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반발 계속될 수도" 출범 이틀 앞둔 경찰국 순항할까

김남영 2022. 7. 3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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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반발을 살 수 있는 단체행동은 자제하자는 분위기지만, 경찰국 설치에 대한 지휘부의 합리적 설득이 없었기에 조용한 반발은 계속될 것이다.” (서울지역 한 초급간부)

경찰국 출범을 이틀 앞둔 가운데 경찰 조직 내 부정적인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현장 행보를 통해 일선 경찰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면피성”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이 내달 2일 공식 출범한다.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업무조직이 신설되는 것은 1991년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분리·승격한 지 31년 만이다. 경찰국에는 총괄지원과, 인사지원과, 자치경찰지원과 등 3개 과가 설치되며 국장(치안감)을 포함해 총 16명을 배치한다. 이 중 경찰공무원이 12명이다. 3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경찰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뉴스1

“여태껏 설득 없었는데 출범 후에 설득하겠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0일 오후 울산경찰청을 찾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경찰국 출범을 앞두고 정부는 반대 여론 무마 행보에 적극적이다.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를 방문한 데 이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0일 울산경찰청을 방문했다. 울산은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전 울산 중부경찰서장)이 근무하는 지역이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경찰국 출범 이후에도 경찰국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일선 경찰관들과 만나며 일일이 이해를 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경찰의 시선은 싸늘하다. 서울에 근무하는 한 50대 경감은 “이미 ‘쿠데타 세력’이라고 불렸는데 뒤늦게 다독이는 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라며 “경찰국 신설 이전에도 설득을 구하지 않은 정부가 출범 이후에도 설득을 구할 리는 더욱 만무하다”고 말했다.

경찰대 출신 간부 배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초대 경찰국장으로 발탁된 김순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치안감)은 경장으로 입직한 비경찰대 출신 간부다. 경찰국으로 파견되는 간부들도 경찰대 출신은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찰대 출신 30대 경감은 “경찰대·비경찰대 골고루 기용한다지만, 경찰대 출신이 간다고 해도 그나마 말을 잘 듣는 편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선에서는 이제 국회로 공을 넘겨야 한다는 분위기다. 경찰국에 반대하는 대국민 홍보전, 온라인 의원소개서명 활동 등을 진행한 경찰직장협의회는 경찰국 출범 이후 단체행동 대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논의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민관기 충북 청주흥덕경찰서 직협 회장은 “온라인 서명은 약 47만명을, 현장에서도 5000명 정도 모았고 다음 주까지 서명을 받을 예정”이라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권한쟁의심판 등을 검토해 조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한쟁의심판의 경우 시행령의 위법성 등 법적인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치안감 인사 번복 두고도 경찰청·행안부 충돌


지난 29일 오후 광주 서구 광천동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앞에서 광주·전남경찰 직장협의회, 안병하기념사업회 관계자들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30일에는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를 두고 경찰청과 행안부의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다.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는 경찰청이 지난달 21일 행안부 치안정책관으로부터 치안감 보직 인사안을 받아 공개했다가 2시간 만에 번복한 사건으로 경찰은 행안부에 파견된 경찰 간부인 치안정책관을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 인사안 혼선은 행안부 장관 지시를 받은 A 경무관(치안정책관)이 최종안 확인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됐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행안부는 즉각 입장을 내고 “장관은 치안정책관으로부터 (치안감 인사와 관련해) 도움을 받거나 상의한 바가 없고 해당 경무관에게 인사를 전달한 사실도 없다”며 “치안정책관은 행안부 내 조직 인력이 아니라 경찰청에서 파견된 경찰공무원이라 경찰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장관은 전혀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청은 재차 입장을 내고 “‘장관의 지시’는 인사를 차질 없게 진행하라는 지시였음을 의미한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신경전이 경찰국 운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과 행안부 사이의 명확하지 않은 소통이 경찰국 안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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