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의 눈물 ⑲] 간호조무사에 실밥 제거 '철퇴'.."암묵적 용인됐던 상황에 경종"

대법 재판부 "실밥 부위 상태의 이상 유무 확인하는 진료, 진료 보조 아냐"..벌금 300만원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 처분받은 간호조무사..의사가 시켜서 한 상황 고려한 듯"
"국민 보건적 관점에서 인력 부족 주장 허용해선 안 돼..의료법 위반, 엄격히 다스려야"
"시민들에게 이익되는 판결..의사, 의료현장서 경각심 갖고 근무할 것"

대법원 모습. ⓒ데일리안 DB

수술 후 실밥 제거를 간호조무사에게 맡긴 의사가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 받았다. 의사 지시로 실밥을 제거한 간호조무사는 벌금 100만원의 선고가 유예됐다. 법조계는 현장에서 암암리에 이뤄진 불법 진료행위에 대한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7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다른 환자 수술로 바쁘다"며 수술실을 떠나고 간호조무사 B씨에게 실밥 제거를 맡겼다. 일선 병원에서도 이처럼 간호조무사에게 의료 현장을 맡기고 다른 수술을 처리하러 가는 의사가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A씨는 법정에서 "실밥 제거 행위는 의료행위가 아닌, 진료보조행위"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사가 같은 의료기관 안에 공존했던 만큼 무면허 의료행위도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실밥 부위 상태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진료를 간호조무사가 단독으로 했다면 적법한 진료 보조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2심과 대법원에서도 1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의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의사 출신인 정이원 변호사는 "(의사는) 봉합하고 난 다음에 이게 제대로 (상처가) 아물고 있는지 확인하고,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한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며 "(위 판례에 나온 상황처럼) 실밥 봉합을 푸는 것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여부는 명백히 의사가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하는 진료 행위라고 판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형사처분은 직접 (형사처분을 받을만한) 행위를 한 사람에게 내려지는데, 간호조무사의 경우 법원이 (의사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봤기에 선고유예 처분을 받은 것 같다"고 부연했다.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의료계에서 (암묵적으로) 용인됐던 상황에 대해 경종을 울린 판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인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국민보건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런 주장들은 허용돼서는 안 된다. 의료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강하게 (법이) 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혜승 변호사는 "이번 판례로 인해 시민들의 입장에선 이득이 되는 판결"이라며 "(진료 행위에 있어서) 모든 의사결정은 의사가 해야 하고, 간호조무사는 옆에서 지켜보는 게 원칙이다. 앞으로 의사들이 의료현장에서 경각심을 갖고 근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