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희망 메신저' 골프계 우영우

노우래 2022. 7. 2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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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ENA 채널에서 방송 중인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명대사다.

자폐성 장애인 변호사인 우영우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라고 소개한다.

박씨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자폐성 장애인에 관심이 높아졌다"며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현실 세계에 잘 적응할 수 있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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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성 발달장애 골퍼 이승민 '장애인 US오픈' 우승 새 역사, '골프 고시' KPGA 정회원 통과 '희망의 아이콘', 마스터스 출전 꿈 '응원받는 이승민의 무한도전'
자폐성 발달장애 골퍼 이승민은 코로나19 시대에 희망의 아이콘이 됐다. 제1회 장애인 US오픈에서 우승한 뒤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제공=USGA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ENA 채널에서 방송 중인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명대사다. 자폐성 장애인 변호사인 우영우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라고 소개한다. 국내에는 없지만 미국에는 헤일리 모스(미국)라는 플로리다 최초의 자폐증 변호사가 있다. 최근 골프계에도 우영우가 등장해 화제다. 자폐성 발달장애를 지니고도 프로 골퍼로 활약하고 있는 이승민(25)이다.

이승민은 지난 22일 제1회 US어댑티브오픈(장애인 US오픈)에서 우승했다. 장애를 딛고 이룬 엄청난 성취다. "너무 기쁘다"는 이승민은 "꿈을 꾸는 것 같다"면서 "라운드 중에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고 여섯 번이나 되뇌었다"고 순박한 미소를 지었다. 이승민은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다. 두 살 무렵 선천적 자폐성 발달장애 진단을 받았다. 지능지수(IQ)는 6~7세 수준인 66이다.

이승민이 골프에 입문한 사연이 재밌다. 어려서부터 냄새만으로 종류를 알아맞힐 정도로 잔디를 좋아했다. 푸른 잔디 위로 하얀 공이 날아가는 것이 신기해 골퍼가 됐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골프를 접했다. 처음엔 낯선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는 걸 두려워했다. 미국 특수학교에서 아이스하키를 시작했지만 비장애인과의 단체활동에서 잦은 부상을 당해 중학교 1학년부터 본격적으로 골프에 전념했다.

골프는 이승민의 인생을 바꿔놨다. 신성고 2학년이던 2014년 한국프로골프(KPGA) 세미 프로 자격을 땄다. 2017년에는 다섯 번의 도전 끝에 코리안투어 정회원이 됐다. 발달장애 선수로는 처음있는 일이다. "꼭 이루고 말겠다"는 집념을 갖고 일반 선수들도 뚫기 힘들다는 ‘골프 고시’를 통과한 것이다. 프로 무대에서도 초청 선수로 출전해 실력을 과시했다. 2018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선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해 189만원이란 값진 상금을 탔다. 올해는 SK텔레콤오픈에서 공동 44위에 올랐다.

실제 자폐성 장애인이 골프를 잘하긴 어렵다. 감각과 운동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손상돼 있기 때문이다. 통합운동능력이 떨어져 걸음걸이나 손동작이 부자연스럽다. 이승민의 어머니 박지애씨는 "배우고 나면 금방 잊어버려 끝없이 반복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승민은 골프를 하면서 사회성이 좋아졌다. 발달장애 등급도 2급에서 3급으로 낮아졌다. 언어 구사와 소통 능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장애는 다를 뿐이다. 있고 없고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다. 사람은 저마다 능력을 갖고 있다. 박씨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자폐성 장애인에 관심이 높아졌다"며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현실 세계에 잘 적응할 수 있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이승민은 이제 새 출발선에 섰다. KPGA 스릭슨투어(2부) 예선에 계속 등판할 계획이다. 또 정규투어 대회도 초청이 오면 언제든지 나설 예정이다.

올 가을에 치르는 코리안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QT)와 아시안(APGA)투어의 문도 두드린다. "나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계속 도전한다"고 했다. 이승민의 마지막 꿈은 ‘명인열전’ 마스터스에 등판해 최종 라운드까지 뛰는 것이다. 달성하기 쉽지 않지만 그 꿈을 응원한다. 국내의 자폐성 장애인은 3만4000명이다. 이승민은 지치고 힘든 코로나19 시대에 "우리는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신저가 됐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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