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다이어리]지지율 30%대, "美 침체 아니다" 외쳐보지만

뉴욕=조슬기나 2022. 7. 31. 01: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지난 주 미국을 달군 논쟁 중 하나는 바로 '경기침체(Recession)'다.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미국이 침체에 빠졌는지 여부를 두고 지표 발표 전후로 갑론을박이 벌어진 탓이다. 통상 두 개 분기 연속 역성장은 '기술적 경기침체'로 평가된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연율 -0.9%를 기록한 미국의 경우, 1분기(-1.6%)에 이어 기술적 침체의 요건을 충족시킨 셈이다.

경기침체 논란은 그 자체만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30%대 국정수행 지지율로 고전하는 그로선 확산하는 침체 공포감을 일축시킴으로써 최소한 경제주체들의 심리라도 살릴 필요가 있다. GDP 발표 직전에도, 직후에도 대통령이 나서서 "경기침체 상황이 아니다",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게 놀랄 일은 아니다"고 우려 불식에 나선 배경이 여기에 있다.

백악관은 이미 GDP 발표에 앞서 이달 중순부터 일종의 여론전에 돌입했다. 지난 21일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를 어떻게 판단합니까'라는 블로그 게시물이 대표적이다. "경기침체는 무엇인가"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글은 "일각에서는 2개 분기 연속 실질 GDP 마이너스 성장이 경기침체 요건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공식적인 정의도, 경제학자들이 경기사이클 상태를 평가하는 방식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 GDP가 뒷걸음질 치더라도 경기침체를 나타내진 않는다고 예고하며 미리 여론 선점에 나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종합적인 경제 상황을 살펴 공식적인 경기침체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NBER에 따르면 경기침체는 ‘경제 전반으로 확산해 몇 달 이상 지속되는 경제활동의 커다란 감소’로 정의된다. 8명의 경제학자로 구성된 NBER는 GDP뿐 아니라 노동지표, 소비지출, 산업생산 등 8가지 주요 경제지표를 종합해 평가를 내린다.

1992~2019년 NBER 경기사이클 결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제프리 프랑켈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앞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2개 분기 GDP 역성장 여부로만 (경기침체를) 판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2001년 당시 성장률이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1분기씩 오갔음에도 침체 판정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경제수장인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GDP 발표를 앞두고 "(마이너스를 기록하더라도) NBER가 이 시기를 침체로 규정한다면 놀랄 것"이라고 주장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로선 다수의 경제학자들도 바이든 행정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주된 대응 논거인 강력한 노동시장뿐 아니라 가계소득, 산업성장 등 각종 지표도 현재로선 나쁘지 않다는 진단이다. 2분기 미국의 고용은 110만개 늘어났다. 이는 지난 침체 당시 첫 석달간 일자리 24만개가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미국의 실업률은 4개월 연속 3.6%로 50년래 최저 수준에 가깝다.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둔화하고 있기는 하나 2분기에 여전히 플러스(1.0%)를 기록했다는 점도 아직 경기침체 진입을 규정하기 어렵다고 여겨지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오히려 월스트리트에서 경계하는 것은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침체 가능성이다. 그간 우려했던 하방 리스크들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결국 경제 성장에 악재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CNBC방송이 최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Fed의 노력이 경기침체를 유발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63%가 ‘그렇다’고 답했다. 주요 투자은행과 기관들이 내놓는 경기침체 가능성도 매월 높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최근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1.4%포인트나 낮춘 2.3%로 하향 조정하고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했다.

침체 여부를 떠나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현 경제 상황은 악재 그 자체다. 치솟은 인플레이션은 Fed의 연이은 금리 인상에도 좀처럼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고, 휘발유값부터 식품까지 생활물가가 오르자 이는 고스란히 지지기반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달 중순 퀴니피악대학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31%로 역대 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특히 부문별로 경제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불과 28%였다. 미국인 10명 중 7명 이상이 바이든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를 반대했고, 여당인 민주당 지지자들조차 절반 이상이 재선 도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폴리티코 설문에서 미국인 대다수가 이미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고 답하는 등 체감 경기는 악화할대로 악화하고 있다.

이제 지지율 30%선도 위태위태하다. 중간선거 이전까지 바이든 대통령에게 경제 성과를 부각할 지지율 반등 기회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 '아버지 부시'로 알려진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후, 빌 클린턴이 만든 캠페인 구호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였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