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아들, 탑승 거부됐다".. 대한항공 "착석 불가능했다"

구자창 2022. 7. 30.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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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항공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성인 아들과 함께 대한항공 여객기를 탔다가 기장의 요구로 이륙 전 비행기에서 내렸다는 사연이 전해지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대한항공 측은 해당 승객이 보호자와 승무원 통제에도 불구하고 기내를 돌아다니는 등 착석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안전 운항을 위해 내린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밝혔다.

탑승 거부 되자 “‘우영우’정도 돼야 사회 나오나”
A씨는 지난 27일 자신의 블로그에 자폐를 앓고 있는 아들 B씨가 대한항공 여객기 탑승을 거부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A씨와 B씨는 지난 2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항공편 프리스티지석에 함께 탑승했다. A씨는 “탑승 수속 때도 자폐임을 밝혔고, 탑승 대기실에서도 ‘우리 아들이 자폐예요’라는 말을 반복하며 탑승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B씨가 돌발 행동을 하면서 벌어졌다. A씨는 “아이가 답답했는지 밖으로 도망나갔다”며 “여자 승무원 하나가 남자 직원에게 쫓아가라고 해서 오히려 아이가 놀랐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내가 다시 데리고 들어온 후에는 밖으로 다시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A씨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약을 처방 받아 왔기 때문에 약을 먹였었다. 약효가 다 돌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게 당연했다”며 “그동안 아이는 총 4차례 일어나서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괴성을 지른 것도 아니고 손을 흔드는 이상행동을 한 것도 아니다. 승무원에게는 불안해 보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위해를 가한다거나 하는 행동은 전혀 없는 아이다”라고 했다.

결국 승무원은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약을 두 번이나 먹여서 조금 지나면 잘 것”이라고 했으나, 승무원이 “기장이 내리라고 했다. 기장이 한 번 정하면 번복할 수 없으니 내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A씨는 “황당했다. 고함을 지른 것도 아니고 이상한 소리를 낸 것도 아니고 여러 번 자리에서 일어난 것 때문에 쫓겨나는 게 말이 되나”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소환됐다. A씨는 “진짜 ‘우영우’ 정도는 돼야 사회에 나오라는 건지”라며 “돈이 문제가 아니라 애써 지키던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들이 깨진 건 어떻게 회복을 해야 하는 건지”라고 하소연했다.

또 “어떤 식으로 항의하고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우리의 마음이 많이 안 다치고 권리를 찾을 수 있는지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블로그 글은 현재 비공개 처리돼 있다.

대한항공 “안전 고려한 조치… 자폐 언급 없었다”
대한항공은 우선 다른 모든 승객과 동일하게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승객도 탑승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안은 안전을 고려한 조치라고 했다.

대한항공은 아들 B씨가 해당 항공편에 탑승한 후 기내·전 후방을 배회하다가 탑승교 바깥으로 뛰쳐나갔고, 좌석에 앉아 달라는 수차례의 요청에도 착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안전 운항 절차상 기내에 탑승한 승객이 기내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기내로 들어오는 행위는 금지된다.

대한항공은 “보호자인 동반인이 따라다니며 제지하려고 했지만 착석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졌다”며 “당장 하기(비행기에서 내림)를 결정하지 않고 상황을 보기로 했지만, 해당 승객이 보호자의 통제를 따르는데 지속해서 문제가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탑승 전 아들의 자폐 증상을 반복해서 말했다는 A씨 주장을 반박했다. 대한항공은 A씨가 예약 때는 물론 탑승수속카운터, 탑승구에서 자폐 스펙트럼 여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전 운항이 보장되는 상태인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게 대한항공의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기내 규정을 따르기 쉽지 않은 승객도 있겠지만, 이런 경우에는 동반인(보호자)의 통제에 따를 수 있어야 하거나 전문가 소견서 등을 통해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안전을 위한 조치였지만, 어렵게 항공여행을 결정하셨던 해당 승객과 가족들께서 겪게 된 당혹스러운 상황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심경”이라며 “이번 사안에 대해 일반적인 항공권 환불 위약금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미사용 항공권에 대해 위약금 없이 전액 환불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장애인 차별” vs “다수 승객 안전” 갑론을박
누리꾼들의 입장은 엇갈렸다.

A씨 입장을 옹호하는 측은 “탑승한 승객이 본인이 왜 내려야 하는지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내린 것 같다” “장애인 차별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대한항공 대응이 적절했다는 반응도 많았다. 한 누리꾼은 “기장은 매뉴얼에 따라 다수 승객의 안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반응했다.

다른 누리꾼들은 “결국 통제가 안 된 것 아니냐” “탑승교까지 나갔다 왔는데 다시 탑승해준 걸 보면 이미 충분히 배려해준 것 같다”며 대한항공 측을 옹호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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