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저질 게임 광고, 부끄러움은 국내 게임사 몫

강한결 2022. 7. 3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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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째 반복되는 '저질 게임광고 논란'
해외 저질게임 광고에 국내 게임업계도 덩달아 비판
게임위 "문제 인식하지만, 선제적 조치 어려워"
중국 모바일 게임 '왕이되는 자'의 광고 영상 화면.   사진=유튜브 영상화면 캡처

유튜브 시청 도중 광고 영상이 하나 나온다. 넝마에 가까운 옷을 입은 여성이 밧줄에 묶인 채로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부탁을 들어주면 고마움을 표현하면서 “몸으로 은혜를 갚겠다”며 낯 뜨거운 말을 한다. 이후 양산형 그래픽의 게임을 다운로드 받으라는 문구가 나온다. 

한동안 잠잠했던 저질 게임광고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앞서 유튜브를 중심으로 저질 광고가 판을 쳤다면 이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 게임 내 광고(인앱 광고)에서도 무분별하게 영상들이 노출되고 있다. 해당 광고들은 이용자의 연령을 가리지 않고 송출되는데, 특히 성인지 관념이 제대로 자리잡지 않은 어린이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게임업계에 내부에서는 “대부분 문제가 되는 영상은 중국게임 광고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우리는 싸잡혀서 욕을 먹는다”라는 푸념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측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복자 칸' 광고.   유튜브 화면 캡처

최근 많은 유튜브 시청자들은 클릭터치의 게임 ‘정복자 칸’ 광고에 대해 지탄을 보내고 있다. 이 게임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류의 시리즈 광고를 계속해서 공개하고 있다. 정복자 칸을 배급한 클릭터치는 과거 ‘황제를 칭하라’를 통해서도 저질 광고를 선보인 바 있다.

그나마 유튜브는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혹은 ‘애드블락’ 등의 추가 애드온을 설치하면 이러한 광고 시청을 막을 수 있지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의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러한 저질 게임광고를 차단할 뚜렷한 방도가 없다. 불륜을 연상시키는 소재부터, 게임내용과 전혀 연관이 없는 허위 장면을 담은 광고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아동복지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사회복지사는 “최근 몇몇 친구들이 모여 유튜브 영상을 보는데 영상 중간에 굉장히 낯 뜨거운 광고가 나와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면서 “아직 성인지 관념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어린이들이 이러한 선정성 높은 광고에 노출되면 당연히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내부에서는 게임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저질 게임광고에 대한 단속을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게임업계 홍보 담당자는 “몇 년 전부터 문제가 되는 저질 광고는 대부분 외산게임인데, 정작 국내 게임업계의 인식이 나빠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정부기관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게임광고 규제 권한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게임위가 맡고 있다. 다만 게임위는 게임법을 위반한 경우에만 광고 삭제 요청을 하고 있기에, 적극적으로 제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문체부는 지난달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제4차 청소년보호종합대책’에 따라 청소년에게 유해한 게임 광고 제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동안의 사례를 볼 때 유의미한 정책이 나올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나마 민간기구인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가 2020년부터 광고 심의를 위한 자율 규제안을 운영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는만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게임위 측은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선제적 조치를 과감하게 내리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르면 게임위는 등급을 받은 게임물의 내용과 다른 내용일 경우에만 사후적 광고심의를 할 수 있다.

게임위 담당자는 “게임 광고의 경우 등급받은 내용과는 다르게 광고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며 “실제로 열에 아홉 업체는 규정을 준수하는데 문제가 되는 소수의 업체로 인해 게임업계 전반이 비판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게임위 담당자는“게임위가 다른 유관기관에 업무를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는 것을 안다”며 “이같은 실망감을 줄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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