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초기 대응이 치료 결과 좌우합니다” [헬스조선 명의]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2022. 8. 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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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화상치료 명의’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허준 교수

 

사고는 늘 예기치 않게 발생한다.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은 짧지만, 사고가 남긴 상처는 오래, 영원히 지속되곤 한다. 화상 사고가 그렇다. 화상부위나 정도 등에 따라 피부와 호흡기, 장기, 관절은 물론, 정신적으로 오랜 기간 후유증을 앓을 수 있다. 화상 사고는 ‘화상(火傷)’이라는 이름과 달리 불뿐 아니라 물, 전기, 화학물질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바꿔 말하면 일상생활을 하는 모든 곳에서 화상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어디서든 경각심을 잃어선 안 되는 이유다. 화상 치료 명의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허준 교수(한림대한강성심병원장)를 만나 화상 치료에 대해 들었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허준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화상 종류를 나누는 기준은?

화상은 원인과 깊이, 면적을 고려해 분류·진단한다. 원인에 따라서는 불에 의한 화염화상, 물·기름과 같은 액체에 의한 열탕화상, 다리미·난로 등으로 인한 접촉화상, 산·알칼리에 의한 화학화상, 감전으로 인한 전기화상으로 분류된다.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1~4도 화상은 화상 깊이에 따라 결정된다. 1도와 표재성 2도, 심재성 2~4도로 세분화할 수 있다. 이 같은 사항은 화상 치료 방침과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 화상 면적의 경우, 신체를 총 100%로 봤을 때 몇 퍼센트를 다쳤는가에 따라 중증도가 결정된다.

-원인에 따라 심각도나 사망 위험이 차이를 보이나?

화상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화학·전기화상은 화염·열탕·접촉화상 등 열 손상과 달리 특수화상으로 분류한다. 화학화상의 경우 괴사가 일어나고, 전기화상은 감전에 의해 전기 에너지가 통과하면서 열이 거꾸로 발생하는 형태다. 상처의 심각도는 전기화상이 가장 높다. 많은 양의 전기가 몸을 통과하면 혈관을 비롯한 모든 부위가 손상돼 절단해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이는 심각한 장애로도 이어진다. 화염화상의 경우 흡입화상이 동반되거나 화상 면적이 넓으면 다른 화상에 비해 사망위험이 높다.

-환자 연령, 성별 등도 부상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가?

여성, 소아 등 피부 조직이 약한 사람이 더 심하게 다칠 수 있다. 그러나 연령, 성별보다는 원인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열 손상의 경우, 같은 열 손상이어도 노출된 온도와 시간, 불·물 등 원인에 따라 화상 깊이가 많은 차이를 보인다.

-화상 환자 중 고위험군이 있다면?

다른 질환의 고위험군과 비슷하다. 화상 면적이 작아도 고령자나 당뇨병 등 지병이 있는 환자는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광범위하게 화상을 입은 경우에는 전신 합병증이 발생하는데, 이때도 고령자, 기저질환자는 예후가 안 좋다. 소아 환자는 화상 초기를 지나면 급격히 회복하는 경향이 있지만, 초기에 심한 화상을 입으면 예후가 좋지 못한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화상 위험이 높은 국가에 속하나?

화상은 후진국일수록 발생 빈도가 높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반열에 들었기 때문에 중화상 빈도는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은 음식을 끓이거나 구우면서 먹는 등 불을 사용하는 문화가 있다 보니, 여전히 작은 화상은 많이 발생하는 추세다.

화상은 깊이에 1~4도 화상으로 구분된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화상에 취약한 부위가 있다면?

상지나 하지는 비교적 치료가 쉽고 예후도 좋지만, 몸통, 특히 겨드랑이, 사타구니, 항문 주변 등 물에 잘 젖는 부위는 치료가 어려운 편이다. 안면부 화상을 심하게 입은 경우에도 더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화상으로 피부 기능이 손실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피부가 우리 몸에서 하는 역할들을 생각해보면 된다. 피부는 몸의 가장 바깥층을 감싸고 있으며, 방어 기능을 맡고 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나쁜 균을 막아주는 동시에, 체액과 같이 내부의 좋은 요소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체온을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화상으로 인해 피부 결손이 발생하면 이 같은 장치가 사라지는 것이다. 결손이 광범위한 경우에는 신체 전신에 영향을 미치면서 합병증과 사망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균을 막지 못하고 체액이 빠져나가 몸의 항상성이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 관절 등에도 손상을 줄 수 있나?

