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줄사퇴, 이준석·권성동 '일타쌍피' 한 것"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2022. 8. 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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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조대원 전 자유한국당 고양정 당협 위원장

[이영광 기자]

지난 7월 29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28%를 기록했다. 임기 80여 일 만에 30%선 마저 무너진 것이다(한국갤럽이 지난 7월 26~28일 조사해 29일 발표한 결과. 전국 성인 10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그러자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신없이 돌아갔다. 29일 배현진 의원이 사퇴한 데 이어 31일 조수진 의원마저 사퇴하자 권성동 원내대표도 대표 직무대행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위기의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에 대해 지금 상황 조대원 전 자유한국당 고양정 당협 위원장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7월 31일 전화 연결해 의견을 들어 보았다. 다음은 조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권성동 문자 유출, 정권 말기적 현상"
 
 조대원 전 자유한국당 고양정 당협위원장
ⓒ 조대원
 
-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을 겸직했던 권성동 원내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되며 논란이 있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만약 윤석열 정부가 정말 불행한 결말을 맞게 된다면 저는 그 시작점이 권성동 원내대표의 문자 유출 사건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 정도로 이건 큰 권력 누수 현상이고 어떻게 보면 정권 말기적 현상이라고까지 할 수 있어요."

- 임기 초반인 지금, 정권 말기에 나타나는 권력 누수 현상이라 보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결국 대통령제 아래에서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권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집권당에서 윤핵관과 이준석 대표의 갈등이 벌어졌고, 권성동 의원이 대통령 이름이 적힌 문자까지 유출함으로써 취임 이후 지속적, 반복적으로 대통령의 권위와 신뢰를 추락시켰어요. 그러니 대내적으론 대통령의 영향력이 당내에서 잘 먹히지 않고, 대외적으론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최초 계획했던 비전과 정책을 실행할 동력이 사라지게 되었지요. 취임 3개월차의 가장 힘 있는 대통령을 앞에 놓고 당 대표와 정권 실세들이 이렇게 대놓고 권력 싸움을 했던 적이 언제 있었던가 싶어요. 권력 누수가 아니라면 대통령 무서워서라도 이럴 수는 없는 거예요.

- 윤 대통령은 권성동 원내대표와의 텔레그램에서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고 했어요. 이준석 대표 징계에 윤심이 작용했을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는 않아요. 윤리위원들은 모두 이준석 대표가 임명한 사람들이잖아요. 처음엔 그 사람들도 어떻게든 이준석 대표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하나둘 정황증거들이 드러나면서 그럴 수 없는 상황으로 계속 사건이 전개됐어요. 그래서 지금 유승민, 김세연, 하태경 의원 같은 사람들도 징계의 숨은 의도와 과정은 비판해도 '없는 죄를 만들어서 덮어씌웠다'라고는 단 한 사람도 말을 못 하는 거예요. 경찰 조사 결과 이준석 대표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이 나면 '거짓말한 범죄자'를 옹호한 셈이 되거든요. 이 대표는 대전에서 '결코 아무 일 없었다'고 주장을 해도, '정말 그럴 거야'라고 확신을 갖는 당원들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만은 분명해 보여요. 윤리위원들도 이런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고요."

- 대선과 지선 승리에 이준석 대표 공이 컸다고 보는 평가가 많은데 윤 대통령 측은 그렇게 안 보는 거 같거든요. 중립적인 입장에선 어떻게 보세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이준석 대표의 도움을 받은 게 분명한 객관적 사실이죠. 그런데 인간사에서 도와준 사람은 실제로 도운 양보다 더 많이 도왔다고 여기며 자기 공을 더 크게 인정받고 싶어 해요. 반면 도움 받은 사람은 일단 이루고 나면 다 자기 스스로 이뤘다고 여기고요. 과거에 도와준 사람이 자꾸 '옛날에 내가 너 엄청 도와줬잖아. 나 없었으면 넌 지금 그 자리 못 갔어'라고 하면 처음에는 고맙다가도 나중엔 그게 귀찮고 짜증 나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기가 받은 실제 도움보다 그걸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죠. 현재 이준석 대표와 가까운 사람들은 '이준석 없었으면 윤석열 대통령도 없었다'라고 믿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 쪽은 '네가 없었어도 어차피 나는 대통령 됐다'라고 여기니 결국 그 갈등이 폭발한 거죠."

