냉면 한 그릇만 사 먹으려 해도 1만6000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은 식당에 가기가 무서울 정도"라며 "제 월급만 빼고 다 오른 것 같다. 주말 하루 데이트 비용만 해도 10만원은 드는데 평일 점심 값이라도 어떻게든 아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최근 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지갑이 얇아지자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소비 지출을 적극적으로 줄이려는 이들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5000원 미만의 도시락이 많이 구매됐다.

1일 CU에 따르면 전체 도시락 매출 중 4000원 미만 비중은 2020년 7월 10.4%에서 올해 7월 11.8%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00원 이상 5000원 미만은 65.5%에서 67.3% 늘었다. 반면 5000원 이상은 24.1%에서 20.9%로 감소했다. 이는 젊은층 사이에서 온종일 한 푼도 쓰지 않고 버티는 ‘무지출 챌린지’가 확산되면서 점심시간 식비부터 아끼려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마트24에서도 가격대별 도시락 판매 비중을 분석한 결과,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전체 도시락 매출 중 4000원 미만은 지난해 7월 3%에서 올해 7월 5%로 증가했다. 4000원 이상 5000원 미만은 87%에서 86%로, 5000원 이상은 10%에서 9%로 감소했다.

편의점 CU에서 직장인들이 도시락을 구매하고 있다.

가격대별 도시락 상품 수도 5000원 미만이 압도적이다. 소비자들이 도시락을 선택하는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5000원이기 때문이다. 현재 CU는 4000원 미만 4종, 4000원 이상 5000원 미만 15종, 5000원 이상 9종의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GS25는 4000원 이상 5000원 미만 11종, 5000원 이상 6종을 취급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4000원 미만 1종, 4000원 이상 5000원 미만 14종, 5000원 이상 6종을 판매 중이다. 이마트24는 4000원 미만 2종, 4000원 이상 5000원 미만 30종, 5000원 이상 3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들은 고물가 시대에 발맞춰 저렴한 도시락을 확대하고 있다. CU는 초저가 도시락으로 요리연구가 백종원과 손잡고 청양 어묵 덮밥, 소시지 김치 덮밥 등 2종을 2900원에 선보였다. 지난해 편의점 도시락의 평균 가격은 4500원 수준으로 CU를 기준으로 2000원대 도시락이 출시된 것은 약 3년 만에 처음이다. 세븐일레븐은 김치제육 덮밥 도시락을 3900원에 내놓았다. 이 상품은 제육볶음의 매콤달콤한 맛과 김치의 아삭하고 시원한 맛의 조화가 특징으로, 초가성비로 한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이마트24는 새콤달콤유부초밥을 25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콩으로 만든 유부피와 밥맛이 좋은 추청미를 사용했다. 추억의 도시락은 4000원으로 둥근햄, 계란말이, 오뎅, 제육고기, 김치, 김 등 전통 반찬으로 구성했다.

실제 런치플레이션(런치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현상이 심화되면서 편의점 도시락 매출은 고공행진 중이다. CU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8일까지 전체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GS25에서는 50.4%, 세븐일레븐에서는 40%, 이마트24에서는 49% 늘었다. 특히 오피스가와 대학가 상권에서 도시락 매출이 급증했다. CU에서는 오피스가에서 35.6%, 대학가에서 39.4% 매출이 뛰었다. GS25에서는 오피스가에서 31.6%, 대학가 36.1% 늘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외식 가격 오름세가 이어짐에 따라 가성비 점심을 선호하는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보고 있다"며 "앞으로도 알뜰한 소비를 하는 고객들의 수요에 맞춰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기 위한 상품군을 지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에서 저렴한 도시락을 찾고, 마감할인을 이용하는 등 짠테크를 하는 것은 현재 가계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고물가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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