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요즘 배달 시켜요" 고물가에 배달비 부담까지..소비자들 배달앱 지운다
외식 줄이고 편의점 도시락으로 절약
라이더들, 배달오토바이 중고로 팔기도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 지난 주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디저트를 주문하려고 했던 20대 직장인 A씨는 '비싼 배달료'에 마음을 접었다. A씨는 "이미 최소 주문 금액도 있는 마당에 배달비가 부담됐다"며 "음식값은 1만원인데 배달비가 4000원이라고 하니 선뜻 결제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치솟는 물가에 배달 앱 이용자수가 줄고 있다. 일부 배달원들은 아예 오토바이를 중고로 내놓는 등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호황을 누린 배달 서비스가 흔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기 불황으로 외식을 줄이는 등 결국 이 같은 상황이 지속하는 것 아니겠냐는 시각도 있다.
최근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주요 배달앱인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이용자 수(MAU)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의민족 MAU는 지난 1월 2073만명에서 6월 1999만명으로 74만명 줄었고, 요기요와 쿠팡이츠 의 MAU 역시 같은 기간 각각 146만명(892만명→746만명), 220만명(658만명→438만명) 급감했다.
배달업계는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누린 대표 업종이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배달·포장 이용을 적극 권장했는데, 배달 수요가 높아져 배달비가 천정부지로 솟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본 배달비에 날씨·시간·지역 할증이 붙을 경우 건당 배달비가 1만원을 넘기도 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배달 공구'(거주지가 비슷한 사람끼리 배달비를 공동 부담하는 일)를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 '배달비 폭탄'에 대응하기도 했다.
◆ 치솟는 외식 물가…편의점에서 끼니 해결
하지만 고강도 방역정책 해제되고 본격적인 일상 회복이 시작되면서 배달업계에 암울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배달비가 많이 들어 불만이 커진 상황에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외식물가 지수는 전년 누계 대비 6.7% 상승했다. 전년 누계 대비 변동률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의 물가 수준 평균을 전년도 같은 기간 물가 수준 평균치와 비교한 수치로, 품목별로 보면 대표적인 서민 외식 메뉴인 삼겹살 물가가 7.4% 상승했다.
외식으로 사 먹는 쇠고기(8.5%)와 돼지갈비(7.9%) 가격도 함께 올랐으며, 자장면 가격은 상반기에만 9.1% 치솟았고, 짬뽕은 8.2%, 탕수육은 6.1% 각각 올랐다. 여름 보양 메뉴인 삼계탕(4.4%)과 냉면(7.6%) 가격도 올랐다. 배달비를 줄이기 위해 대신 직접 포장해오거나 아예 배달앱을 삭제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는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마트24에 따르면 6월부터 지난달 26일까지 도시락과 조리빵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8%, 39% 증가했다. 또 도시락 매출은 오피스 상권에서 68% 증가한 것을 비롯해 독신주택가와 학원가 상권에서도 각각 54%, 42% 늘었다. GS25에 따르면 지난달 1~7일까지 도시락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8% 늘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도시락통, 밀폐용기 등 도시락 관련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도 증가했다.
40대 회사원 김모씨는 "최근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컵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했는데, (편의점 도시락은) 고물가 시대 최대로 절약할 수 있는 것 같다"면서 "배달 주문은 아예 생각도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배달 서비스 수요가 줄면서 중고 시장에는 배달용 오토바이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한 온라인 오토바이 중고품 거래 커뮤니티에는 주로 배달 기사가 쓰는 125㏄ 미만 오토바이 매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는데,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매물이 급증하면서 지난 6월 오토바이 판매글은 약 4770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배달업을 관두고 아예 업계를 떠나는 라이더가 많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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