-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 문자 공개 파동 후에 이준석 대표가 연속적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있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이준석 대표의 답답한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그런 정치 공세가 현 상황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준석이란 정치인을 좋게 보고 지지했던 사람들이 돌아선 가장 큰 이유가 '피아구분도 없이 쉴 새 없이 조롱과 혐오가 쏟아져 나오는 이준석의 값싼 입' 때문이거든요. 이젠 당내 위치가 저격수나 청년위원장이 아니잖아요. 국민과 당원들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당대표 이미지가 있는데 그걸 벗어나도 너무 많이 벗어났어요. 이준석 때문에 다시는 한국 정치판에서 30대 젊은 당 대표를 보기 힘들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까요.

그리고 이준석 대표가 당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양두구육'이라고 했는데 사실은 이준석 대표를 싫어하는 쪽에서 바라보면 '이준석이 딱 양두구육'이에요. 앞에서 말은 비단결같이 하면서 뒤로는 온갖 짓을 다 했다고 반대쪽 사람들은 믿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철규 의원 같은 사람이 '앙천대소'(하늘을 쳐다보며 크게 웃음)라고 받아치잖아요. 그걸 다시 이준석 대표가 '나즈굴' '골룸'이란 어려운 단어까지 써가며 '이제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했다'고 당내 싸움을 이어가고 있고요. 국민들과 당원들이 바라보면 이젠 이준석이 무슨 말을 해도 지긋지긋하고 신물이 올라오는 수준이 됐는데도 그걸 알아채지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깝죠."

- 차기 여당 대표 후보군 중 이준석 대표가 1위를 기록한 여론조사들도 일부 나오고 있는데요. 

"그게 여론조사의 착시인데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면 이준석 대표가 대통령 측에서 내세우는 후보를 못 이길 거예요. 과거 이준석 대표의 가장 큰 강점은 잠재력과 확장성이었어요. 그런데 당 대표 하면서 잠재력은 다 사라졌다고 봐야 해요. 이미 보여줄 건 다 보여줬으니 더 이상 뭔가 새로운 게 있을 거라고 보기는 어려워졌죠. 게다가 남성 여성 갈라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편 가르며 기성 정치인들보다 더 노회한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줬어요. 더 이상 확장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소리죠. 그러니 지금의 (지지율) 25% 안팎이 딱 최고친데, 거기에는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측과 싸워주니 힘을 보태는 저쪽 당 지지자들의 응원까지 더해져 있어요. 따라서 실제 전당대회에 들어가면 20% 이하로 빠진다고 봐야 해요.

그리고 작년에 야당일 때 원심력을 이용해서 당권을 접수했던 때와는 지금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어요. 대통령이라는 강력한 구심점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을 공격하는 상황을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결코 용납하질 않죠.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힘을 결코 당 대표가 이길 수 없는 구조예요. 민주당만 봐도 '이재명으로는 다음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많음에도 어쩔 수 없이 가장 강력한 구심점인 이재명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거예요. 만약 이준석 대표가 다음 전당대회에 나와서 다시 당선된다면 바로 대통령 레임덕이에요. 국민의힘 당원들과 지지층 입장에선 결코 그런 상황을 용납할 수가 없는 거예요."

"최고위원 사퇴, 이준석·권성동 동시 정리하는 묘수"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7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 배현진, 조수진 최고위원까지 사퇴한 뒤 결국 권성동 의원도 더는 못 버티고 직무대행 역할을 내려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이번 일련의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했다고 봐요. 그게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나온 것일 수도 있고 권성동 정도가 아닌, 진짜 정권을 움직이는 막후 실세 그룹에서 논의 후 최고위원들을 하나씩 힘으로 찍어 누른 결과로 보여요. 배현진 최고위원은 사실 홍준표 대구시장 사람이었다가 윤핵관 쪽으로 넘어온 사람이잖아요. 그러니 정권 실세 그룹에 자신의 충성도를 입증해야 하는 처지였어요. 즉 최고위원 중 가장 약한 고리였던 셈이죠. 그걸 먼저 쳐서 넘어뜨린 후, 끝까지 버틸 기세였던 조수진 수석 최고위원까지 투항시켰다고 봐야 해요.

이게 보기는 간단해도 고도의 전략과 사전 정지작업을 통해 전광석화처럼 결행된 '일타쌍피'거든요. 정권에 가장 큰 부담을 줘온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직무대행을 동시에 정리하는 묘수예요. 최고위원 1등, 2등 당선자가 줄줄이 사퇴함으로써 이준석 대표가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완전히 막아버렸어요. 동시에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이지만 무능해서 더는 앞에 세워 정국을 끌고 가기 힘든 권성동 직무대행도 동시에 정리해버린 거거든요. 누가 이 정도의 정치적 묘수를 냈는지 짐작 가는 인물이 있긴 합니다만 여기까지만 할게요. 아마 그 인물이 당 대표나 비대위원장이 누가 되든 한동안 정권의 막후 실세로 정국을 좌지우지할 공산이 커요."

