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관계 없다"는데..법카 참고인 사망에 또 소환된 배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인 김혜경씨와 관련된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중심에 있는 경기도청 전 사무관(5급) 배모씨와 관련된 의혹이 커지고 있다. 김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가 숨진 채 발견된 40대 남성이 배씨의 지인으로 드러나면서다. 이 의원은 “아무 관계 없는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기무사 출신인 이 남성이 이 의원이 성남시장 당시 주재한 회의에 참석하고, 경기도 산하 기관의 비상임 이사로 재직하는 등 관련성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성남시서 7급 공무원으로 근무한 배씨, 근무 기록 없다
31일 성남시와 지역 정가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의 한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46)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지역 정보 요원으로 활동한 전직 기무사 출신이다. 이 의원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기다. A씨는 이 당시 김씨의 수행비서 역할을 한 배씨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배씨는 이 의원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후 시장 비서실(7급)에 근무했다. 외국인 의전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시에서 근무한 기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성남시장 인수위원회 소속 정상화 특위 관계자는 “성남시에 배씨의 의전 기록과 근무일지·기록 제출을 요구했는데 ‘자료 없음’으로 통보받았다”며 “배씨가 사실상 성남시 때부터 김씨의 수행만 담당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배씨는 이 의원이 경기지사에 당선되자 경기도청 별정직 5급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이때도 경기도에 출근하지 않고 김씨를 수행하면서 경기도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법인 카드 한도 규정 때문에 개인 카드 여러 장을 섞어서 계산한 뒤 개인 카드 사용 내역을 취소하고 법인 카드로 다시 결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여기에 사용한 개인 카드 중 하나가 A씨의 카드라고 한다. A씨 말고도 여러 인물의 개인 카드가 배씨 등의 법인카드 유용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국군수도병원 내부서 근무…이 의원 아들 입원 연루?
이 의원은 “(나와) 아무 관계 없는 사람(A씨)이 검찰·경찰의 강압수사를 견디지 못해 돌아가셨는데 그게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부인했다. 그러나 A씨는 기무사 요원으로 일하던 2014년 12월 성남시장이었던 이 의원이 주재한 ‘통합방위협의회 4분기 회의’에 참석했다. 통합방위협의회는 성남시장이 의장을 담당하고 국정원, 국군 기무부대 성남지역 관계관과 성남시의회 의장, 성남지역 경찰서장, 소방서장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A씨는 2016년 2월과 6월 당시 성남시 부시장이 주재한 통합방위협의회에도 참석했다.
A씨는 기무사에서 성남시를 담당할 당시 성남 국군수도병원 안에 있는 안보상담소에서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서 지역 정가에선 “A씨가 이 의원 아들의 국군수도병원 특혜 입원에도 관여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의 아들 B씨는 2013년 8월부터 2015년 8월까지 경남 진주시에 있는 공군 기본군사훈련단 인사행정처 행정병으로 복무했다. B씨는 2014년 초여름부터 52일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했는데 당시 입원 인사 명령 문서 등이 누락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빠 찬스’ ‘황제 입원’ 논란이 제기됐다.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A씨가 국군수도병원 내부에 있는 사무실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입원 등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였다”며 “당시 A씨와 배씨가 친분이 있었고, 진주에서 근무한 B씨가 수백㎞ 떨어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한 점 등으로 볼 때 관련성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의원 측은 “A씨가 당시 대리로 통합방위협의회에 참석한 것으로 안다”며 “10여년 간의 수많은 회의에 대리 참석자를 알고 지낸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고, 이 의원 아들의 입원에 역할을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산하기관 비상임 이사 A씨, 배씨 건물서 숨진 채 발견
A씨는 2018년 기무사를 전역한 뒤 한 방위사업체에 근무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경기도 산하기관인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의 비상임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그는 재직했던 방위사업체 이사를 주요 경력으로 명시했는데 이 회사 등기에 A씨의 이름이 없었다. 이 의원의 최측근인 이태형 변호사와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도 비상임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관계자는 “당시 공모 절차를 진행해 A씨를 비상임 이사를 뽑았다”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배씨의 재산 형성 과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배씨는 2013년 어머니와 함께 2013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땅을 사 4층짜리 빌라를 지었다. A씨는 이 빌라 3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배씨는 2000년과 2010년엔 서울 성북구와 송파구에 아파트 2채를 구입하는 등 총자산이 50여억원 규모라고 한다.
경찰은 배씨를 최근 불러 비공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아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다. 배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민단체 등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고발됐다. 경찰은 법인카드 유용과 관련된 혐의로도 배씨를 불러 조사할 전망이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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