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오늘] 중국의 '내로남불' 문화 제국주의

2022. 7. 3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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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E.H. 카(Edward Hallett Carr)

프랑스의 중국인 유학생들이 지난 23일(현지시간)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디올 플래그십 스토어 앞에서 디올 제품이 중국의 전통 의상을 모방했다고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웨이보 캡처


지난 23일(현지시간) 약 50명의 중국인 유학생들이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디올이 최근 출시한 치마 중 하나가 중국의 명·청대 한족 여성들이 입던 마멘췬(馬面裙)을 모방했다는 이유였다.

시위대는 ‘중국 전통 의상이다’ ‘문화 도둑질 중단하라’ ‘수천년의 우리 문화를 이대로 빼앗길 수 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이어갔다. 유학생 중 한 명은 마멘췬을 입고 디올 매장을 찾아가 논란이 된 치마 옆에서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웨이보에 달린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외에도 한국에서 중국 전통 음식 중 하나인 ‘마라탕’이 인기를 끌자 중국 현지의 일부 누리꾼들이 “마라탕을 한국이 빼앗으려 한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이 됐다. 지난 22일 중국 중앙방송 CCTV는 마라탕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는 “한국이 김치에 이어 곧 마라탕을 훔쳐 갈 것이다”는 댓글이 달렸다.

중국의 일부 누리꾼들은 중국의 절임 채소 ‘파오차이’가 김치의 근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0년 11월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국시보가 민간단체인 국제표준화기구(ISO)를 통해 파오차이를 국제 표준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국 김치 또한 파오차이에 해당하므로 중국이 김치산업의 세계 표준이라고 주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1년 국제연합(UN) 국제식량농업기구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한국 김치를 국제적 표준으로 공인했다. 중국 파오차이는 채소를 절이거나 끓인 후에 발효하는 염장 채소로 피클 과에 속한다는 점에서 김치와 다르다. ISO/FDIS 24220 문서에는 “이 문서(파오차이 관련 문서)는 김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This document does not apply to Kimchi)”고 명시돼 있다. 즉 중국이 근거 삼은 ‘표준’은 김치와 무관하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중국은 우리나라 전통 의복인 한복이 명나라의 ‘한푸’를 계승한 복장이라고 주장했다.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과 아이돌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무대의상으로 입었던 개량 한복 등이 타겟이 됐다.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는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소수민족 대표로 출연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2월 2일 보그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한푸' 관련 사진과 글. 서경덕 교수 제공


미국 유명 패션지 보그(Vogue)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한복풍 의상을 착용한 중국인 유튜버의 사진을 올렸다. 보그는 해당 의상을 한푸라고 소개하며 “한족이 통치하던 시대의 옷으로 정의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에 등장한 모델까지 “한복은 한푸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혐오가 역사를 바꿀 수 없다” 등의 영상을 올렸다.

중국이 한복을 자신들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 명나라의 복식이 한국의 한복과 상당 부분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명나라 복식 한푸는 당시 유행했던 고려 양식인 ‘고려양(高麗樣)’이었다.

고려양이란 13세기 중엽 이후 원나라를 중심으로 동아시아에서 고려의 옷과 음식이 유행했던 현상을 말한다. 몽골(원)의 침입 이후 몽골은 수많은 처녀들과 공물을 바칠 것을 고려에 요구했다. 이를 통해 고려의 의복과 음식, 문화양식이 원나라로 넘어가며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후 원나라가 멸망하고 명나라가 세워지면서 자연스럽게 명나라 초기 복식이 고려양식의 영향을 받게 됐다.

한복과 한푸는 실루엣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한복은 치마 볼륨감이 크며 풍성한 형태를 띤다. 그러나 한푸는 옷을 휘감아서 착용하는 방식으로 일자로 떨어지는 실루엣을 가진다는 특징이 있다.

중국은 여러 차례에 걸쳐 한국 문화를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2011년에는 우리나라 전통 민요 ‘아리랑’을 중국의 국가 문화유산으로 등록한 적이 있다. 또한 “푸른 하늘 은하수~”로 시작되는 동요 ‘반달’을 조선족의 민요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과거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의 일부라고 주장했던 ‘동북공정’이 이제는 ‘문화공정’으로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배규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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