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드라기 사임에 푸틴 입김 있었나..극우당-러 은밀 회동 논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김이 이탈리아 연립정부 붕괴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주장이 불거져 이탈리아 정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탈리아 극우 정당 동맹(Lega)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 측이 지난 5월 말 러시아 측과 만나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이끌던 통합 내각의 사임 여부를 이야기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러 외교관, 살비니 측에 "드라기 내각 사임 의사 있나"
28일(현지시간) 가디언·프랑스24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일간 라 스탐파는 로마 주재 러시아 대사관의 고위 외교관이 지난 5월 말 살비니 의원의 외교정책 고문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외교관은 "동맹당의 장관이 드라기 내각에서 사임할 의사가 있나"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 내용은 이탈리아 정보 당국의 문서에서 발췌한 것으로, 라 스탐파는 "이탈리아 정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에 러시아가 관심이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준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약 두 달 뒤인 지난 21일 드라기 총리가 공식 사임하면서 이탈리아 연립정부가 붕괴했다. 전날 상원에서 진행된 드라기 총리 신임 투표에서 원내 최다 의석을 보유한 좌파 성향의 오성운동(M5S)과 중도 우파 전진이탈리아(FI), 동맹 등이 투표를 보이콧해 파국을 맞았다.
살비니 의원은 보도가 나온 직후 "가짜뉴스"라면서 "드라기 연정은 오성운동의 반대로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드라기 총리는 지난 14일 오성운동이 에너지 대란으로 고통받는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는 민생지원 법안에 반대하면서 사임 의사를 처음 밝혔다. 그러면서도 살비니 의원은 "우리 당은 친유럽적이며 친대서양적이지만, 그렇다고 푸틴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푸틴 티셔츠 입었던 살비니, 러와 유착 관계 논란
살비니 의원은 노골적인 친푸틴 인사로 알려져 있다. 로이터 통신은 "살비니는 2019년 푸틴 대통령을 ‘지구 상에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칭송했다"고 전했고, 프랑스24는 "살비니가 2014년 푸틴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착용하는 등 오랫동안 푸틴 대통령을 존경했다"고 전했다.
동맹당은 지난 2017년 푸틴 대통령이 속해 있는 러시아 집권 여당 통합러시아당과 협약을 맺고 긴밀한 유대관계를 이어왔다. 2018년에는 러시아 거대 에너지업체가 동맹당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업체가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 회사 에니(Eni)에 15억 달러(약 2조원) 상당 연료를 기준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동맹이 그 차액에 해당하는 6500만 달러(약 844억원)를 챙겼다는 게 골자였다. 당시 살비니 의원은 부총리 겸 내무장관직을 맡고 있었다.
살비니 의원은 지난 5월 말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모스크바 방문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비행기 표를 로마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산 것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취소했다. 그는 줄곧 "전쟁을 멈추기 위해, 평화를 위해 일했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동맹당, ‘우파 연합’ 중 하나로 차기 내각 이끌듯
동맹당이 다른 우파 정당들과 함께 차기 내각을 이끌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살비니 의원과 러시아의 유착 관계가 재조명되면서 조기 총선(9월 25일)을 치르는 이탈리아 정계가 더욱 어수선해졌다고 더타임스가 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27일 기준, 극우 이탈리아형제들(FdI)이 23%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동맹(14%)과 전진이탈리아(7%) 등이 ‘우파 연합’을 구성했다. 우파 성향의 군소정당과 무소속 의원들을 규합하면 과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좌파 정당인 민주당(23%)과 오성운동(10%)은 우파 연합에 밀리고 있다.
민주당 대표인 엔리코 레타 하원의원은 "드라기 정부를 무너뜨린 사람이 푸틴인지 알고 싶다"면서 "만약 그렇다면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오성운동에서 탈당해 신당을 만든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은 "이번 조기 총선에서 러시아의 영향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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