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처럼 삼성·SK도 미운털 박힐라..中 "칩4 동맹 참여하면 韓 기업 타격"
미중 패권 전쟁의 주요 전장 중 하나는 바로 첨단 기술이다. 기술 전쟁에서도 미중이 가장 치열하게 부딪치는 분야를 하나 꼽아보자면 반도체다.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은 미국을 쫓아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모든 국가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평소 “반도체는 사람의 심장과 같다. 심장이 약하면 덩치가 아무리 커도 강하다고 할 수 없다”며 반도체 산업 육성을 주문하고 있다.
미국도 중국의 추격을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화웨이 등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규제 방안을 쏟아냈고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에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중국에 판매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미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동맹국을 규합해 중국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미국이 추진 중인 ‘칩4 동맹’이 대표적인 예다. 반도체 기술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미국 주도로 추진되는 칩4 동맹은 반도체 생산 강국인 한국·일본·대만까지 4개국이 힘을 합쳐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미국은 한국 정부에 “8월 말까지 칩4 동맹 참여 여부를 확정해 알려달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이미 참여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일본, 대만과 달리 한국은 셈법이 복잡하다. 미국과의 동맹을 굳건히 한다는 원칙은 확고하지만 칩4 동맹으로 인해 자칫 거대한 중국 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韓, 대중국 수출 비중 60% 달하는데
중국의 보복 공세 가능성에 고심 깊어
한국 반도체 기업에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 1280억달러 가운데 대중국 수출은 502억달러로 약 39%를 차지했고 홍콩을 포함하면 60%에 달한다.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30%가 넘는다.
중국은 이런 점을 들어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칩4 동맹 참여를 한국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우리는 관련 당사자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갖고 공평하고 공정한 시장 원칙에 근거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을 수호하는 데 도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한국이 칩4 동맹에 참여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중국 정부를 대신해 중국의 속내를 보다 공격적으로 전달하는 관영 매체들은 한발 더 나아가 공개적으로 경고장을 꺼내들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사설에서 “미국의 정치적 압박 속에서 한국이 (칩4 동참 요청에) 어떤 답을 할지 미지수지만, 만약 한국이 미 압력에 굴복할 경우 득보다 실이 큰 점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칩4 동맹 참여를 공식화할 경우 ‘제2의 사드 보복’과 같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제2의 롯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베이징 소식통은 “칩4 동맹이 공식 출범한다면 중국이 미국이나 대만, 일본보다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한국을 보복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정부가 직접 보복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중국은 자국 반도체 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과 SK가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기업 점유율은 1% 안팎에 불과하다. 삼성과 SK의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없으면 중국 휴대폰, 클라우드, 노트북 사업이 연쇄적으로 멈춰 서는 재앙이 도래할 수도 있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9호 (2022.07.27~2022.08.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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