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단일화' 조기엔 힘들듯..강훈식·박용진, 구상에 차이

정도원 2022. 8. 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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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 계속한다' 만찬서 합의했지만
시기·방식으로 진전되기 쉽지 않아
박용진 "방식, 조금 불리해도 수용"
강훈식 "국민께 예의가 아닐 수도"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인 강훈식 의원과 박용진 의원이 지난달 2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재선의원 모임 주최 민주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의 핵심 변수로 꼽히는 '97 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단일화가 조기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97 그룹' 소속 강훈식·박용진 의원은 각자의 전략에 따라 당권 레이스를 뛰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훈식·박용진 의원은 전날 만찬 회동을 갖고 '단일화 논의를 계속한다'는 점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지난 28일 예비경선이 있었던 날 밤에 전화통화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만나자고 한 뒤 한 발짝 진일보한 것이다.


하지만 강훈식 의원과 박용진 의원의 전당대회 구상에 차이가 적지 않아 단일화 논의가 '빅 스텝'으로 성큼성큼 진전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용진 의원은 평소 소신 발언으로 이름을 알렸는데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을 완주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단일화 논의가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 문제로 접어들면 지금까지 쌓은 인지도를 고려할 때 유리한 고지에 있다.


이날 민주당 대구시당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박 의원은 단일화와 관련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민심과 당심이 담기기만 하면 방식은 내게 좀 불리하더라도 수용하겠다"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반면 강훈식 의원은 같은 시각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날 만찬회동 합의와 관련 "(단일화 논의를 계속한다는 합의사항 외에) '지금은 미래연대와 비전경쟁에 집중한다'를 읽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며 "어제 '단일화 쟁점을 더 끌어가는 것은 국민께 예의가 아니다'라는 지점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고 거리를 뒀다.


강 의원은 전국단위 경선을 뛰는 게 처음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과 비전을 알리는 게 목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단일화 이슈는 여론의 관심을 끌기 위한 소재로 남겨두면서 실제로는 완주할 태세로 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어대명' 상대하는 전략과 구상도 차이
박용진 "이젠 '어대명' 아닌 '오대박'"
강훈식 "새로움과 낡음의 대결 될 것"
조기 단일화 무망…최종 성사도 불명

한 달 간의 당권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2중' 강훈식·박용진 의원이 '1강' 이재명 의원을 상대로 취하는 전략에도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이미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이재명 의원과 겨뤘던 만큼 '이재명 때리기'에 주저함이 없는 모습이다.


당권 경쟁 초반부 쟁점으로 부상한 이재명 의원의 이른바 '저학력·저소득' 발언을 향해 박용진 의원은 "월 소득 200만 원 미만의 계층이 언론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그들이 정보를 제대로 모른다고 전제하는 것"이라며 "저소득층은 저학력이고, 따라서 왜곡된 정보의 비대칭으로 제대로 된 사리 판단을 못한다는 선민의식"이라고 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날 대구 기자간담회에서도 스스로를 "'어대명'의 유일한 대항마이며 도덕적·정치적으로 약점 잡히지 않고 떳떳한 민주당을 만들어나갈 후보"라며 "어제까지는 '어대명'이었는지 모르지만, 오늘부터는 대표가 박용진이라는 '오대박'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강 의원도 일단 이 의원과 당권을 경쟁하는 입장이니 만큼 이 의원을 향한 비판은 하고 있다. 그러나 박 의원과는 수위를 달리 하며 '반(反)이재명'으로 묶이는 것을 경계하는 양상이다.


이날 의원회관 기자간담회에서 강훈식 의원은 "윤석열정부 실정에 취해 민주당이 '제3의 대선' 국면으로 돌입하게 된다면 총선 승리, 정권 재탈환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의원이 대선후보로 나서 패했던 3·9 대선을 '제1의 대선',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나서 또 패했던 6·1 지방선거를 '제2의 대선'에 빗댄 것으로, 이 의원이 또다시 당의 간판인 당대표로 나서면 윤석열정권과의 관계에서 '제3의 대선'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전당대회가 '반명(반이재명)' 대결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움과 낡음, 현재와 미래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박용진 후보와 이재명 후보 모두 직전 대선경선 후보"라고 덧붙였다. 되레 박 의원과 이 의원을 함께 '낡음'으로 묶으며, 자신은 '새로움'이라고 대비시킨 것이다.


이같은 국면으로 볼 때 '97 그룹' 단일화가 박 의원이 원하는대로 오는 3일 대구·경북·강원 권리당원 ARS 투표 이전에 되는 것은 무망하고, 최종적으로 단일화가 되느냐 자체도 지켜봐야할 일이라는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의원에 비해 주목도가 낮은 강훈식·박용진 의원의 입장에서는 단일화 이슈가 살아있는 게 여론의 관심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논의 자체는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데드라인이나 단일화 방식 등 구체적인 논의로 접어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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