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코로나 바캉스

조민영 2022. 8. 1.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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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8월 첫날인 1일부터 며칠간 여름휴가를 떠난다고 공식 SNS를 통해 알렸다.

'여름휴가는 7말8초(7월 말~8월 초)'가 오랜 기간 '공식 휴가철'로 받아들여져 왔으니 두 전현직 대통령의 휴가가 같은 때인 건 딱히 우연이랄 것도 없다.

취임 후 첫 휴가를 맞는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처럼 코로나에 직접 발목 잡히진 않았지만 가벼운 휴식기를 보내긴 힘들 듯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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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영 온라인뉴스부 차장


문재인 전 대통령이 8월 첫날인 1일부터 며칠간 여름휴가를 떠난다고 공식 SNS를 통해 알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휴가도 같은 때다. ‘여름휴가는 7말8초(7월 말~8월 초)’가 오랜 기간 ‘공식 휴가철’로 받아들여져 왔으니 두 전현직 대통령의 휴가가 같은 때인 건 딱히 우연이랄 것도 없다. 다만 여름휴가를 맞는 두 사람의 심경은 궁금해졌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마지막 여름인 지난해 8월 휴가를 결국 반납했다. 일상회복을 기대하던 시점에 코로나 4차 유행이 펼쳐지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격상한 터에 대통령이 휴가를 떠날 순 없었던 것이었다. 공교롭게 2019년엔 일본 수출 규제 대응, 2020년엔 코로나 와중의 집중호우로 휴가를 취소했다. 좀 나으리라 기대했던 2021년 여름휴가까지 내놓은 건 ‘대통령부터 휴가 쓰는 본을 보이겠다’던 그로선 무척 아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취임 후 첫 휴가를 맞는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처럼 코로나에 직접 발목 잡히진 않았지만 가벼운 휴식기를 보내긴 힘들 듯해 보인다. 코로나 확진자 급증세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위중증 환자 수가 1주 새 두 배로 느는 더블링 현상이 나타났다. 방역 현장과 정책을 총괄할 보건복지부 장관도 공석이니 대통령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하필 휴가 직전 국정지지율은 처음으로 30% 선마저 무너졌다.

‘이번엔 다르겠지’ 기대하다 멈칫하고, 고민하고 조심하는 걸 반복해 온 건 대통령들만일 리 없다. 백신도 없던 시절 코로나라는 병에 대한 두려움뿐 아니라 확진되면 모든 동선 공개에 비난 대상이 될 게 더 무섭던 2020년 여름, 많은 이들은 알아서 휴가를 미뤘다. ‘좀 더 나아질’ 시기를 기다리다 시간은 흘렀고, 그해 연차휴가를 다 쓰지 못한 직원이 많았다. 2021년도 비슷했다. 아니 실망은 좀 더 컸다. 백신을 맞으니 여름엔 달라질 거란 기대에 휴가 계획을 세운 이들은 취소를 고민해야 했다.

그러다 올해가 됐다. 3년째 맞이하게 된 ‘코로나 바캉스’는 한층 더 헷갈린다. 지금껏 코로나에 안 걸린 이른바 ‘청정지대’였던 이들도 새 변이 앞에 무릎을 꿇으며 억울해했다. 백신 접종 완료에 한 번 확진까지 돼 마음 놓고 3년 만의 해외여행을 계획해둔 이들도 휴가 직전 펼쳐지는 재유행 국면에 당황해하고 있다. 동네 물놀이장부터 지역 축제까지 지난 2년간 열지 못했던 신나는 ‘여름 스폿’(장소)들이 문을 열어젖혔는데 ‘집단활동을 자제하고 방역을 잘해 달라’는 정부 권고를 어떻게 실행할지는 자율이라 어렵다.

하지만 휴가는 휴가다. 고민은 크지만 휴가를 떠난 윤 대통령처럼 바캉스를 실현해봐도 되지 않겠나 말하고 싶다. 반드시 해외여행을 가고, 유명한 어느 곳에 가 사진을 찍고, 무언가 특별한 걸 해야만 좋은 휴가는 아닐 수 있으니. ‘비운다’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바캉스(vacances)가 휴가를 의미하게 된 건 ‘일자리를 비우다’부터 ‘집을 비우다’는 뜻을 갖기 때문이다.

코로나 와중에 미국 연수를 마치고 귀국했던 2020년 7월이 생각났다. 갈 때부터 마지막 한 달 계획은 ‘서부 국립공원 로드트립’이란 거대 프로젝트로 결정돼 있었지만 코로나에 ‘셧다운’된 국립공원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결국 계획을 포기하고 이른 귀국을 결정했고, ‘인생 버킷 리스트’를 실현 못한 대신 주어진 건 2주 자가격리였다. 그런데 웬일, 그 2주는 내가 기억하는 가장 완벽한 ‘바캉스’가 됐다. 누구도 만날 수 없고, 특별한 걸 찾아 나설 수도 없어 완전히 비워지니 아이들과 함께 온전히 우리만의 시간이 주어졌다. 코로나 덕에 맛본 진정한 휴식, 바캉스 아니었을까.

조민영 온라인뉴스부 차장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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