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체제 vs. 비대위 전환.. '윤심'을 찾아라! ["내부 총질" 문자 파동]

박현광 2022. 7. 2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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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윤핵관' 1차 내홍 이어 문자파동으로 2차 내홍.. 각각 윤심 앞세우며 대립 중

[박현광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진수 도끼로 진수선을 자르고 있다. 진수선을 자르는 것은 아기의 탯줄을 끊는 것과 같이 새로운 배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으로 19세기 초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진수식을 주관한 이래 여성이 의식을 주관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찾아라.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를 둘러싼 국민의힘의 내홍이 본격화됐다.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이준석 대표 징계를 두고 벌어졌던 당내 갈등에 이은 2차 내홍이다. 이유는 바로 위의 한 마디다.

모두 '윤심'을 앞세우면서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 유지 혹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외치고 있지만, 명확히 윤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고 있는 이는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 

집안싸움의 서막은 '문자 파동'... 엇갈리는 '용산'의 메시지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지켜보던 중 휴대폰을 펼쳐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비대위 전환 논의를 촉발한 건 '권성동 리스크'가 이른바 문자파동으로 다시금 부각되면서다. 권성동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윤 대통령과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언론에 노출시켰다. 해당 대화엔 "내부총질 하던 당대표"라는 이준석 대표를 향한 윤 대통령의 속내가 가감 없이 드러났다.

권 원내대표는 곧장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했지만 당내에선 책임론이 일었다. 앞서 대통령실 사적채용 논란 때 "높은 자리도 아니고 행정요원 9급" 등의 설화로 당과 정부에 부담을 안겼던 권 직무대행이 더 이상 당의 '원톱'을 유지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28일 오후만 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를 재신임하는 분위기였다. 윤 대통령이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진행된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권 원내대표를 만나 "그것(문자파동) 때문에 며칠 혼났겠네"라고 다독이는 등 '동요하지 말라'는 뜻을 전달했다는 여당 관계자발 언론보도가 여럿 나왔다.

상황은 반나절도 안 돼 반전됐다. 같은 날 저녁, '용산 대통령실은 비대위 체제 전환을 원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또 배현진 최고위원을 포함해 일부 당 지도부가 집단 사퇴할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윤 대통령의 의중에 대한 당내 해석이 엇갈린 시점이었다.

[비대위 전환] 배현진 사퇴, 초선의원들의 성명서, 그리고 차기 당권주자들
 
 국민의힘 배현진 최고위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원내대표실에서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치고 나와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배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80여일이 되도록 속시원한 모습으로 국민들께 기대감을 총족시켜드리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 공동취재사진
 
배현진 최고위원은 예고한 대로 29일 자진 사퇴하면서 비대위 체제 전환에 힘을 실었다(관련기사 : 권성동 정리? 배현진 최고위원 사퇴 "제때 안 끊으면 더 혼란" http://omn.kr/201nn). 그에 발 맞춰 박수영 의원 주도로 초선의원 32명이 비대위 체제 전환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당 초선의원 절반가량이 동참한 것이다.

성명서에는 "(배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던진 결단을 존중하며 신속한 비대위 전환을 촉구한다"라며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지 3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강력한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틀 전에는 대통령과 당대표 직무대행의 사적인 SNS 메시지까지 공개되는 등의 사태로 원내대표가 잇달아 3번이나 사과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을 살리려는 초선 의원들의 충정에 동참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라며 권 원내대표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차기 당권주자들도 가세했다. 김기현 의원은 본인 페이스북에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 당 지도부가 땀 흘리며 일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돕기는커녕 도리어 부담을 지워드려 마음이 무겁기 짝이 없다"라며 "지도책임을 진 사람에게 선당후사, 선공후사는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원칙이다. 지금은 비상시기다. 비상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29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 한 인터뷰에서 "안 좋은 시기에 안 좋은 실수가 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권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이준석 대표의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는 직무대행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향후 소집될 의원총회 때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에 대한) 재신임이 안 되면 조기 전당대회로 가야겠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현 체제 유지] 조수진·김용태 사퇴 거부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를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친윤(친윤석열)' 조수진 최고위원은 앞서 배 최고위원과 동반 사퇴가 예상됐지만, 29일 사퇴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비대위로 가려면 (최고위원) 전원 사퇴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권 원내대표의 입장과 일치하는 발언이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사단법인 '공정한 나라' 창립 발기인 총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의 관련 질문을 받고 "과거 전례를 보면 최고위원들이 총사퇴를 한 후에 비대위가 구성됐다. 일부가 사퇴한 상태에서 비대위가 구성된 전례는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 국민의힘 당헌·당규엔 '지도부가 기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을 때' 새 지도부를 꾸리기 위한 비대위를 구성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지도부 기능 상실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원칙적으론 최고위원 1명만 남아도 지도부가 유지된다고 보는 해석도 나온다.

더구나 현재 지도부 총사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준석 대표에 우호적인 김용태·정미경 최고위원은 사퇴하지 않을 전망이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오마이뉴스>에 "저는 사퇴하지 않는다"라며 "개인적으론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의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최고위에서) 피력했다"라고 밝혔다.

"대통령 의중 찾기 하고 있어... 용산의 하부기관처럼 비칠까 우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그렇다면 누가 '윤심'을 더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께서 권 원내대표에게 격려 말씀을 한 걸 두고 재신임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재신임까진 아니고 비대위를 가야한다고 해석하는 사람이 있다"라며 "아무도 정확한 걸 모르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당내에서도 윤 대통령의 의중에 대한 해석은 저마다 다르다.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 의중은 '비대위 체제'로 보인다"라며 "배현진 최고위원이 그만둔 것을 보면 모르겠나? 특정 메시지가 없었다면 최고위원을 내려놓긴 쉽지 않았을 거다. 조수진 최고의원은 말을 잘 듣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퇴를 하지 않은 걸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이어 "권성동 원내대표가 최고위원 3명에게 전화해 사퇴를 권유했다는 보도가 있지 않았나. (권 원내대표는 부인했지만) 나는 사실이라고 본다"라며 "권 원내대표 또한 '문자 파동' 실수를 책임지고 사실은 비대위 체제에 동의한 것"이라고 봤다.

실제 권 직무대행 측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권 직무대행이) 비대위 전환을 반대한 적은 없다"고 했다

채널A도 이날 저녁 "권 직무대행이 '비대위 체제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다음 주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또 다른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나는 대통령 의중은 '권성동 체제'라고 본다"라며 "배 최고위원은 혼자 사퇴하지 않았나. 어제만 하더라도 최고위원들이 일부 집단 사퇴할 거라고 했지만, 다른 최고위원들은 사퇴 안 하겠다는 거 아닌가. 그러니까 권성동 체제가 맞는 거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또 "지금 비대위를 한다고 해도 대안이 없지 않나. 누구를 비대위원장에 앉힐 건가"라고도 꼬집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 진행되는 걸 보면, 마치 우리 당이 용산 (대통령실)의 하부기관처럼 국민들에게 비춰질 수 있겠다 싶어서 걱정스럽다"라며 "내용도 모르고 우르르 몰려다니며 대통령 의중 찾기를 하고 있다. 대통령 눈치만 봐선 안 되고 당은 당대로 분명한 소신을 갖고 나아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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