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는 왜 실패했나

송금종 2022. 7. 30.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천만 명의 콘텐츠 플랫폼’ 왓챠가 요즘 위태롭다. 왓챠가 게임 등 콘텐츠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 뿌리를 내린 기업이 갑자기 주저앉은 이유는 무엇일까.

콘텐츠 경쟁력 부족


콘텐츠 경쟁력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계는 ‘왓챠가 투자시기를 놓쳤다’고 분석한다. 정확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시기를 놓쳤다고 본다. 왓챠는 2012년 영화 평점 기반 추천 서비스로 시작했고 2016년에 ‘왓챠플레이’라는 OTT를 출범했다. 방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기존 영화나 드라마를 추천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독점 콘텐츠로 차별화도 뒀다.

콘텐츠는 그러나 소비주기가 짧다. 흥미를 갖고, 잃는 건 금방이다. 콘텐츠 수급도 한계가 있다. 제작사들이 열심히 콘텐츠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이를 되파는 OTT도 경쟁력을 잃는다. OTT가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끈 점을 미뤄보면, 시청자도 결국은 플랫폼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콘텐츠를 갈망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왓챠에겐 이러한 여력이 부족하다. 모회사가 있는 다른 OTT와 달리 왓챠는 온전히 투자자와 구독료에 의존한다. 구독서비스는 약정이 아니어서 가입과 해지가 쉽다. OTT가 살아남으려면 재미있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투자가 제 때 이뤄지지 않으면 콘텐츠 제작은커녕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불가능하다.

콘텐츠를 빌려 쓰기만 한 왓챠가 자체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게 불과 1년이 안 됐다. 왓챠는 지난해 말 360억 원을 투자받고 콘텐츠를 만들었다. 후발주자인 셈이다. 그러나 비용이 만만찮다. 업계에 따르면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자체 콘텐츠 보유수가 10편 미만이다. 왓챠를 상징하는 대표작도 없다.

왓챠 2주 무료 서비스를 이용 중이라는 한 직장인은 “왓챠 오리지널(콘텐츠)은 유명한 걸 들어보지 못했다”라며 “기존 콘텐츠는 풍부한데 자체 콘텐츠는 많이 약한 듯하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수급은 곧 대여 개념이다. ‘내’ 것이 아닌 이상 반납을 해야 한다. 독자적으로 평생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오리지널 콘텐츠”라며 “왓챠도 오리지널 싸움에서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청자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기대감을 가지듯이 오리지널 콘텐츠가 결국 OTT 색깔이 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팬덤을 만들고 회사 이미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양한 사업자들이 갖춰진 상황에서 콘텐츠 투자 규모도 커졌는데 왓챠가 그 틈바구니에서 힘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 한다”라며 “콘텐츠를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하고 다수 취향을 만족시키는 게 중요한데 왓챠가 대중적으로 가져갈 포션이 적지 않았나”라고 진단했다.


왓챠 “투자 필요…매각은 가능성 중 하나”


왓챠는 지난 2분기부터 사업과 인력을 줄이고 있다. 콘텐츠 제작 인력이 두 자릿수 이상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시도하려 했던 신규 사업부서도 축소하고 있다. 일본 법인도 더 이상 확장하지 않고 최소한으로 운영하고 있다.

매각설엔 완강히 부인했다. 왓챠 측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은 맞다”라면서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매각이 거론될 뿐 정해진 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 말에 투자를 받고 올해 또 유치하려는 상황에서 경제 위기나 금리 조정, 그 안에서 자본시장 경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투자를 받는 데 생각보다 난항을 겪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모든 투자자들도 같은 경제 상황을 인식하고 이 시기를 극복하자는 합의점에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법인에 관해선 “지금 수준에서 더 확대하기 보다는 기존 구독자를 유지하고 서비스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