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상(巨商)의 어깨' 필요한 자영업 시장

노승욱 2022. 8. 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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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은퇴한 전직 대형마트 임원이 마케팅 전략을 코칭해주셨어요. 그런데 장사를 안 해보신 분이라 크게 와닿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최근 만난 한 자영업자 부부가 들려준 얘기다. 부부만의 얘기가 아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자영업 컨설팅 지원 사업 대부분은 은퇴한 은행 지점장, 대기업 임원 등이 컨설턴트로 투입된다. 장사를 안 해본 이가 컨설팅을 하니 실효성이 높을 리 없다. 매경이코노미가 자영업자 100명에게 설문한 결과, ‘가장 효과적인 자영업 지원책’으로 컨설팅·상담을 꼽은 비율은 5%에 불과했다.

민간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만나게 해준다’는 네이버 엑스퍼트의 경우, 오프라인 자영업 분야에 등록된 전문가 태반이 가맹거래사다. 가맹거래사는 프랜차이즈 본부 설립, 정보공개서 작성, 분쟁 조정 등이 주 업무지, 창업 컨설팅이 본령은 아니다. 창업 컨설팅 전문 기업은 더 심각하다. 가게 인수자에게 권리금을 뻥튀기해 수수료를 떼먹는 창업 브로커인 경우가 많다. 결국 정부와 대기업이 주선해준 컨설턴트 중 ‘진짜 자영업 전문가’는 거의 없는 셈이다.

해법은 없을까.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점주 컨설턴트’에 힌트가 있다. 실제 동일 업종에서 성공한 ‘장사 선배’가 후배 자영업자를 코칭해주는 것이다.

아이작 뉴턴은 “내가 더 멀리 봤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업적은 선배 과학자들이 대물림해준 축적된 지식 덕분이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올라설 거인의 어깨가 없다. 성공 노하우를 후대에 전하는 ‘거상(巨商)의 어깨’가 필요하다. 정부는 일자리 사업으로 변질된 어설픈 ‘선무당 컨설턴트’ 대신, 실제 현장에서 역량과 의지가 있는 장사 고수를 발굴, 육성해 진짜 컨설팅을 지원해야 한다.

[노승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0호 (2022.08.03~2022.08.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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