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뺏겼다" 美무기에 쫓기는 러, 우크라 뒤통수 노린다

박형수 2022. 7. 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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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주요 대도시에 전방위 공격을 재개했다. 동부 돈바스 등 주요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거세지면서 주도권을 뺏기자, 후방을 공격하는 교란 작전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 키이우 외곽 비쇼로드 지역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서방 무기에 러시아 돈바스 공격 봉쇄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BBC 방송은 현재 러시아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에서 진군을 멈췄고, 헤르손 등 남부 도시에서도 수세에 몰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의 전력은 향후 도네츠크주(州)의 시베르스크와 바흐무트 등 마을 한두 개를 추가 점령하는 데 그칠 것이고, 더 이상 전진할 여력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WP는 러시아군이 지난 2일 루한스크주의 리시찬스크를 점령한 것이 돈바스에서 거둔 마지막 의미 있는 승리라고 설명했다. 전쟁연구소의 러시아군 연구원인 조지 바로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리시찬스크 점령 후 러시아군의 전투력 회복을 위해 ‘작전 일시 중지’를 명령했고, 이후 16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이를 공식 종료하고 작전을 재개했다”면서 “하지만 현재 러시아의 공격 강도는 작전 중지 기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러시아의 진군을 막은 것은 서방이 지원한 정밀 무기다. 도네츠크 전선의 우크라이나 포병 부대 사령관인 드미트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의 공격 횟수가 3분의 2 또는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프랑스제 자주포 세자르 등 서방의 정밀 무기가 배치되면서 이곳 전세가 뒤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도네츠크 북부 거점 도시인 슬로뱐스크에서 우크라이나 자원부대를 지휘하는 유리 베레자(52) 역시 “최근 오전에 (러시아 공격으로 인한) 폭발음이 한번도 들리지 않은 침묵의 날이 꽤 된다”면서 “서방이 준 정밀 무기 덕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최전선에 프랑스제 155㎜ 차륜형 자주포 세자르, 미국의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 하이마스(HIMARS), 폴란드 AHS 크랩 곡사포, 독일의 자주대공포 게파르트 등 장거리 미사일 시스템이 배치됐다. 우크라이나군이 이를 활용해 높은 정확도로 러시아군의 후방에 배치된 지휘통제센터 및 탄약고 등 후방 보급시설을 파괴하면서 러시아 포병 전력을 무력화했다. 익명의 미국 국방부 고위 관리는 하이마스가 파괴한 러시아군 목표물만 100곳이 넘는다고 WP에 밝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고속 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 하이마스. [AP=연합뉴스]

우크라, 남부 헤르손에서 선전


현재 우크라이나는 개전 초기 러시아군이 점령한 남부 헤르손을 집중 공격하며 탈환 작전을 감행 중이다. 우크라이나군은 크림반도에서 헤르손으로 연결되는 교량을 모두 파괴하고 러시아군을 고립시켰다. 영국 국방부는 최신 보고서에서 “헤르손은 다른 러시아군 점령지와 사실상 단절됐다”며 “헤르손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모멘텀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헤르손에 위치한 안토니프스키 다리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훼손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수세에 몰린 러시아는 28일 수도 키이우에 대한 공격을 54일 만에 재개했다. 헤르손주 탈환에 총력을 쏟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집중력을 흩뜨리고 대중의 공포심을 자극하기 위한 작전으로 관측된다. 이날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서 발사한 25발의 마시일이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을 강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수도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지토미르 등 주요 도시의 아파트 밀집 지역 등을 타격했다. 우크라이나 관리는 이 공격으로 8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제2 도시 하르키우도 밤새 폭격을 맞았다. 중부의 키로보흐라도 역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5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쳤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서방 무기 지원으로 러시아가 주도권을 잃은 건 사실이지만, 우크라이나가 완전히 전세를 뒤집어 빼앗긴 영토를 수복할 상황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엄밀히 말하면 어느 쪽도 진전 없는 교착상태”라며 “관건은 탄약 소비율이며, (교착상태가) 3개월을 넘어가면 (탄약 지원 등에 대해) 미 국방부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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