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섭의 금융라이트]코인 26억달러는 어떻게 중화권으로 나갔나

송승섭 2022. 7. 3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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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수상한 외환거래 4.1조원
신생기업이 단기간 천번 넘게 송금
기업 계좌 열어보니 대표가 동일인
관련 자금 중 25억달러는 홍콩으로

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 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용어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최근 금융권에서 불거진 수상한 외환거래에 대한 의혹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출발한 수조원의 자금이 여러 기업을 거쳐 해외법인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죠. 누가 왜 어떤 과정을 거쳐 자금을 해외로 옮긴 걸까요? 복잡할 수 있는 외환송금 과정을 상세히 알려 드립니다.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이상한 외환송금 거래는 33억7000만달러입니다. 한화로 약 4조1000억원에 달하는 큰돈이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확인된 것만 이 정도인데, 이들 은행이 처음 보고했던 2조5000억원보다 더 늘어났습니다. 금감원은 현재 국내은행 전체의 외화송금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총 53억7000만달러로 추후 검사결과에 따라 이상거래는 더 늘어날 수도 있죠.

그런데 뭐가 이상한 거래라는 걸까요? 국내에서 돈을 외국으로 보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건데 말이죠. 금융권이 이번 외환송금을 수상하게 받아들이는 첫 번째 이유는 반복적인 거래 횟수입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이상 외환거래에 연루된 기업은 중복된 곳을 빼면 22곳입니다. 이들 22개 기업은 신한은행에서 17개월간 1238회, 우리은행에서는 13개월간 931회에 달하는 외환송금을 처리했습니다. 통상적인 업무라고 보기에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횟수죠.

두 번째로 수상한 점은 돈을 주고받은 기업들의 정체입니다. 외환송금에 연루된 기업들이 어떤 곳인지 들여다봤더니 귀금속 업체도 있었고, 화장품, 여행 관련 회사, 각종 도·소매 업체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이었죠. 일부 기업은 매출이나 자본금도 매우 적었죠. 조그마한 신생기업이 수조원에 달하는 한국 돈을 외국으로 보내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돈 주고 받은 기업들…알고 보니 대표가 '동일인'

석연치 않은 부분은 또 있습니다. 바로 서로 돈을 주고받은 기업들의 관계입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자금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돈 대부분은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출발했습니다.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원화가 다수의 개인·법인에게 이체됩니다. 이 돈은 다시 특정 무역회사에 모입니다. 이 무역법인은 은행을 통해 한국 돈을 외화로 바꿔 외국 법인에 송금했습니다.

그런데 각 회사의 계좌를 열어보니 명의가 같은 사례가 발견됐습니다. 돈을 주고받은 여러 기업의 대표가 동일 인물이었다는 겁니다. 사촌이 대표인 기업에 돈을 보낸 곳도 있었고요. 한 사람이 여러 법인의 임원을 겸임하고 있기도 했고요. 일명 ‘특수관계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기간을 달리해 돈을 주고받다가 해외로 돈이 빠져나간 것이죠.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누가 이득을 본 것일까요? 현재까지는 어떤 국가로 흘러들어 갔는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됐습니다. 자금은 홍콩에 25억달러가 이체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일본이 4억달러 정도였고, 미국이 2억, 중국이 약 1억6000만달러였죠. 돈을 받은 해외법인은 가상자산거래소는 아니며 일반법인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누가 가상화폐를 원화로 바꾼 지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입니다. 아직까지 금감원이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해 검사하거나 들여다볼 권한이 없기 때문이죠. 금감원은 어떤 가상자산거래소인지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않았지만 “복수의 거래소가 연관돼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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