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강제징용 의견서' 제출..'현금화' 앞서 외교 노력 알렸다
강제징용 문제의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고 있는 외교부가 지난 26일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엔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민관협의회 개최 등 국내적 노력 ▲한·일 양국의 외교적 협의 ▲기타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강제징용 문제는 한·일 양국의 과거사에서 파생된 외교적 사안인 만큼, 행정부 차원의 문제 해결 프로세스도 존중해달라는 ‘사법 자제’를 우회 요청한 셈이다.
‘외교·공동이익·의견수렴’ 설명
이번 의견서 제출은 민사소송규칙(제134조의 2)에 근거한 절차다. 해당 법령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공익과 관련된 사항에 관하여 대법원에 재판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외교부는 현금화 조치가 강제징용 피해자와 일본 기업 간 민사의 영역이지만, 한·일 외교 관계를 통해 발생하는 공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대법원 민사 2·3부는 일본 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상표권·특허권)을 강제로 매각해 현금화한 뒤 배상금으로 사용해달라는 강제징용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관련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9월 현금화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날 예정인데, 대법원이 현금화 명령을 내릴 경우 한·일 관계가 불통 수준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협의회에서 참석자 대다수가 현금화 조치를 통해서는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은 이유다.
지난 18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현금화 결론이 나기 전 어떤 형태로든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당시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한·일은 현금화가 되면 안 된다는 데 대해 엄중한 인식을 공유했다”고 강조했다. 일본 외무성 당국자 역시 “현금화 문제를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겠다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그간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사법부와의 소통을 의도적으로 자제해 왔다.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건수 등의 현황 자료를 요청하는 것마저 주저했다. 2016년 11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 행사와 관련 부정적 견해들을 주로 인용한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것이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진 데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트라우마 됐던 2018년 의견서
외교 소식통은 “이미 강제징용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민관협의회 개최와 한·일 협의 내용 등이 알려진 상황에서 유사한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이 ‘긁어 부스럼’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현금화 조치가 아닌 외교적 해법이 필요하단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족 손잡고, 편안히 눈감는다" 서울대병원 8평 그곳의 비밀
- "생기부 써줘, 취업해야돼"…대구 여교사-남고생 충격 녹취록
- 지구 최상위 3%만 눌 수 있는 진귀한 똥… 목숨도 살린다
- 아내와 아이 17년간 감금한 남편…비명소리 감추려 한 행동
- "처음 맡아본 냄새, 옆집 문 여니…" 씁쓸한 사연이 공개됐다
- 태풍 '송다'가 몰고 온 물폭탄…특이한 기상 현상 나타났다
- "미용실 원장은 상간녀" 전단지 범인 잡고보니…충격 정체
- 50살 노장이지만 세계 최강…탄도미사일 잡는 '신의 방패'
- 청와대 출신 '고스펙'도 갈 곳 없다…선거 진 민주당 씁쓸한 취업난
- 먹고 서로 부둥켜안았다, 윤 대통령-이준석도 화해하게 한 '이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