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총질' 사태에 웃는 이준석? 자기 정치 기회 얻었나
차기 당대표 조사 1위지만 당 복귀 가능성 불확실
[아시아경제 김윤진 인턴기자]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한 메시지가 공개된 뒤 이 대표가 "당신들이 내부총질러"라고 맞서면서 향후 이 대표의 행보가 주목된다. 여론이 이 대표에 우호적으로 기우는 흐름도 엿보이는 등 미묘한 역학관계의 변화도 감지된다.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 처분을 받은 이후 침묵했던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텔레그램 대화가 유출된 이튿날부터 감정을 드러냈다.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의 '양두구육(羊頭狗肉)'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과 권 대행을 비판하는 듯한 게시물을 올렸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겨냥한 비판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SNS에서 자신을 비난하자 이 대표는 언론을 통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대통령을 잘못 보좌해온 사람 하나를 국민들이 알게 될 것 같다"고 맞받았다. 이날 오후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무효소송 기각 사실을 공유해 "당신들이 보수몰락을 위해 뛰던 내부총질러"라고 꼬집으며, "유튜브를 중심으로 만든 우물 안 작은 세계에서 국가 대소사를 논했으니 연전연패 했던 것"이라고 질책했다. 이 대표가 '내부총질'을 했다는 지적에 응수하는 동시에, 유튜브에서 제기된 의혹으로 자신의 징계까지 추진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가 연일 친윤계 인사를 비판해 갈등이 가시화되자 국민의힘 안팎에선 당내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는 걱정이 나온다. 조해진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는 자중자애 해야 한다. 당과 정부, 그리고 본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 대표가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철수 의원은 29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서로 만나지 않고 그냥 온라인상으로 포화를 주고받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건 정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텔레그램 대화 유출로 촉발된 논란이 이 대표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적으로 볼 때는 이 대표가 꼭 불리하지는 않다"며 "경찰 수사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대통령·윤핵관의) 압력이 있었다고 반박하기 딱 좋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여론도 이 대표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넥스트위크리서치에서 KBC광주방송과 UPI뉴스 의뢰로 지난 26~27일 실시한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26%로 1위를 차지해 2위인 안철수 의원(17.1%)을 오차범위 밖에서 크게 앞섰다. 반면 지난 26~28일 실시된 한국갤럽 자체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률은 30%대 선도 무너져 28%를 기록했고, 국민의힘 정당지지도는 전주 대비 3%포인트 감소한 36%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이 대표의 추후 정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하 의원은 28일 CBS라디오에서 "(당내에서) 젊은 층은 확대되는 추세고 전통 지지층은 줄어드니 (이 대표 자신이) 당내 헤게모니를 쌓으면서 이길 거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이 대표가 당에 복귀해 장기적으로 권력을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가 여론을 결집한 뒤 '반(反)윤'의 대표 주자로 복귀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6개월 뒤 징계 처분이 종료되더라도 이 대표가 당에서 활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 의원은 29일 BBS라디오에서 "집권한 지 얼마 안 된 여당의 대표가 징계를 받은 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징계 내용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무혐의로 결론이 나도 복귀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날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권 대행의 문자는 '이준석 대표는 앞으로 대표가 될 수 없다. 징계 끝나도 오지 마라'는 메시지"라고 해석하며 당에 복귀하려는 이 대표와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윤진 인턴기자 yj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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