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주도로 또 비대위원장 찾는 與 ..이준석 가처분 '만지작'

심새롬, 손국희 2022. 7. 3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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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국민의힘은 여당이 된 지 82일 만에 사실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돌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8일 이준석 대표가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데 이어, 그를 직무대행한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날 “직무대행으로서의 역할을 내려놓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 ‘투톱’이 연달아 대표직 수행 불가 상태가 되면서 당내 권력 구도가 또다시 큰 혼란 국면에 접어들었다.


비대위 누가 이끌까


주말 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른바 ‘윤심(尹心)’에 극도로 촉각을 곤두세웠다. “비대위 체제가 곧 대통령실의 뜻”이라는 말이 곳곳에 돌면서 비대위 옹립 주장이 급속도로 힘을 받았다. 불과 닷새 전 윤석열 대통령과 실시간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을 노출한 권 원내대표가 이날 “조속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한 게 결정적이었다. ‘신(新)윤핵관’으로 불리는 배현진 최고위원을 필두로 한 최고위 사퇴 움직임이 이날 조수진·윤영석 의원에게까지 번진 일도 당내 여론에 영향을 줬다.

하지만 정작 누가 비대위를 이끌어갈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전무하다. 중립지대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비대위로 가는 게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지만, 비대위원장으로는 ‘딱히 이 사람’이라고 중지를 모아 거론되는 인물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비대위원장은 짧게는 석 달, 길어도 반년 정도 임기를 가질 것”이라면서 “시간을 들여 외부에서 인물을 물색, 영입하기보다는 당내 인사가 맡아 이끄는 편이 빠른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해 4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권한대행·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당시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오종택 기자


친윤계에서는 5선의 정진석·주호영 의원 등이 키를 쥐고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는 게 무난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정 의원은 지난 6·1 지방선거 직후 이준석 대표와 “개소리”, “적반하장” 등 원색적 용어를 공개적으로 주고받으며 대립각을 세웠다. 주 의원은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이철규 의원과 지난 2016년 새누리당 공천 탈락에 함께 반발, ‘무소속 3인방’으로 활동하다 나란히 복당한 인연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같은 5선 중에서도 정우택·조경태 의원 등 비교적 중립 성향이 짙은 인사를 전면에 내세우는 편이 무난하다는 시각을 제기한다. 최고위원 연쇄 사퇴 중 “이른바 ‘윤핵관’이라 불리는 선배들도 실질적인 2선으로 모두 물러나 달라”(조수진 의원)는 공개 성토가 제기된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친윤색을 앞세우는 데 대한 당 안팎의 거부감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전직 비대위원장 중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의 재등판도 가능한 선택지로 거론된다. 김 명예교수는 현 정부 인수위에서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다. 지난달 장제원 의원 주최 포럼에서 강연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두고도 “최근 언행이 심상치 않다”(초선 의원)는 말이 나오지만, 그는 지난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더 있기 싫은 정당”이라며 국민의힘 복귀 가능성을 일축했다.

지난해 12월 당시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과 김병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임현동 기자

‘임명 주체’ 논란 소지


이번 비대위 체제 전환 움직임은 배현진 최고위원, 박수영 의원 등 장제원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친윤계가 나서서 총대를 멨다. 장 의원이 대외적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비대위원장 낙점·옹립 이후에도 ‘누가 비대위원장을 임명하느냐’는 문제로 이준석계와 장 의원 주변 친윤계가 또 한 번 큰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당헌 96조3항은 ‘비대위원장은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에게 당원권이 없고, 당 대표 권한대행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을 누가 임명하느냐가 문제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대표 ‘권한대행’이 아닌 ‘직무대행’을 하다가 사퇴했다.

친윤계에서는“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장 의결을 할 때 임명 규정도 함께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임명 주체까지 한꺼번에 바꾸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비대위원장 임명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다만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전국위 의장인 서병수(5선) 의원을 설득해야 한다. 서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현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을 누가 제안하고, 또 누가 임명할 자격이 있는지 아무런 규정을 찾지 못했다”며 “비대위 구성에 대한 당헌·당규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 김경록 기자


비대위 체제에 돌입하더라도, 조기 전당대회 개최는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3선의 조해진 의원은 이날 “관리형 비대위가 아닌 돌파형 비대위, 혁신 비대위가 돼야 한다”며 “임시 전당대회를 전제로 한 초단기 비대위는 나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반격 숨 고르는 李


반면 이준석 대표 측에서는 “직무정지 중이더라도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가 임명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징계기간 동안 지도부 체제가 송두리째 바뀌는 걸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측은 지난 8일 징계 직후 한 차례 검토하다 접은 가처분 신청 카드도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비대위 전환이 될 경우 ‘손해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이 대표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여지가 더 커진다”는 게 이 대표 측 판단이다. 전날 페이스북에 ‘간장(간 보는 안철수+장제원) 불고기’라고 적힌 메뉴판 사진을 공유한 이 대표는 이날 “각각의 이유로 당권의 탐욕에 제정신을 못 차리는 나즈굴과 골룸”이라는 글을 올렸다. 나즈굴과 골룸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사악한 괴물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7일 경북 울릉군 사동항 여객터미널에서 선박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새롬·손국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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