화상을 피부가 다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는 조직 전체까지 깊고 넓게 손상될 수 있다. 피부 결손이 광범위하게 발생하면 내부 장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심한 피부 결손으로 탈수가 발생하면 2차적인 문제로 콩팥에 이상이 생긴다. 콩팥 이상이 있는 환자는 인공 투석기를 사용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해 중증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광범위하게 화상을 입었을 때 협진이 가능한 전문센터를 찾아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화상으로 인해 움직임이 제한되는 경우는?

화상 깊이가 깊어 관절 속까지 손상되면 관련된 부위를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외에도 피부 조직에 심한 화상이 발생한 경우, 심부 조직 손상 없이 피부 겉면만 다쳤음에도 흉터로 인해 움직임이 제한되는 구축(拘縮)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흉터에 잡아당기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손바닥을 다친 뒤 큰 흉터가 생기면 1년 동안 흉터가 진행되면서 손이 붙어버리는 식이다. 관절 내부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로 인해 장애가 생긴다. 이 경우에는 재건 수술이 가능하다. 붙은 부위를 끊어서 다시 펴주는 수술을 시행하면 대부분 기능을 회복한다. 그러나 관절·뼈에 화상을 입은 경우에는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허준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화상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열에 의해 화상을 입었다면 가능한 빨리 식혀줘야 한다. 뜨거운 열에 계속 노출될수록 상처가 깊어지고 넓어질 수밖에 없다. 초기 대응은 예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깊게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초기에 열을 빨리 식혀 수술하지 않을 수 있으며, 흉터 크기나 정도를 줄일 수도 있다. 일단 화상을 입으면 열 손상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도록 열원(熱源)에서 빨리 탈출하고, 열을 추가로 발생시킬 수 있는 피복, 장식품 등도 제거한다. 이후 상온의 수돗물로 열이 닿은 부위의 온도를 떨어뜨려야 한다. 물을 한 번 뿌리고 마는 것이 아닌 15분 이상 충분히 식혀줘야 한다. 상처 부위를 식힌 뒤에는 깨끗한 포로 감싼 뒤 천천히 병원에 오면 된다.

-병원을 방문하면 어떤 검사들이 시행되나?

화상은 초기에 상처의 상태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화상이 광범위하게 발생한 경우 우선 환자의 호흡, 혈액순환, 의식 등을 확인한다. 이후 혈압 등을 확인하며, 상처의 깊이, 넓이 등을 평가해 적합한 치료를 시작한다.

-초기에 이뤄지는 치료는?

병원에서는 응급처치를 실시하지 않는다. 사고 시점으로부터 30분이 지나 병원에 도착하면 초기에 열을 식힐 수 있는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환자가 도착하면 상처를 평가하고 치료를 실시한다. 초기에는 상처의 깊이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려워 면적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처 면적이 넓은 사람의 경우 탈수 증상을 보이는 등 몸 상태에 여러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초기에는 링거로 수액을 주입하면서 통증을 조절하고, 상처에 추가 감염이 발생하지 않고 상처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치료제를 사용한다.

-화상 치료는 통증이 매우 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통증 강도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화상 정도가 비슷해도 환자에 따라 호소하는 통증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의 경우 초기에 통증을 최대한 조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대부분 주사제를 사용해 통증을 조절한다. 환자가 심한 통증을 호소하면 환자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서라도 통증을 최소화시킨다.

-피부이식술이란 무엇이며 어떤 환자에게 시행되나?

화상 치료에 있어 피부 이식술은 기본적으로 자가피부이식술을 의미한다. 환자 본인의 피부를 이용해 상처부위를 덮어주는 방법이다. 먼저 손상된 조직을 제거한 뒤, 아래 부분에 깨끗한 층이 나왔을 때 정상적으로 남아있는 환자의 피부를 절개해 이식한다. 한 부위에 자가피부이식을 진행하면 통상 5일 정도 후 1차적으로 생착되고, 2주 뒤에는 이식한 피부가 안정된다. 광범위 화상의 경우 환자의 피부가 많이 남아있지 않고 아직 상처 부위의 상태가 좋지 않을 수 있는데, 이때는 동종피부이식을 고려한다. 말 그대로 타인의 피부를 이식하는 것이다. 기증받은 피부를 이식하며, 콜라겐 등을 합성한 재료, 또는 돼지나 다른 동물의 피부를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생선 껍질을 활용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화상 치료 후 어떤 후유증이 남을 수 있나?

