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가와 켄이치로 교토시 산업관광국 관광MICE추진실 과장, "외국인은 물론, 일본인이 찾는 교토 돼야"

김소연 2022. 7. 2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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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투어리즘은 수용 능력을 뛰어넘는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주민의 삶을 침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굴뚝 없이 고용과 수익을 창출하는 관광 산업’이라는 기존의 긍정적인 인식을 뒤엎고 관광이 주민의 일상적이고 행복한 삶을 방해하는 공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내포한다. 코로나 이전 연간 50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았던 교토는 오버투어리즘 하면 첫손에 꼽히는 도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지속 가능한 관광 도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었다. ‘지속 가능한 관광 도시’ 개념은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어떤 형태로 진화했을까. 교토시에서 관광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총괄하는 오가와 켄이치로 산업관광국 관광MICE추진실 과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오가와 켄이치로 교토시 산업관광국 과장(좌)과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청수사로 올라가는 닌넨자카 길거리(우).

Q 교토시는 2019년에 ‘지속 가능한 관광 도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었습니다.

A 2019년에 처음 개념이 나왔지만 실제 시행은 지난해 3월부터 했습니다. 시작은 ‘교토의 오버투어리즘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이뤄졌지만, 이후 코로나를 거치면서 ‘관광의 질을 높이자’ ‘외국인뿐 아닌 일본인도 오는 교토를 만들자’는 쪽으로 핵심이 바뀌었습니다.

Q ‘오버투어리즘’ 얘기를 할 때 교토는 빠지지 않는 도시입니다.

A 코로나 이전 교토에만 연간 5000만명의 관광객이 들어왔습니다. 쓰레기나 낙서, 교통 혼잡, 불법 숙박, 바가지 가격 등의 문제가 상당했지요. 코로나 이후로는 사정이 달라졌어요. 2019년 42억1000만엔에 달했던 교토 숙박세가 2020년에는 12억9000만엔으로 급감했습니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 걱정이기는커녕 관광객이 들어오게 뭘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교토시는 관광의 ‘양’보다는 ‘질’에 포인트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광의 질을 위해 가장 중요한 개념은 무엇보다 ‘관광객 분산’이고요.

Q ‘관광객 분산’은 흥미로운 개념입니다.

A 시간, 장소, 시기 등 세 가지 분산이 있습니다.

우선 시간과 관련해서는 관광객이 많지 않은 이른 아침과 저녁 시간대 매력적인 관광 요소들을 홍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절은 이른 아침 몇 시에 가면 스님이 하는 수행을 함께할 수 있다든지, 진짜 교토다운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든지, 코다이지는 ‘라이트업’이 잘돼 있어서 밤에 가면 근사한 풍광을 호젓하게 즐길 수 있다든지 하는 내용을 적극 알리는 거죠.

장소 관련해서는 전통적인 인기 관광지 외에 가볼 만한 관광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교토 북부 오하라는 산젠인(이끼정원), 호센인(액자정원) 등 멋진 곳이 많지만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오하라에 갔을 때 즐길 수 있는 거리 등을 집중 홍보하는 식이지요. 이외에 후시미에서도 후시미 이나리 외에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음을 열심히 알리고 있습니다. ‘ja.kyoto.travel’ 사이트로 들어가면 이와 관련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Q 시간과 장소 분산에 대해 설명해 주셨고, 시기 분산은 어떤 내용인가요.

A 교토는 여름에 매우 더운 것으로 알려져서 여름보다는 벚꽃이 피는 봄과 가을에 관광객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올해 3년 만에 교토의 대표 축제인 기온 마츠리(전염병을 물리치기 위한 행사로 일본 3대 마츠리로 꼽힌다)가 7월 한 달 내내 열립니다. 내국인에게 홍보를 많이 한 결과 많은 일본인이 해외여행 대신 기온 마츠리를 즐기러 교토 여행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또 시간대별로 혼잡도를 예측하고, 관광지마다 카메라를 설치해 현재 얼마나 붐비는지를 유튜브로 바로 확인할 수 있게끔 만들었습니다. 혼잡도 예측과 실제 상황을 알려줌으로써 관광객의 선택이 분산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지요.

교토 관광의 핵심지인 닌넨자카·산넨자카 일대에는 대낮에도 이렇게 문을 닫은 매장이 수두룩하다.
Q 엔데믹을 앞두고 코로나 시대에 쑥 들어갔던 ‘오버투어리즘’ 용어가 다시 대두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베니스는 2023년 1월부터 베니스 본섬 등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최대 1만3000원가량 입장료를 부과한다는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A 사실 교토에서는 ‘오버투어리즘’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습니다.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데다 교토가 오버투어리즘의 대명사라는 인식을 주는 게 긍정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대신 앞서 얘기한 것처럼 ‘관광객을 분산시키자’는 쪽으로 개념을 확립하고 정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교토시는 오버투어리즘과 관련한 ‘규제’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이런 걸 하면 안 됩니다’ 이런 기조였다면 지금은 ‘매너를 지켜주세요’ ‘조화를 생각합시다’라고 얘기합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길거리가 더러워지니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지 마세요’ 했다면 지금은 인근에 테이블을 마련해두고 ‘음식은 여기서 드세요’ 하는 식이죠.

Q 외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았던 한국의 명동 등도 코로나 이후 관광객 급감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교토도 비슷한 상황인가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A ‘외국인이 아닌 다른 지역 일본인도 오는 교토’도 중요하지만 ‘교토 시민들이 사랑하고 즐기는 교토’도 중요합니다.

오사카에 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다들 찾는다는 쿠로몬 시장과 비교되는 곳이 교토 니시키 시장입니다.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70%가 넘었던 니시키 시장 역시 외국인 관광객 급감의 직격탄을 맞았죠. 탈출구를 찾기 위해 접근하고 있는 개념이 ‘교토의 문화, 향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전통시장 니시키’입니다. 일본에서는 오세치 요리라고 설음식을 만들어두고 사흘 동안 먹는 풍습이 있습니다. ‘니시키 시장에는 슈퍼에서 살 수 없는, 정말 교토다운 설 오세치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교토만의 식자재가 있다’는 내용을 널리 홍보했습니다. 덕분에 ‘신정에는 니시키 시장에서 장을 봐서 오세치 요리를 만들어야 제대로 교토 식 설을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고, 교토 시민들이 니시키 시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인식을 바꿔나갈 계획입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교토 = 김소연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9호 (2022.07.27~2022.08.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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