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DNA에 각인된 義, 본류는 이순신 장군에게서 온 것"

김희윤 2022. 7. 2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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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했던 임진왜란 중 귀한 한 번의 승전보로 치부하기에 한산도대첩은 이후 일본의 전세에 크고 깊은 상처를 안겼다.

전 세계 해전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연전연승을 거뒀던 이순신 장군의 성과는 다양한 기록과 작품으로 수차례 조명됐지만 영화 '한산'은 그 이면의 고뇌와 그를 보좌하며 전술의 밀도를 채운 휘하 장수들과 민초의 고투를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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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산: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 인터뷰
7년여 걸친 임진왜란 속 가족·전우 잃은 이순신 장군
고독감, 정신적 피폐함, 외적 압박에 정의 모함까지 이어져
이를 정면돌파하는 저력·정신에 놀라고 매력 느껴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서 이순신역으로 출연한 박해일.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적이 본시 수륙으로 합세해 서쪽으로 올라가려 했던 것인데, 이 전쟁 한번으로 적의 한쪽 팔이 잘려버리고 말았기에 고니시가 비록 평양을 얻었으되 형세가 외롭고 약해져 감히 더 나아가지 못했던 것이다. 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전라, 충청으로부터 황해, 평안의 연해 일대를 확보해 군량 보급과 호령전달로 중흥을 이룰 수 있었고, 요동의 김주, 복주, 해주, 개주, 천진 등지까지도 동요하지 않아 명나라 군사들이 육로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니 모두가 순신이 승첩한 공로라. 이 어찌 하늘의 도움이 아니겠는가!” -유성룡 ‘징비록’ 중

지난했던 임진왜란 중 귀한 한 번의 승전보로 치부하기에 한산도대첩은 이후 일본의 전세에 크고 깊은 상처를 안겼다. 전 세계 해전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연전연승을 거뒀던 이순신 장군의 성과는 다양한 기록과 작품으로 수차례 조명됐지만 영화 ‘한산’은 그 이면의 고뇌와 그를 보좌하며 전술의 밀도를 채운 휘하 장수들과 민초의 고투를 응시한다.

하여 ‘한산’의 이순신은 끓지 않고 흐르며, 잔잔한 수면 속에서 상대가 미처 예상치 못한 강력한 힘을 모아 결정적 순간을 기다리는 지장의 면모가 강조됐다. 영화를 준비하는 내내 머리 맡에 ‘난중일기’를 두고 읽으며 정서적으로 동시대를 살아낸 김한민 감독의 정성은 전장에서의 이순신의 생애를 앞서 '명량', 그리고 현재 제작 중인 '노량' 까지 세 차례에 나눠 구현할 그의 작품 중 정 중앙에 있는 ‘한산’에서 한층 더 깊고 예리하며 남다른 시선으로 이순신과 한산도대첩을 직조해냈다. 다음은 감독과의 일문일답.

영화 '한산: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 사진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 명량에 이어 한산도 대첩을 다룬 두 번째 영화다. 왜 이순신에 주목했나?

▲장군께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주목했고, 또 인물이 갖는 아이러니와 깊은 매력에 매료당했기 때문이다. 징비록이나 실록 등 당대 사서에 기록된 이순신 장군은 무인이면서도 군자, 선비의 면모를 갖추고 이를 삶속에서 실천한 인물이었다. 성리학이 지배하는 유교사회에서 선비정신을 갖춘 무인의 풍모가 아이러니 아닐까. 그는 붓과 활이 어울리는 군자이자 무인이었다.

- 세 편의 영화를 준비하면서 인간 이순신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7년에 걸친 전쟁 중 이순신 장군은 어머니, 아들, 그리고 전우들을 잃었다. 그 고독감과 정신적 피폐함, 여기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외적 압박을 어떻게 버텨냈을까. 또 정적들의 오해와 모함까지 이어졌다. 지금에야 종교도 있고, 기댈 수 있는 대상이 있지만, 조선은 성리학의 나라였고 관념이 지배하는 국가였다. 그 화두였던 4단7정의 문제가 이순신 장군에게는 임진왜란을 통해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이를 정면으로 돌파해 나가는 저력과 정신력에 놀라고 다시 한번 매력을 느꼈다.

- 의(義)가 굉장히 강조된 작품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

▲인의예지 중 의를 강조한 것은 당대 조선 사회에서 의가 갖는 사회적 상징, 그리고 오늘날까지 한국 사람들의 DNA에 각인돼 이어지는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역동성 기저에는 의가 있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저력의 근본 또한 의에 있고, 그 본류는 이순신 장군에게서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서 구현한 한산도대첩의 학익진 대형. 사진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 학익진과 같은 전법이 강조된 전쟁신이 매우 밀도있게 그려졌다. 기술적으로 어떤 부분에 집중했는지?

▲영화 후반부 51분간 전투신이 이어진다. 한산도대첩을 가장 전쟁답게 보여주기 위한 효율적 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고, 화포술, 바다 표면의 질감, 그리고 거북선이 등장하고 활약할 때의 움직임 등을 보다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해 다양한 장면구성과 효과 등을 적용했다. 특히 전투신의 경우 외부 사운드가 커지면 인물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위험을 무릅쓰고 대사를 자막으로 명기하되 전쟁 중의 소리는 더 크고 선명하게 표현했다.

- 기술적으로 애니메이션 콘티를 선 제작해 완성도를 높였다고 하는데.

▲강릉 스케이트장에 조선 판옥선과 왜군의 안택선(안타케부네), 그리고 거북선 등을 그린스크린을 두고 촬영했다. 이 촬영에서 내비게이션 역할을 CG팀과 만든 애니메틱 스토리보드였다. 동영상콘티를 먼저 제작해 배우들에게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이고, 어디를 바라봐야하는지, 어떤 감정과 연기를 해야 하는지를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었다. 촬영 후 정교한 후반 CG작업을 위해 이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번 촬영을 통해 그 효과를 어느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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