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쏴대는 北, 돈줄은 암호화폐 해킹..美, 포상금 확 올렸다
수년째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및 발사 비용의 3분의1 가량을 암호화폐 해킹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앤 뉴버거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이버·신기술 담당 부보좌관은 28일(현지시간)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 주최 대담에서 “북한의 사이버 활동이 (핵·미사일 프로그램 고도화의) 핵심 재원임을 감안하면, 이는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역시 지난 4월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통해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북한의 중요 수익원”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무력 도발 목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한 비용은 크게 재료비·인건비·기타비용 등으로 분류된다. 국방연구원은 올해(지난 6월 5일 기준) 북한이 17차례(방사포 제외)에 걸쳐 탄도·순항미사일 33발을 발사하는데 최대 8000억원의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단순 계산해도 한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240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북한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에 더해 계절별로 수해와 가뭄이 반복되며 최악의 경제 상황에 놓여 있다. 일부 지역에선 주민들이 아사(餓死)하는 사례까지 발생하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근 “초강도 비상국면”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 범죄가 점차 빈번해지고 대담해지는 것 역시 정상적 경로로는 미사일 개발·발사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암호화폐 분석업체 미 체인어낼리시스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해 탈취한 암호화폐는 약 4억 달러(4790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암호화폐 해킹 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해킹 조직으로 의심받는 라자루스가 블록체인 비디오 게임 업체 ‘액시 인피니트’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6억2000만달러(약 8100억원)을 해킹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암호화폐 업계에선 또 지난달 블록체인 기술 기업 ‘하모니’에서 1억 달러(약 1300억원)의 암호화폐가 해킹당한 것 역시 라자루스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뉴버거 부보좌관은 지난 20일 북한이 암호화폐 해킹을 통치 및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활용하는 것과 관련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암호화폐 해킹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국가를 가장한 범죄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 범죄에 맞서 독자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액시 인피니트에 대한 암호화폐 해킹 직후 미국은 라자루스와 관련된 이더리움 지갑(계좌)를 독자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지난 28일엔 북한의 해킹 조직 관련 정보 제공 포상금을 500만 달러(약 65억원)에서 1000만 달러(약 130억원)으로 두 배 올렸다.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 ‘독자 제재 연합’을 구성하기 위한 협의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 분야에 대한 한·미 독자 제재는 북한이 추가 무력 도발에 나설 경우 즉시 단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논의가 진행된 상태라고 한다. 이와 관련 뉴버거 부보좌관은 지난 26일 이도훈 외교부 2차관과 만나 암호화폐 분야에 대한 양국 독자 제재 연합에 더해 국제사회와의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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