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수출코리아]에너지값 치솟자..韓 성장엔진도 '휘청'

세종=이준형 2022. 8. 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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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한국 경제 '성장엔진'인 무역에 비상등이 켜졌다.

무역수지는 올 들어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하며 2008년 이후 14년만에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무역수지는 올 4월 적자로 돌아선 후 지난달에도 46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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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에너지 수입 185억달러..전년比 90.5% 증가
4개월 연속 무역적자..2008년 금융위기 후 14년만
하반기 개선 여지 낮아..내년 무역수지도 낙관 힘들어
산업장관 "상황 엄중하게 인식..이달 중 수출대책 발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에너지 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한국 경제 ‘성장엔진’인 무역에 비상등이 켜졌다. 무역수지는 올 들어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하며 2008년 이후 14년만에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1300원을 넘나드는 등 고환율 상황도 무역적자를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어 올 하반기 대외 여건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에너지 수입액은 185억달러로 전년 동기(97억1000만달러) 대비 90.5% 증가했다. 에너지 수입액이 최근 1년새 대폭 늘어난 건 우크라이나 사태를 기점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서다. 실제 3대 에너지원인 원유(41.4%), 가스(113.9%), 석탄(173.5%) 가격은 지난달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에 월별 수입액도 5개월 연속 600억달러를 웃돌고 있다. 앞서 수입액은 지난해 12월(611억6000만달러) 사상 처음 600억달러를 돌파했지만 지난 2월 531억1000만달러로 감소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를 기점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자 올 3월 635억9000만달러를 기록하며 다시 600억달러를 넘어선 후 지난달 653억7000만달러까지 올랐다.

누적 무역적자 150억달러 ↑…고환율도 '악재'

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다. 무역수지는 올 4월 적자로 돌아선 후 지난달에도 46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4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낸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14년만이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이미 150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만큼 최근 무역적자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다.

일본, 독일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본은 올 상반기에만 역대 최대 규모인 7조9000억엔(약 77조5200억원)의 무역적자를 냈다. 독일 무역수지는 지난 5월 1991년 이후 31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원 중심의 수입 증가가 수출 증가율을 상회하며 무역적자가 발생했다”면서 “주요국도 에너지 수입이 급증하며 무역수지가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환율도 무역수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인 130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통상 원화 약세는 국내 수출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호재였지만 에너지 등 원자재 수입액이 급등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원·달러 환율이 오를수록 수입품에 대한 원화 지출액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무보고 하는 이창양 장관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2.7.29 [국회사진기자단] uwg80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정부도 무역적자 장기화 우려…"수출대책 내놓을 것"

문제는 올 하반기에도 무역수지가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에너지 값 급등의 주요 원인인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환율도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하반기에도 무역적자를 해소할 만한 여건은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내년 무역수지도 낙관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정부도 무역적자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높은 에너지 가격과 하절기 에너지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4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발생했다”면서 “중국 등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6월 이후 수출증가율도 한 자릿수에 머물며 수출 성장세 둔화와 무역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달 내로 지원 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이 장관은 “정부는 지금 마주한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고 관계 부처가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이달 중 국내 수출기업의 활동을 제약한 규제 개선과 현장 애로해소 방안, 주요 업종별 특화지원 등을 담은 종합 수출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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