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 노동자 죽음, 1년만에 근로계약서 위조" 주장
[윤성효 기자]
▲ 한국법과학연구원(국제법과학감정원)은 2021년 6월 19일 산재 사망한 고 노치목 노동자의 표준근로계약서가 위조되었다는 감정소견을 내놓았다. |
ⓒ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한 지 1년만에 '근로계약서'가 위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망한 노동자는 당시 28세였다. 31일 민주노총 경남본부,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아래 산추련)은 고(故) 노치목씨와 관련해 "죽음 1년만에 사측의 근로계약서 위조가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고인은 2021년 6월 19일 경남지역 한 섬에서 행해진 공원 공사에 투입돼 작업하다가 넘어진 굴착기에 복부가 눌리는 상해를 입었다. 당시 유족들은 "하루 전날 내린 비 때문에 지반이 불안함에도 신호수도, 안전장치도 준비되지 않았으며, 평소와는 달리 단 4명만이 동원된 작업을 수행하던 중 굴착기가 지반의 붕괴와 함께 전도됐다"고 밝혔다. 재해 직후 노치목씨는 동료들에게 호흡 곤란과 복부의 고통을 호소하며 "살려 달라"고 했다고 한다.
산추련은 "사고 현장에 있었던 사측 관계자는 119에 전화해 재해자가 '산책하다 넘어졌다. 굴렀다'며, 신고 장소는 재해자가 있는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로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허위정보로 인해 119 소방대는 재해자가 위중한 중증 환자임을 알지 못한 채 출동했다. 치료시기를 놓친 것"이라며 "사고 추정 시각으로부터 1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에 도착했으나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또 산추련은 "사측은 고인 사망 후 또 다시 1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고용노동부에 사망 사실을 신고했다"고 했다.
이후 고인의 어머니를 포함한 유족들은 젊은 나이에 황망히 세상을 떠난 고인의 죽음과 관련해 여러 의혹을 제기했고, 근로계약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이 이번에 밝혀졌다는 것이다.
한국법과학연구원, "근로계약서-고인 필적 각기 차이나" 소견
유족으로부터 근로계약서의 필적 감정을 의뢰 받은 한국법과학연구원(국제법과학감정원)은 "표준근로계약서 근로자 부분 필적과 노치목 필적은 각기 차이나는 필적으로 사료된다"는 감정소견을 내놨다. 즉, 근로계약서 상 필적이 노치목씨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산추련 등은 근로계약서 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산추련은 "사측이 노치목의 이름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제출한 고인 명의의 근로계약서가 위조된 것이었다"며 "고인의 이름을 누군가가 대신 써서 작성했고, 위조한 근로계약서를 근로복지공단 등에 제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근로계약서) 위조의 시기는 명확하지 않으나 사측의 행위에 비춰 볼 때 고인의 사망 이후일 것이며, 그 목적은 여러 법적 책임 즉, 피해자가 받은 일당을 기준으로 하는 여러 보상 및 배상의 책임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었을 것"이라고 봤다.
유족과 산추련은 "수사기관은 이 문제에 대해, 단순한 사고 사망 사건이 아니라 산업재해를 은폐하기 위해 신고를 늦추고 구조를 지연시킨 것이 고인의 사망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이들은 "이미 확인된 '근로계약서의 위조'는 누가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저지른 일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하며,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산추련은 "유족들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한 치의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노동계 "한 치의 의혹 없도록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고인처럼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측의 산재 은폐 및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 강력하게 투쟁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 사회는 고 노치목 노동자와 같은 허망한 죽음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김태형 변호사는 "근로계약서 위조는 사문서위조(행사죄)에 해당하기에 유족들이 고소를 하기로 했고, 근로복지공단의 업무를 방해한 '위계에의한업무방해'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해당 건설 업체의 현장소장은 당시 발생했던 산재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형(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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