-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권성동 의원 신임하지 않나요?

"앞에서야 그렇게 말해야지요. 설령 대통령이 쿨하게 넘어가려고 했었어도 정권 실세 그룹에선 아마 큰 충격과 위기감을 느꼈을 거예요. 그래서 이준석, 권성동 두 골칫거리를 동시에 정리하는 걸로 결론을 내린 거고요. 하지만 저는 비대위로 가도 현 위기를 완전히 종식시키기는 어렵다고 봐요. 한 가지 확실한 반등 카드가 있긴 한데 과연 그걸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게 관건이죠.

저는 비대위원장을 유승민 전 의원에게 맡긴다면 현 상황을 획기적으로 반전시킬 거라고 봐요. 유승민 카드는 현 정권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이준석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예요. 사실 이준석 지지율의 뿌리는 바로 유승민이거든요. 유승민 전 의원이 비대위원장직을 통해 다음 대선에 대한 가능성을 이어갈 수 있다면 이준석 대표의 장외 농성을 지지 지원하는 세력의 상당수가 빠져버릴 거예요. 그리고 지금 위기에 빠진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것도 'NO라고 겁 없이 얘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이고요. 따라서 유승민을 잡을 수 있는 용기와 배포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정권의 운명이 달렸다고 저는 보고 있어요."

-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지난달 29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게 가장 최근인데 28%예요. 겨우 임기 80일 지났는데 28%면 이례적이잖아요. 이 흐름 어떻게 보세요?

"아주 심각하죠. 사실 대구 경북 지지율 빼고 나면 대통령 지지율이 더 낮을 거예요. 지지율과 그 추세를 보면 이미 정권 말기에 돌입한 상태예요. 이걸 무시하고 지금처럼 국민 앞에 계속 고개 빳빳이 쳐들고 우기면 이젠 바로 레임덕이에요. 대통령과 대통령실 사람들이 '일희일비하지 않고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말은 했지만 아마 속은 시커멓게 타고 있을 거예요."

- 윤 대통령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했는데요.

"그 워딩도 잘못됐다고 봐요. 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국민 마음을 정교하게 읽었다면 '국민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국민의 마음을 잘 읽지 못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그동안 국민께서 지적하신 부분들을 고쳐가겠습니다'라고 해야죠.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가 '인사가 잘못됐다 21%' '경험·자질 부족, 무능함 8%' '경제, 민생을 챙기지 않는다 8%' '독단적이다 8%' '소통 미흡 6%' '전반적으로 잘못했다 5%'이에요. 결국 국민 말 안 듣고 국민이 반대하는 인사를 하면서도, 과거 사례 들먹이고 이미 대선 져서 망해버린 지난 정권 탓하면서 국민을 상대로 우기고 대드니 화가 났다는 거예요.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하니 국민들이 '지금 우릴 놀리냐!'며 분노하는 거고요."

- 가장 큰 문제가 인사 같은데 인사는 어떻게 보세요?

"자꾸 '문재인 정부 때는 더 하지 않았냐'고 하는데 그게 국민들이 봤을 때는 참 구차해 보이는 소리거든요. 예전 문재인 정권 때 제가 민주당 정치인들과 토론하면서 문 정권의 잘못을 지적하면 '이명박근혜 때는 어쨌는데?' '탄핵받은 정부 물려받아 아직도 힘들게 수습 중'이라고 핑계를 댔어요. 그게 정말 구차하고 뻔뻔하고 못나 보였거든요. 국민의 90%가 촛불 들고 지지해서 세워준 정부라면서, 그것도 연이은 선거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밀어줬음에도 딱 5년 만에 막을 내린 이유가 뭐겠어요? 지금 윤석열 정부가 그 길을 똑같이 걸어가고 있는 거거든요.

상대 당 공격하고 과거 정부 탓하면서 시간 보내면 극렬 지지층들은 열광할지 몰라도 상식을 갖고 현실을 살아가는 다수 국민들은 곧바로 등을 돌려요. 국민은 늘 더 큰 권력을 가진 쪽에 더 큰 책임을 물어왔거든요. 그러니 지금이라도 사람을 쓰는 기준과 폭을 대폭 넓혀야 해요. 입안의 혀처럼 구는 사람이 아니라 내 눈에 거슬리고 내 귀에 쓴소리하는 사람들을 이 악물고 찾아서 등용해야 해요. 그래야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고 정권을 성공시킬 수가 있어요. 그렇게 변화된 대통령의 결심과 변화된 인사 기준을 국민께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유승민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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