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목적지 文이냐..尹 취임뒤 안 털린 정부 부처가 없다"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 대한 윤석열 정부 발(發) 수사·감사를 두고 한 말이다. 우 위원장은 “부처의 공무원들이 이제는 시키는 일만 하자고 하는 분위기라고 한다”며 “갈등만 키우고, 보복위협에 나라만 뒤숭숭하게 하고, 실제 일해야 할 부처 공무원들은 일을 못 하게 하는, 이런 엉터리 같은 국정운영 기조를 계속 유지하실 건가”라고 물었다.
검찰, 여가부·통일부·과기부·산업부 전방위 수사
그 전날인 27일엔 서울동부지검이 통일부와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 과기부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을 이른바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와 산하 공기업을, 지난 5월엔 백운규 전 장관의 사무실을 같은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벌이고 있는 부처만 네 곳이다.
경찰 수사도 검찰보다 결코 덜 하지 않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3일 대전에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지난 5월에 이은 두 번째 압수수색으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불법 후원금 모집 의혹을 밝히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날 민주당 내부에서 “해도 너무 한다. 인내의 임계점에 도달했다”(친문재인계 재선 의원)는 반응이 나온 이유다.
감사원, 전현희·한상혁 감사…野 “노골적 표적 감사”
하지만 전날 밤 감사원이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상습 지각’ 제보를 근거로 특별감사에 착수한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 지도부는 격앙되기 시작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감사원이 언제부터 권력의 행동대장이 됐는지 참담하다”며 “누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표적 감사를 주문한 것인지 낱낱이 밝히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또 “항간에는 국민의힘 차기 당권 구도를 ‘윤핵관’의 뜻대로 짜는 데 큰 변수로 작용할 모 전 의원을 미리 차기 권익위원장으로 앉히려는 의도라는 말이 파다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간 감사원은 현 정권과 전 정권이 충돌하는 민감한 사건마다 감사를 벌여왔다.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지난달 17일 해양경찰청·국방부 감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20일엔 지난 대선 때 ‘바구니 투표’ 논란을 이유로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직무감찰에 돌입했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이 사의를 표하지 않은 방송통신통신위원회와 KBS(6월 22일), KDI(6월 27일)에 대한 감사도 야권에선 “찍어내기 감사”라고 본다. 실제 홍장표 전 KDI 원장은 “감사원이 이례적인 자료제출을 요구했다”며 7월 초 사의를 표했다. 문재인 정부 ‘디지털 뉴딜’ 사업에 대한 과기정통부 감사까지 합치면 감사 대상만 5개 부처, 3개 기관에 달한다.
민주당은 감사원의 움직임이 윤석열 정부의 의뢰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27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윤한홍 의원이 전 위원장을 향해 “(북송 어민 등 현안에 대해) 권익위에서 조사하고 회신하라. 그렇지 않으면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발언한 지 단 몇 시간 만에 감사원이 나섰다는 것이다.
“최종 목적지는 文일 것”…이재명도 검·경 전방위 수사
민주당 입장에선 8·2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출 가능성이 작지 않은 이재명 의원에 대한 강제 수사가 전방위로 펼쳐지는 점도 부담이다. 수원지검은 이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23일 쌍방울 본사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 8일엔 이 의원의 변호인이었던 이태형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에서도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분당 자택 옆집 의혹 등과 관련해 이미 10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여기에 더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행안부 산하에 경찰국을 신설해 경찰을 통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찰을 틀어쥐고 민주당 신·구 권력을 표적 수사하기 위한 용도”라며 “당 차원에서 전당대회가 끝나기 이전에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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