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매음' 뭐길래.."남친이 고소 당했는데 헤어져야 할까요?"

이병준 2022. 7. 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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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XX 같은 X아. XX 보여봐.’ 지난 6월, 서울북부지법에서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A씨가 15살 소년에게 보냈던 문자 메시지 내용이다. A씨는 지난해 8월, 메신저로 대화하던 15살 소년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문자를 보내고,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을 맡은 형사3단독 임민성 판사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아동을 상대로 한 범행내용에 비춰 죄질이 가볍지 않고, 피해자로부터도 용서받지 못했다”고 했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도 지난 8일,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벌금 200만원형이 선고됐다. 지난해 7월 한 게임을 플레이하던 중 채팅을 통해 다른 플레이어에게 ‘니 XX 불법성매매’ ‘XX 따먹어야지’ 등의 문자를 전송한 혐의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활동이 늘면서 성적인 모욕이나 욕설을 했다가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처벌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젊은 층 사이에서 ‘통매음’이라는 용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통매음으로 검거된 인원은 2012년 899명에서 2020년 2296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2018년 1581명, 2019년 1590명으로 제자릿수였던 검거 인원은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 2296명으로 폭증했다. 법조계에선 통매음 피의자 대부분을 청년층 남성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012년에는 전체 검거 인원의 89.2%(802명), 2020년엔 81.1%(1861명)가 남성이었다.


합의해도 기소 가능…공연성 입증 필요 없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형법에 따르면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만족하게 할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인터넷상의 모욕적인 표현을 처벌한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유사하지만, 범행의 목적성이나 공연성 등에서 차이가 있다.

신진희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형법에서 말하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공연성이 중요하다. 대면으로 일어나지 않는 일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을 적용할 수 있는데, 구성요건에 ‘비방의 목적’이 있다”며 “통매음의 처벌 대상은 사람이 기분 나쁠 수 있는 성적인 언동이 포함된다. 공연성이나 비방의 목적을 입증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 합의해도 기소될 수 있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이버범죄연구회장)는 “통신매체이용음란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말 등을 송부했다는 사실이 (보통) 확실하기 때문에 형사처벌도 쉽다”며 “일대일 통신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통매음은 2010년 성폭력처벌법이 제정되면서 만들어졌다. 이전까진 정보통신망을 통해 음란물을 유통하는 등의 행위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었지만, 랜덤채팅 앱이나 게임 내 욕설 등도 처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합의하지 못하면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돼 전과가 남기 때문에, 통매음으로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불안해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회사로 통보 가면 잘리는 거 아니냐’ ‘소문날 거 같은데, 여자친구랑 어떻게 헤어지냐’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지난달엔 2년간 교제 끝에 약혼한 남자친구가 통매음으로 고소를 당했다며, 헤어져야 할지 묻는 글이 퍼지기도 했다.


"자율 규제하도록 입법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음란물 유포나 성적인 모욕 등을 처벌하는 것만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완 교수는 “기업이나 민간단체 등이 운영하는 게시판이나 채팅방 등을 관리하도록 의무 조항을 만들거나, 시민 보안관을 임명하도록 하는 것과 같이 인터넷 사업자가 자율 규제에 참여하도록 입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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