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타자기] 느리게 바라보고 느끼는 '진짜' 세계여행

김대현 2022. 7. 2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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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의 폭력'은 법이 됐고, 세계의 운명이자 세계의 목적이 돼버렸다." 프랑스 철학자 폴 비릴리오의 문제제기다.

곧바로 적용되는 분야가 '여행'이다.

SNS나 여행 책자에서 전형적으로 소비되는 이미지가 아닌 도시의 진짜 이야기를 경험하란 것이다.

"여행은 목적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에 초점을 둔다", "우리가 세계를 탐험한 방식 중 최소한 한두 가지를 다음 여행에서 적용해보면 좋겠다"고 킨포크 트래블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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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속도의 폭력'은 법이 됐고, 세계의 운명이자 세계의 목적이 돼버렸다." 프랑스 철학자 폴 비릴리오의 문제제기다. 곧바로 적용되는 분야가 '여행'이다.

자동차와 기차, 비행기는 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줬지만, 우리는 '과정'을 잃어버렸다. 어디를 어떻게 지나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탈 것에 오르고 내릴 뿐, 출발과 도착만 남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할 최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 명소 등을 빠르게 많이 방문하는 것이 여행의 최우선 목적이 됐다.

'킨포크 트래블'이 여행의 본질을 되묻는다. '킨포크 테이블'과 '킨포크 가든'에 이어 킨포크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다. 킨포크는 2011년 창간 이후 슬로우 라이프를 세계에 전도 중인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이다. 한국에선 2012년부터 한글 번역판이 출판되고 있다.

킨포크 트래블은 새로운 여행법으로 '천천히 바라보기'와 '느리게 느끼기'를 제시한다. SNS나 여행 책자에서 전형적으로 소비되는 이미지가 아닌 도시의 진짜 이야기를 경험하란 것이다. 고딕과 오스만 양식이 가득한 파리에서 포스트모던 건축물을 짓는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막 이미지가 강렬한 세네갈에서 패션 디자이너의 예술 철학에 귀를 기울여보는 식이다.

킨포크 팀은 그리스와 아이슬란드, 칠레, 아랍에미리트, 뉴질랜드 등 6개 대륙에 걸친 27개 도시를 여행하고, 다양한 현지인들의 시선을 따라 이야기를 전달한다. 빠르게 스쳐 가는 외지인이라면 결코 알 수 없는 경험이다. 널찍한 책 판형이 제공하는 압도적이고 생생한 사진은 여행지에 직접 가보지 못한 독자들의 아쉬움을 달랜다.

킨포크 트래블은 총 3개 장으로 구성됐다. '도시(URBAN)' 장은 익숙한 장소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서점, 건축물, 미술, 패션, 미식 등 특정 콘셉트에 맞춰 한 도시를 탐험하는 방법도 소개된다.

'야생(WILD)' 장에선 자연의 일부인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탐조, 낚시, 하이킹, 사이클 등 야외 활동을 즐기기 좋은 세계 여러 장소를 제시한다.

'교통수단(TRANSIT)' 장은 여행의 일부인 '교통'에 주목한다. 조금은 불편해도 오래 기억에 남는 이동은 그 자체로 여행이 될 수 있다. 각 이동 경로를 한눈에 파악하는 지도, 특정 지역의 여행 팁과 숙박 시설, 식당 정보도 담겼다.

각 장 말미엔 여행에 대한 에세이들이 실렸다. 탄소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여행, 여행지 개선을 목표로 한 재생 여행 등 여행 자체의 윤리적이고 인문적인 고찰을 논의한다. 기내식이 주는 기쁨, 세계적 포토스팟을 대하는 시선 등 여행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흥미로운 키워드가 가득하다.

"여행은 목적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에 초점을 둔다", "우리가 세계를 탐험한 방식 중 최소한 한두 가지를 다음 여행에서 적용해보면 좋겠다"고 킨포크 트래블은 말한다. 어떠한 방식의 여행도 깎아내리지 않는다. 대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여행의 진정한 기쁨을 돌아보게 한다. 이제 함께 떠날 시간이다.

킨포크 트래블 | 존 번스 지음 | 김선희 옮김 | 윌북 | 348쪽 | 3만3000원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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