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변동금리〉고정금리 역전..영끌족 비명
30대 직장인 정모씨는 최근 집 근처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아가 상담을 했다. 지난해 2월 부동산 광풍에 휩쓸려 구매한 아파트가 애물단지가 되고 있어서다. 당시 그는 7억원 상당의 아파트값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부터 저축은행 신용대출, 회사 대출 등을 끌어왔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도 부족해 부모에게 차용증을 쓰고 1억원을 빌려 산 아파트였다.
하지만 대출 금리가 빠르게 뛰면서 이자 부담이 커졌다. 정씨는 “매달 190만원가량을 빚 갚는 데 쓴다”며 “아파트값이 오르면 버티겠지만,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많아서 지금이라도 팔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불어나는 대출 이자에 ‘패닉바잉(공포매수)’으로 집을 산 차주들의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아파트·연립주택 등 집합건물 거래량(24만8633건) 가운데 보유 기간 3년 이하의 거래 비중은 26.14%다. 매도자 4명 중 1명은 구매한 지 3년도 안 돼 팔고 있다는 의미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고정(혼합형) 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도 나타난다. 지난달 29일 기준 4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취급액 코픽스 기준)는 연 4.44~5.63%로 나타났다. 상단 기준으로 주담대 고정금리(연 4.46~5.54%)를 앞질렀다.
일반적으로 고정형 주담대 상품은 은행이 금리 변동에 대한 위험성을 떠안기 때문에 변동형 상품보다 금리가 높다. 금리가 역전한 배경엔 변동금리 지표금리인 코픽스의 급등이 있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최근 5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 6월 15일 기준 2.38%를 기록했다. 은행연합회가 2010년 1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발표한 이래 가장 큰 오름폭이다. 특히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은행들이 매월 새로 취급한 수신상품(예금, 적금 등)의 가중평균금리라서 기준금리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영한다.
반면 주담대 고정금리(5년 혼합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무보증 AAA) 5년물의 금리는 최근 하락세다. 여기에 신용대출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4대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29일 기준 연 4.91~5.66%다. 일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연 6.29%로 뛰었다. 시장에선 지난 13일 한국은행이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8월에도 금리를 인상하면 신용대출 금리는 조만간 7% 선을 뚫을 것으로 예상한다.
대출 금리가 무섭게 오르면서 대출 취약계층의 부실 위험은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대출 평균 금리가 7% 수준에 이르면 소득에서 생계비를 빼면 대출 원리금을 못 갚는 사람이 190만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앞으로 시장 금리가 1%포인트 더 오르면 2금융권의 대출자 97만명이 대부업이나 제도권 밖 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3개 이상의 금융사에서 기업 대출을 받은(다중채무자) 개인사업자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기업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 중 다중채무자는 38만2235명이다. 2019년 말(13만1053명)과 비교하면 약 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출 잔액도 101조원에서 183조원으로 80%가 늘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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