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시간 '따따블 콜'.. 집 나간 택시 기사들 돌아올까 [스토리텔링경제]

심희정 2022. 8. 1.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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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택시 탄력요금제 추진
뉴시스


경기도 분당에 사는 윤모(32)씨는 밤 12시 넘어 서울 성동구에서 퇴근할 때면 택시 잡기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카카오택시 등 택시 호출 앱을 아무리 불러도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해서다. 가격이 비싼 블랙이나 벤티도 마찬가지다. 윤씨는 차라리 차량 공유(카셰어링) 서비스로 직접 운전해서 귀가하는 편을 택할 때가 많다. 쏘카 등을 이용하면 일반 택시보다 돈을 좀 더 내더라도 빨리 집에 도착할 수 있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택시 대란’ 해결책으로 플랫폼 택시에 탄력요금제를 도입해 택시 기사들을 늘리려고 구상하고 있다. 택시 기사들이 코로나19 이후 대리나 택배 시장으로 대거 옮겨갔는데, 이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이를 위해 택시 수요가 몰리는 심야 시간대 요금을 탄력적으로 책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플랫폼 택시에 탄력요금제를 적용해 요금을 25~100% 올려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택시요금 체계는 탄력요금제를 일부 적용하고 있다. 고급·대형승합 택시에 한해 평소 요금의 0.8~4.0배를 받는 식이다. 카카오·우버블랙, 타다 플러스·넥스트 같은 플랫폼 택시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운행 대수가 4만2000여대에 불과해 택시대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18일 “택시 공급을 (정부가) 강제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 가격을 작동시키는 수밖에 없다”며 “택시 공급자 위주의 요금 체계가 되지 않도록 빠른 시간 내에 가장 적정한 선에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호출료를 기본요금에 추가하는 방법, 택시 요금 자체를 높이는 방법, 택시 공급 규제를 푸는 방법 등 3가지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승객 골라 태우기’ 근절 방법 있나


플랫폼 택시는 운송과 가맹, 중개 사업으로 분류되는데 운송사업은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차량을 운행하고, 가맹사업은 사업자가 택시를 가맹점으로 확보해 서비스한다. 중개 사업은 운송을 중개하는 서비스로 이용자가 많은 카카오T 택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카카오T 택시로 대표되는 타입3는 대다수 이용객이 몰리는데, 택시 기사가 콜을 골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가까운 거리는 콜이 거의 성사되지 않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은 “단거리 호출 실패율이 장거리보다 높은 것은 승객 골라 태우기를 의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업계에선 ‘목적지 미표기’ 등 대안을 내놨지만 금세 철회됐다. 지난 2018년 4월, 카카오는 목적지 비공개 서비스를 하다가 택시 기사 이용률이 저조해 사흘 만에 서비스를 접은 전례가 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정부는 강제 배차를 도입하거나 개인택시 3부제 전면 해제도 검토하고 있다. 타입3 택시에도 심야 탄력요금제를 적용해 요금을 올려주면서 강제 배차를 시행하면 단거리 운행 거부 등 택시의 ‘손님 골라 태우기’ 행태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애매한 탄력요금은 요금만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기사들이 콜을 골라서 받으면 페널티를 주거나 강제 배차 등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개인택시 3부제(2일 근무·1일 휴무)를 전면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 4월 20일부터 개인택시 부제를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일시적으로 해제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저녁부터 새벽 시간대뿐 아니라 낮 시간대에도 택시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자 부제 전면 해제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합승 제도화했지만 서비스 안착 요원

정부는 앞서 택시 합승을 제도화해 허용했지만 업계 1위인 카카오가 이 서비스를 활용하지 않으면서 택시 대란의 대안으로는 자리 잡지 못했다. 업계는 요금 알고리즘을 짜기 어렵고, 가는 목적지가 비슷해도 선호하는 길이 달라 이 과정에서 승객 간에 요금 분쟁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합승 서비스 도입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택시 합승 서비스는 지난달 개정된 시행규칙으로 플랫폼 택시에 한해 허용되고 있다. 합승 중개는 승객 모두가 플랫폼을 통해 신청한 경우에만 가능하고, 본인 확인을 거쳐야 한다. 모든 승객이 합승 상대방의 탑승 시점과 위치를 알 수 있어야 하고, 앉을 수 있는 좌석 정보도 미리 안내받아야 한다. 6~10인승 승용차나 13인승 이하 승합차 등 대형택시 외에는 같은 성별끼리만 합승할 수 있다. 복잡한 세부 기준에 업계는 합승 서비스에 뛰어들지 않는 실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합승 제도가 택시 대란을 어느 정도 완화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가격 책정 알고리즘이 복잡해 당장 활성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탄력요금제뿐 아니라 일반 중형택시 기본요금 자체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맹 택시 사업뿐 아니라 중개사업에도 요금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심야뿐 아니라 지역별로도 탄력 요금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역별 편차가 큰데 일률적으로 요금을 올리면 물가 인상을 부추기는 꼴밖에 안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적정한 택시 요금에 대한 설문조사 등 사회적 공감대를 취합해 요금 인상에 대한 공론화에 나서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의 택시 대란이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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