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 입학' 진통 예고.. 박순애 "교육청과 논의 안해"

구자창 2022. 7. 3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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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 업무보고를 마친 뒤 출입기자들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이르면 2025년부터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5세로 1년 낮추는 학제개편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29일 밝힌 가운데 실제 적용까지 진통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실제 정책을 수행할 교육당국은 물론 일선 교사나 학부모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입시 경쟁 과열’과 함께 ‘보육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아직 교육청과 공식적으로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한 발언도 논란에 불을 붙였다.

교육부 “사회적 약자, 공교육 빨리 들어와야”
이날 정부가 낸 입장의 골자는 ‘교육격차 축소’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공교육 편입시기를 앞당겨 국가 책임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부모의 경제적 수준 차이와 관계없이 어린이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모든 국민은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에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를 만 5세로 앞당긴다는 것이다. 박 부총리는 “사회적 약자도 빨리 공교육으로 들어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번 학제개편은 당초 현 정부의 교육 분야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날 박 부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교육부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갑작스레 공론화됐다. 박 부총리는 사전브리핑에서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고 중장기 로드맵이 만들어지면 아이들이 조금 더 일찍 공교육 영역 안에 들어올 수 있게 계획을 세워나가는 중”이라고 했다.

박 부총리 “교육청과 아직 공식 논의 없어”
일각에서는 급조된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박 부총리는 이날 “학제개편과 관련해 여러 사안들이 있는데, 아직은 교육청과 공식적으로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가 산업 인력 양성에 방점을 찍은 현 정부의 교육철학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노동시장 진입 연령을 낮춰 초혼연령을 앞당기는 동시에 노동기간을 늘리려는 대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교육 강화라는 명분 이면에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사회 퇴화를 막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는 등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취학연령 조정을 단계적으로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 시행될 경우 취학연령이 낮아지는 건 76년 만에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1949년 최초 제정됨 교육법 96조에서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만 6세로 정했다.

박 부총리는 2025년부터 2028년까지 4년간, 2018∼2022년(5년) 출생 아동들을 나눠서 입학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2025년에는 2018년 1월∼2019년 3월 출생 아동이 입학하고, 2026년에는 2019년 4월∼2020년 6월생, 2027년에는 2020년 7월∼2021년 9월생, 2028년에는 2021년 10월∼2022년 12월생이 입학하는 식이다.

교육계·학부모 우려 쏟아져
이번 발표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아들이 발달단계에 적합하지 않은 초등학교 교육을 받을 경우 학교와 학부모, 학생 당사자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초등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온라인에서는 “장관이 하루라도 초등 1학년 담임을 해보고 나서 말하라”는 반응도 나온다.

만약 제도를 그대로 시행할 경우 초등교원 수급·양성 체제를 대거 뜯어고치고 교과과정을 손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책상과 의자 높낮이, 급식 등 학교시설 기준을 개정하는 등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우선은 입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18∼2022학년도 출생아의 경우 다른 학년보다 많은 인원이 함께 진학·졸업을 하게 되면서 20년 가까이 더 거센 입시·취업 경쟁을 겪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나이가 다르고 생일이 15개월 가까이 차이나는 학생들이 한 교실에 있게 될 경우 발달단계 차이가 큰 초등학교 1~2학년은 일대 혼란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맞벌이 부부 등의 육아돌봄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 함께 나와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 방과 후 돌봄이 어려워져 사교육에 의지하는 경우가 늘어나는데, 입학 시기를 1년 앞당기면 보육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방과 후 학교를 확대해 ‘초등전일제’ 교육을 실시하고 초등돌봄을 저녁 8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공약한 바 있다.

교육부는 향후 국가교육위원회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학제개편 등의 세부 계획을 수립해나간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취학현황 등 기초조사, 취학연령 하향 등에 대한 지역별 수요조사, 교원·시설 등 교육인프라 현황 분석을 토대로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하겠다”며 “대국민 토론회·공청회, 관계기관 간 협의·조정과 국가교육위원회의 집중 숙의 과정을 토대로 최종적인 합의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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