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의 헌책방] 헌책방에 대한 고정관념

2022. 7. 30.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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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고 지치는 날씨가 이어지는 여름 어느 날, 기분을 좀 바꾸려고 오랜만에 책장에서 김승옥 소설을 한 권 꺼냈다.

여름이니까 '내가 훔친 여름'을 읽을 계획이었지만 곧 생각이 바뀌어 한겨울 단칸방에서 추위를 달래는 청년이 주인공인 단편 '확인해본 열여섯 개의 고정관념'을 집어 들었다.

사람들은 헌책방에 관해 몇 가지 고정관념을 가진 것 같다.

셋째, 헌책방 일은 한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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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덥고 지치는 날씨가 이어지는 여름 어느 날, 기분을 좀 바꾸려고 오랜만에 책장에서 김승옥 소설을 한 권 꺼냈다. 여름이니까 ‘내가 훔친 여름’을 읽을 계획이었지만 곧 생각이 바뀌어 한겨울 단칸방에서 추위를 달래는 청년이 주인공인 단편 ‘확인해본 열여섯 개의 고정관념’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몇 장 읽지 않고 문득 다른 생각에 빠졌다. 사람들은 헌책방에 관해 몇 가지 고정관념을 가진 것 같다. 오늘은 이 고정관념을 확인해보겠다. 지면 관계상 열여섯 개는 어렵고, 대표적인 세 개를 추려본다.

첫째, 헌책방 주인장은 성격이 고약하다.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헌책방 주인장은 대개 첫인상이 시니컬하다. 어떤 일을 오래 하면 사람이 그 일을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헌책방 주인장은 책과 같다. 그냥 책이 아니라 두꺼워서 읽기 부담스럽고 조금 불친절한 책이다. 그러나 용감하게 책을 펼쳤을 때 이런 책이 더 재밌을 때가 있다. ‘레 미제라블’이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모비 딕’처럼 말이다. 헌책방 주인장에게 먼저 말을 걸어보면 실은 그들이 얼마나 재미있는 사람인지 금방 알 것이다.

둘째, 헌책방은 책을 싸게 판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모든 책이 다 싼 건 아니다. 절판된 책 중에서 출판 부수가 적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은 종종 웃돈을 줘야 살 수 있다. 유명 작가의 사인이 된 책이라면 절판되지 않아도 가격이 비싸진다. 물론 이 경우 작가가 사인을 잘해주지 않는 성격이라면 가격이 더 올라간다.

이외수 작가는 생전에 사인회를 많이 했기에 사인 된 책이 많아 가격은 높지 않다. 사인을 안 해주기로 명성이 자자한 장정일 작가라면 혹시 그가 쓴 책 중에 서명이 들어간 게 있다면 절판되지 않은 책이라고 해도 그걸 가지려면 정가의 몇 배는 줘야 할 거다. 유명 작가라고 하더라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거나 하는 여러 이유로 독자가 적어지면 책에 자필 서명이 있어도 비싸게 거래되지 않는다.

셋째, 헌책방 일은 한가하다. 나도 어렸을 때는 이렇게 생각했다. 책방에 들어가면 언제나 헌책방 주인이 의자에 앉아 졸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다른 손님과 바둑을 두거나 텔레비전으로 프로야구 중계를 보는 게 전부였다. 그래서 나도 크면 저렇게 놀고먹는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내가 이 일을 직접 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책을 다루는 일은 기본적으로 육체노동이다. 한번은 우리 책방에 와서 일을 배우고 싶다는 분이 있어서 함께 출장 매입을 하러 갔다. 책 2000권 정도를 트럭에 싣고 내리는 일을 한 다음 날 그는 근육통이 생겼다며 책방에 오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오지 않았고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

계절마다 책 읽는 즐거움이란 각각 다르지만 여름에 읽는 책은 어디서든 마음에 휴식을 주는 기분이 든다. 이 더위가 지나가기 전, 헌책방 나들이를 하면서 책과 책방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조금 부드럽게 해보는 건 어떨까.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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