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살 입학' 교육계⋅부모 반발..의견 수렴 진통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2025년부터 만5세로 1년 낮추는 내용의 업무보고를 했다.
기존 ‘초6-중3-고3’의 12년 학제는 그대로 유지하되 취학연령만 앞당겨 만17세에 대학에 입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현행법상 초등학교 입학 시기는 만 6세가 된 다음 해 3월 1일이다. 한국 나이로 8세가 되는 해에 입학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경우 빠르면 2025년부터 해당 방안을 적용시킬 계획이다.
시행 초기에는 4년간 25%씩 입학 시기를 당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교원 수급이나 학교 공간 등의 한계가 있어서다.
25%씩 입학 시기를 앞당길 경우 2025년부터 학제가 개편 기준 2025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들은 2018년 1월∼2019년 3월생이다. 이어 2026년에는 2019년 4월∼2020년 6월생, 2027년에는 2020년 7월∼2021년 9월생, 2028년에는 2021년 10월∼2022년 12월생이 입학할 전망이다.
교육부는 “사회적 약자계층이 빨리 공교육 체계 안에 들어와 출발선상에서의 교육격차를 국가가 책임지고 조기에 해소하고자 한다”면서 “선호도 조사까지 함께 포함해서 추진될 예정이다. 학부모들이 이에 동의할지는 다른 변수”라고 개편 이유를 밝혔다.
“만 5세가 40분 수업을?”…유아교육계⋅학부모 반발
유아교육계에서는 아동 발달단계의 문제를 들며 취학연령 하향에 반대하고 있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은 “유아의 성장이 빨라진 것처럼 보여도 만5세 유아는 15~20분의 활동시간이 지나면 집중력을 잃는 것이 대부분”이라면서 “결국 더 이른 나이에 학업 스트레스에 지치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제 개편이 교육부가 추진하기로 한 유보통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복지본부장은 “만5세 유아를 주 교육대상으로 삼는 유아교육·보육계로서는 이를 초등교육에 빼앗기는 셈”이라며 “이럴 경우 유보통합의 방향과 예산, 인력 문제도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이를 두고 “초등학교는 교육과 돌봄의 분절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냐”면서 “현재는 유아 교육, 돌봄에서 확보된 인프라로 유보통합 연계체제를 만들어 가는 것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단체 반발도 예고됐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비롯해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13개 단체는 오는 8월1일 ‘만5세 초등학교 조기입학 학제개편안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학제개편안에 대한 반대와 함께 이들은 ‘교육부로의 유보통합’에 대해서도 촉구할 예정이다.
유명 맘 카페 등에는 갑작스런 교육부의 발표에 혼란스럽단 글들이 수십 개 씩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아이들이 한 달, 한 달 그 개월 수 차이가 엄청 크다. 진도를 다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아이들 학원 다니는 시기가 더 앞당겨지겠다”, “태어나자마자 조기교육 시켜야 할 판”, “입시 문제까지 염두에 두고 개편해야 하는데 그것까지 생각한 것인지 모르겠다” 는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교육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후폭풍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학제개편을 택한 것 자체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기존 학년 불이익 등 과제 산적
특정 학년의 불이익, 재정 등 합의가 필요한 과제들이 놓여있어 학제개편을 이루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학제개편 시기에 맞물린 학생들이 입게 될 불이익 문제가 있다. 정책 추진 단계에서 만5세 아동과 6세 아동이 동시에 입학하는 경우 이들의 입시·취업 경쟁률이 올라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학제개편안 대로라면 일부 학생들은 한 학년이 40만명 안팎인 상황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통계청 통계에 따른 출생아가 모두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고 가정할 경우 2025학년도 취학 대상은 2018년생 32만6822명과 2019년 1∼3월생 8만3030명을 합친 40만9852명이다. 2학년에 올라가는 2017년생(35만7771명)보다 5만2000명가량 많다.
2026학년도 취학 대상은 36만1504명, 2027학년도 취학 대상은 33만3355명이 된다.
학제개편 과도기의 교육 공간·교사수급 등 문제도 있다. 일시에 초등학교 입학생이 2배가 되면 시설 확충과 교원 충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확충이 이뤄져도 문제다. 일시적으로 늘어난 학생들이 졸업할 경우 유휴 시설과 교원이 또 다른 사회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막대한 재정 투입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007년 한국교육개발원은 다양한 학제개편안 형태를 검토하면서 취학연령 1년 하향 학제 개편에 드는 순수비용이 2008년 기준 2020년까지 45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를 인식해 교육부는 업무보고에서 출생한 달에 따라 시행 첫해에는 1~3월생이 입학하고 이후 매년 4~6월생, 7~9월생, 10~12월생까지 입학 인원을 늘려나가는 안을 내놨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한 학년 학생을 30만명이라고 했을 때 이들을 4년에 걸쳐 25%씩 전환하더라도 같은 시기 입학하는 학생이 늘어 대입경쟁률이 증가하고 취업과 사회생활 전반에 피해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피해학생은 150만명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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