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통신조회' 헌재 제동에도..공수처 "적법" 사과도 거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비롯한 수사 기관의 ‘무차별 깜깜이 조회’ 관행에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걸었지만, 지난해 언론사 기자 및 기자의 가족 등 민간인의 통신 자료까지 조회하며 ‘사찰 논란’을 일으킨 공수처는 “반성이나 사과할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라며 “적법 행위였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여운국 공수처 차장, “사과할만한 행동 안 해”
조 의원은 “공수처가 언론과 시민단체, 야당의원의 통신자료를 광범위하게 조회하는 등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인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여 차장은 “(통신자료 조회는) 임의수사로 적법하다는 게 헌재 결정의 취지인데 전혀 반대로 이해하고 계신다”고 맞섰다. 조 의원이 “헌재 결정이 나왔다면 무엇보다 사과가 전제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하자 여 차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했고 반성이나 사과할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행위는 위·적법 판단 안 한 헌재…“근거 법 부적정”
‘행위’가 아닌 법 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해서만 판단을 한 것인데, 헌재는 이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효율적인 수사와 정보수집의 신속성·밀행성을 고려하더라도 정보 주체인 이용자에게 통신자료 취득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맞지 않다고 봤다.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적법절차원칙이란 입법·사법·행정 등 국가 작용이 합리적이고 정당한 법에 근거해야 하고 정당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헌법 원칙이다. 이와 관련 여 차장은 “사후통지절차가 없다는 것은 국회에서 통지절차를 마련해주면 그때 저희가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청구인 법적 지위 불리해져”…위헌적 법 따랐던 공수처
이를 두고는 시민 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디지털정보위원회와 9개 단체는 지난 21일 판결 직후 공동 논평에서 수사기관의 통신 조회가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헌재 판단에 대해 “통신자료 제공제도를 지극히 형식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전기통신사업자가 통신자료를 제공해 수사기관 등이 이를 취득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강제력이 개입되지 않는 것이지 실제로는 사업자가 통신자료를 정보 주체의 의사와 무관하게 제공하기 때문에 강제력이 없는 제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헌재가 통신자료 취득행위에 대해 판단을 하지 않으면서 ‘(통신자료 제공요청은) 공권력 행사가 아니어서 헌법소원이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 부분에 대한 이견도 있었다. 이석태·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통신자료 취득행위는 정보 주체인 청구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뤄진 것으로 통신자료 제공을 저지하기 위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다”며 “수사기관 등이 통신자료를 취득한 순간 곧바로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가 불리하게 변화되므로 통신자료 취득행위는 수사행위로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한다. 헌법소원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라는 의견을 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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