1도 화상의 경우 색소 침착이 생긴 뒤 수개월이 지나 다시 본래 색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2도 화상부터는 화상 정도에 따라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피부 모양이 변형되거나 오그라드는 현상이 생길 수 있으며, 부위에 따라서는 움직임에도 영향을 받는다. 많이 사용하는 관절이 손상되면 삶의 질에도 영향을 받는다. 화상을 치료할 때도 초기에는 환자를 살리는 데 집중하지만, 생명을 보존한 뒤에는 삶의 질을 유지하고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운동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관절 재활 치료를 진행하며, 피부에 화상을 입은 환자는 흉터 치료를, 흡입화상을 당한 환자에게는 호흡 재활치료를 실시하기도 한다. 화상 재활치료할 때도 마찬가지로 여러 과의 협진이 필요하다.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치료·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화상 사고를 당하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을 수 있다. 환자가 사고의 영향으로 악몽을 꾸거나 사고 상황이 계속 떠올라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환자가 이 같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상을 보이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을 통해 적합한 치료를 실시한다. 심한 화상을 입은 환자의 경우 중환자실에 오래 입원하는 동안 스트레스가 쌓여 섬망과 같은 증상을 겪을 수도 있다.

-최근 주목할 만한 치료법이 있다면?

피부이식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시행되면서 피부확장기 활용 등 이식 피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연구·논의돼왔다. 피부확장기란 피부에 칼집을 넣어 펴는 것으로, 광범위하게 피부 결손이 발생해 화상 부위가 넓고 이식 가능한 피부가 부족해도 피부를 작게 절개해 확장해서 이식할 수 있다. 다만 피부 확장기에도 여러 한계점이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세포를 추출·배양해 이식하는 배양피부이식술이 만들어졌다. 다만 아직까진 피부의 여러 세포 중 각질 세포인 ‘케라티노사이트’만 추출·배양할 수 있어 단독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현재는 피부를 넓게 이식할 때 피부와 피부 사이를 메우는 목적으로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치료기간을 단축하고,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향후 어떤 방향으로 치료법이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나?

사람의 피부를 세포 단위로 키우는 것이 아닌, 피부 전층을 만드는 것이다. 여러 재료를 합성한 뒤 배양 피부와 함께 자기 피부를 만들 수 있다면 광범위 화상이어도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현재는 실험단계로, 상용화되긴 어려운 상태다.

화상 사고 후 응급처치는 향후 치료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수년 전 한 환자가 감전에 의해 중화상을 입은 채 병원으로 이송됐다. 안면부가 감전돼 전기가 상지로 빠져나온 경우였다. 한쪽 팔은 완전 절단했으나, 다른 한 쪽 팔은 수술을 통해 최대한 보존했다. 수술 후 퇴원하기 전까진 의식이 명료하지 않았는데, 1년 반 정도 지나 재활병동에서 우연히 그 환자를 만날 수 있었다. “살려줘서 감사하다”는 환자의 말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할 수 있는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자’는 것이 치료원칙이었는데, 이 같은 원칙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됐다.

-화상 환자들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은?

화상은 오랜 기간 불편함을 줄 수 있는 만큼, 사고를 철저히 예방해야 한다. 예방을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빠른 초기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한 뒤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동안 수많은 환자를 만나면서 느낀 점은 주변인들의 시선이 심리적으로 환자를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환자를 안쓰럽고 불쌍하게 여기는 시선은 오히려 환자를 힘들게 만든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다를 뿐이다. 모든 사람의 외모가 다르지 않은가. 사회구성원들이 환자를 다른 사람들과 동일하게 바라보기 바란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허준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허준 교수는

중앙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지난 20여년 간 한림대한강성심병원에서 소아화상, 수족부화상, 중화상 등 화상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해왔다. 화상외과 임상과장을 맡는 등 화상전문병원 경영에 중추적 역할을 해온 그는 지난 6월 제24대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장에 취임했다. 대외적으로도 대한화상학회 이사장과 대한외과학회·대한중환자의학회 평생회원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허 교수는 매 순간 화상외과 의사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앞으로도 단순히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넘어, 치료 후 환자의 일상 회복을 돕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매진하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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