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탄력요금제 도입하면 집 나간 택시 기사 돌아올까
분당에 사는 윤모(32)씨는 자정 넘어 서울 성동구에서 퇴근할 때면 택시 잡기를 포기한 지 오래다. 카카오택시 등을 아무리 불러도 길가에서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해서다. 가격이 비싼 블랙이나 벤티도 마찬가지다. 윤씨는 차라리 차량 공유(카셰어링) 서비스로 직접 운전해서 귀가하는 편을 택할 때가 많다. 쏘카 등을 이용하면 일반 택시보다 돈을 좀 더 내더라도 빨리 집에 도착할 수 있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택시 대란 해결책으로 플랫폼 택시의 탄력요금제를 도입해 택시 기사들을 늘리려고 구상하고 있다. 택시 기사들이 코로나19 이후 대리나 택배 시장으로 대거 옮겨갔는데, 이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택시 수요가 몰리는 심야 시간대 요금을 탄력적으로 책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플랫폼 택시에 탄력요금제를 적용해 요금을 25~100% 올려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택시요금 체계는 탄력요금제를 일부 적용하고 있다. 고급·대형승합 택시에 한해 평소 요금의 0.8~4.0배를 받는 식이다. 카카오·우버블랙, 타다 플러스·넥스트 같은 플랫폼 택시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운행 대수가 4만2000여대에 불과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택시 공급을 (정부가) 강제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 가격을 작동시키는 수밖에는 없다”며 “택시 공급자 위주의 요금 체계가 되지 않도록 빠른 시간 내에 가장 적정한 선에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플랫폼 택시는 운송과 가맹, 중개 사업으로 분류되는데 운송사업은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차량을 운행하고, 가맹사업은 사업자가 택시를 가맹점으로 확보해 서비스한다. 중개 사업은 운송을 중개하는 것으로 카카오T 택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카카오택시로 대표되는 타입3는 대다수 이용객이 몰리는데, 콜을 골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가까운 거리는 콜이 거의 성사되지 않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서울연구원은 “단거리 호출 실패율이 장거리보다 높은 것은 승객 골라 태우기를 의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업계에선 ‘목적지 미표기’ 등 대안을 내놨지만 금세 철회됐다. 2018년 4월 당시 카카오는 목적지 비공개 서비스를 하다가 택시기사 이용률이 저조해 사흘 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정부는 강제 배차를 도입하거나 개인택시 3부제 전면 해제도 검토하고 있다. 타입3 택시에도 심야 탄력요금제를 적용해 요금을 올려주면서 강제 배차를 시행하면 단거리 운행 거부 등 택시의 ‘손님 골라 태우기’ 행태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애매한 탄력요금은 요금만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기사들이 콜을 골라서 받으면 페널티를 주거나 강제 배차 등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개인택시 3부제(2일 근무·1일 휴무)를 전면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4월 20일부터 개인택시 부제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일시적으로 해제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저녁부터 새벽 시간대 택시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자 부제 전면 해제까지도 고려하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택시 합승을 제도화해 허용했지만 업계 1위인 카카오가 서비스하지 않으면서 택시 대란의 대안으로는 자리 잡지 못했다. 업계는 요금 알고리즘을 짜기 어렵고, 가는 목적지가 비슷해도 선호하는 길이 달라 이 과정에서 승객 간에 요금 분쟁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합승 서비스 도입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합승 제도가 택시 대란을 어느 정도 완화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가격 책정 알고리즘이 복잡해 당장은 활성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탄력요금제뿐 아니라 일반 중형택시 기본요금 자체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맹 택시 사업뿐 아니라 중개사업에도 요금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심야뿐 아니라 지역별로도 탄력 요금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역별 편차가 큰데 일률적으로 요금을 올리면 물가 인상을 부추기는 꼴밖에 안 된다는 지적이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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