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렵다던 대통령비서실 공무원, 벌금 50만원에 날린 사연
공무원 채용 면접 대기실.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지를 받습니다. 만약 벌금 50만원 약식명령 정도의 전력이 있다면, O, X 중 어디에 체크하시겠습니까? '비교적 정도가 가벼우니까 숨길까?' 하는 순간적인 마음 때문이었을까요. 이 거짓말로 그 어렵다는 공무원 임용이 마지막 관문에서 좌절된 사례가 있습니다. 법적 다툼까지 이어졌는데, 결론은 어땠을까요?
[그법알 사건번호 65] ‘수사 받은 적 있나’ 질문에 “아니요” 거짓말… 공무원 합격 취소?
2018년 대통령비서실 전문임기제공무원 채용시험에 응시한 A씨. 모든 전형을 통과해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별안간 합격은 취소됐고, 게다가 이후 5년간 공무원 임용시험에는 응시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면접 전형에서 써낸 '인사검증 사전 질문서'가 화근이었습니다.
'형사사건 또는 직무관련 비위 등으로 경찰청, 검찰청 또는 감사원 등으로부터 수사나 조사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하는 질문, A씨는 '아니요'란에 체크했었는데요. 사실 A씨는 2018년 5월에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A씨가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해 1심 재판까지도 계속되고 있었죠. 합격자 신원조사와 인사검증 과정에서 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겁니다.
A씨는 합격 취소와 응시자격 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대통령비서실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관련 법령은!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법령은 공무원임용시험령 제51조 제1항입니다. 컨닝이나 대리시험, 서류 위조 등의 부정행위를 하면 합격을 취소하고 5년간 국가공무원 임용 시험의 응시자격을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요.
특히 제5호에서는 '시험에 관한 증명서류에 거짓 사실을 적거나 그 서류를 위조·변조하여 시험 결과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비서실이 A씨의 합격을 취소한 근거이기도 하죠.
그런데 여기에 대해 A씨는 "사전 질문서는 제5호에서 말하는 시험에 관한 증명서류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 판단은?
1심 재판부는 A씨 주장대로 사전 질문서가 '시험에 관한 증명서류'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응시자들이 면접 공통 질문에 대해 답변을 표시해서 제출한 서류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거짓말로 써도 문제가 안 되는 것일까요? 재판부는 사전 질문서가 '사실대로 기재해야 할 서류'라고 판단했습니다. 우선 모집공고에 "제출된 서류에 기재된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합격을 취소할 수 있다"고 써 있었고요. 공무원임용시험령 제51조 제1항의 제7호도 '그 밖에 부정한 수단으로 본인 또는 다른 사람의 시험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비서실이 A씨의 행동에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이런 주장도 했습니다. "사전 질문지에는 '경찰청 조사'라고 써 있는데, '경찰 조사'와는 다른 것으로 인지했다"라는 건데요.
재판부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경찰청, 검찰청, 감사원'은 수사와 감사에 대한 국가업무를 담당하는 대표적인 중앙행정기관을 예시로 든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전 질문서의 다른 질문에서도 성비위나 금품 비위 등을 묻고 있는 점 등을 비춰보면 '경찰청 조사'와 '경찰 조사'를 다르게 이해했을 리 없다는 거죠.
그러면서 재판부는 "품행과 관련한 평정요소는 응시자들이 스스로 정보를 밝히지 않으면 면접 과정에서 반영하기 어렵다"고 언급했습니다. 범죄경력이나 수사경력은 공무원 임용의 중요한 평가 요소인데 A씨가 이를 은폐했고, 결국 부정한 수단으로 채용시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지난 2020년 6월 1심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2심과 3심에서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도 A씨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31일 밝혔습니다.
■ 그법알
「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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