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당권 레이스 시작..이재명 "저학력 저소득층이 與 지지"
더불어민주당은 29일 8·28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한 결선 후보들의 기호를 새로 배정했다. 이재명 후보는 기호 1번을 받았고,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박용진·강훈식 후보는 각각 기호 2번과 3번을 나눠 가졌다. 세 후보는 강원과 경북·대구(8월 6일)를 시작으로 7차례의 순회경선을 거쳐, 다음 달 28일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최종 당락을 확정 짓는다.
당 대표 경선의 관건은 강성 지지층에 힘입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대세 기류를 박용진·강훈식 후보가 넘어설 수 있느냐다. 또 이 후보를 겨냥한 검찰·경찰의 수사나 대세론 속 이 후보의 실언 등이 변수로 거론된다. 세 후보의 신경전은 이날 오전 민주당 국민통합·정치교체추진위가 주최한 공개토론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지층 결집 나선 이재명…박용진은 ‘민심’, 강훈식은 ‘통합’ 방점
이재명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여의도 정치 극복’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민심과 당심(黨心) 말고 여의도 마음, ‘여심’이 따로 있는 것 같다”며 “거대 양당 중심의 여의도 정치를 혁신하고, 제대로 된 민주당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강원 춘천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진행한 유튜브 생방송에선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주요 정책 투표를 통해 당원 권리를 확대하겠다”며 “민주당이 바뀌길 원하면 당원으로 가입해서 당을 바꿔달라”고 지지층에 당부했다. 이 후보는 최근 당내 ‘반(反)이재명’ 기류를 의식한 듯 거듭 “외롭다”고 말하면서, “그래도 소위 말하는 ‘댓글 정화’나 가짜뉴스 시정, 말 같잖은 여론조사를 정리해주시는 여러분이 있어서 힘이 난다”고 밝혔다.
반면, 박용진 후보는 토론회에서 “‘내부 총질’이란 말을 쓰는 집권 세력은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다양한 의견을 억압하는 ‘내부 총질’ 프레임을 영원히 추방해야 한다. 우리부터 그런 말을 쓰지 말자”고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비판하면서, 당내 이견을 ‘내부 총질’이라 지칭해 온 민주당 강성 권리당원을 함께 겨냥한 발언이었다. 박 후보는 “정치적 자유는 민주당의 근본정신”이라며 “민주당을 향한 각자 다른 사랑의 방법을 인정하고, 토론 통해 나은 방향을 찾는 문화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훈식 후보는 ‘국민통합’ 키워드를 내세웠다. 그는 “보수 정권은 남북과 동서를 갈라 집권했고, 이번 대선엔 남녀와 세대를 갈라 집권했다”며 “반대로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을 연결할 때 성공했고, 노무현 대통령이 동서를 넘었을 때 성공했다. 지금의 우리 사명은 세대·젠더 갈등을 극복하는, 국민통합을 통한 집권”이라고 주장했다. 강 후보는 선거제 개혁의 추진 방식에 대해서도 “높은 이상만으로 추진했다가는 국민 저항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며 “여야 합의를 통한 법제화 원칙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朴·姜 단일화 엇박자…李, 법인카드 수사 질문에 침묵
전날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입을 모았던 박용진·강훈식 후보는 구체적인 단일화의 시점을 놓고선 엇갈린 입장을 내놓았다. 박 후보가 “대구·경북·강원의 (ARS) 투표가 시작되는 8월 3일 이전에 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고 했지만, 강 후보는 “저에겐 제 비전을 말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일축했다. 단일화 방식에 대해서도 박 후보는 ‘당심 70%, 민심 30%’라는 구체적인 여론조사 비율을 언급했으나, 강 후보는 “상대가 7할인데, 1 더하기 2 해서 3이나 4를 만들려는 단일화로는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변을 만들 수 있는지, 후보 간 논의를 해야 한다”며 후보 간 담판에 무게를 실었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는 이날도 침묵했다. 이날 토론회 도중 먼저 일어선 이 후보를 향해 기자들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관련 개인카드 명의자가 사망했는데 관련 입장이 있나”라고 물었으나, 이 후보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유튜브 생방송에서 “사실은 전 우리 사회 모든 기득권자로부터 찍힌 사람이다. 저만 잡으면 견디겠는데, 요즘은 제 가족도 인질 삼아서 하니깐 참 힘들다. 이것도 운명”이란 말을 했다. 이미 사과까지 했던 법인카드 유용 등 부인 김씨의 문제 등을 '가족을 인질 삼는 기득권자들의 공세'로 치부한 모양새여서 향후 논란을 부를 소지가 있다.
한편, 이날 이 후보는 유튜브에서 “제가 아는 바로는, 고학력·고소득자, 소위 부자라고 하는 분이 우리 지지자가 더 많다. 저학력·저소득층이 국민의힘 지지가 많다. 안타까운 현실인데 언론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국민을 편가르는 뉘앙스, 또 특히 이를 언론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듯한 발언에 같은 당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박 후보는 “저학력, 저소득층은 언론환경 때문에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말은 너무나 노골적인 선민의식이고, 정치 성향에 따른 국민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강 후보 역시 “전당대회가 지난 대선과 지선의 패배에 대한 처절한 반성에서 출발하여 미래를 이야기해야 하는 자리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우리가 서민·중산층의 정당이지, 왜 부자 정당이냐”라며 “당 지지율이 겨우 여당을 따라잡았는데, 왜 저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도 “큰 잡음 없는 우상호 비대위원장 같은 스타일보다는, 논란을 달고 살다시피 하는 이 의원을 상대하는 게 훨씬 수월하다. 그런 측면이 현실화된 것”(전직 의원)이란 말이 자주 나온다. 여권엔 "이 의원이 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많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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