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바이든·시진핑의 5번째 회담

2022. 8. 1.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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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4개월 만인 지난 28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로 5번째 회담을 가졌다.

미·중 양국은 6월 이후 이미 5차례의 고위급 회의가 있었고, 지난 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담은 5시간이나 진행됐다.

미·중 간 경쟁과 대화는 결국 양국의 국내 정치 및 경제 상황과 깊게 연루되면서 이기적이고 유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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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률 (동덕여대 교수·중국학과)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4개월 만인 지난 28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로 5번째 회담을 가졌다. 미·중 양국은 6월 이후 이미 5차례의 고위급 회의가 있었고, 지난 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담은 5시간이나 진행됐다. 혼돈의 국제 정세에서 양 강대국 간 대화가 이어지는 것은 긍정적이긴 하다. 그런데 대화를 통해 구체적인 논의의 진전이나 성과는 없고 거친 설전만이 오가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양측은 솔직하고 진지한 대화가 이뤄졌다는 공식 평가를 내놓았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예외 없이 대만 문제로 격하게 대립하는 등 서로 이견만 재확인했다. 미·중 양국이 성과 없는 대화를 이어가는 자체가 미·중 관계의 속성과 현주소를 드러내고 있다.

미·중 양국 모두 국내외적으로 경제난과 리더십 쇠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시 주석은 3연임을 결정하는 당 대회를 앞두고 코로나19 봉쇄와 성장률 저하라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최저 지지율이라는 곤경에 처해 있다. 양국 정상 모두 중요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편으로는 대화를 유지해 우발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회의에서 대만 문제를 놓고 ‘불장난’이라는 거친 표현이 재등장했지만 사실 대화의 행간을 읽어 보면 양국이 그동안 유지해왔던 대만 문제의 현상 유지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양측 모두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문제로 고조되고 있는 우발적 군사 충돌을 우려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면서 양 정상은 실익이 확보되지 않는 섣부른 양보나 타협보다는 경쟁 구도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국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신장 인권 문제와 코로나 대응의 투명성 문제 등 타협하기 어려운 민감한 정치 이슈를 재차 제기하는 등 중국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시 주석 역시 탈동조화와 공급망 단절 문제를 언급하면서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는 ‘칩(Chip)4’ 동맹 형성에 강하게 반발했다. ‘칩4’는 중국을 배제한 미국 한국 일본 대만 4개국 간에 추진되는 반도체 동맹이다.

미·중은 회의에서 글로벌 강대국으로서 당면한 세계 경제 위기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책임 있고 진지하게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해 있는 상황임에도 북한 문제에 대한 언급조차도 없었다. 미·중 간 경쟁과 대화는 결국 양국의 국내 정치 및 경제 상황과 깊게 연루되면서 이기적이고 유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이번 전화 회담에서는 대면 정상회담 개최도 논의됐다. 시기적으로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 이때는 두 정상 모두 중요한 국내 정치 일정이 일단 마무리된 직후인 만큼 논의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중 관계의 속성을 고려할 때 양국 모두 국가 이기주의에 기반해 경쟁과 대화를 병행하면서 진영을 확장하려는 기본 패턴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관계의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중 양국의 이기적 속성을 냉철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중 양국의 자국 우선주의 경향이 초래할 국제 정세의 유동성과 복잡성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분석을 기반으로 한국 역시 전략적 유연성과 자율성을 증진하기 위한 전략 구상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중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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