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말라"는 중위에 계속 '구애 문자' 보낸 병장 벌금형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사적으로 연락하지 말라"는 상관에게 반복해서 '구애성 문자'를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혜림 판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22·남)에게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공군 병장으로 복무 중이던 지난해 7월24일부터 이틀간 부대 생활관에서 12차례에 걸쳐 상관인 B 중위에게 구애성 문자를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어장관리나 그런 거 절대 아닙니다", "저는 아직 포기 안 했습니다"라거나 "사람마다 좋아하게 되는 속도가 다 다르지 않습니까"라고 문자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남자의 마음이 헷갈린다면 이 영상을 보세요'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 링크를 전송하기도 했다.

당시 B 중위는 "사적인 연락을 하지 말라"는 의사를 거듭 밝혔고, 부대 주임원사도 "피해자가 기분이 나쁘면 상관 모욕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A씨에게 설명한 상태였다.

법정에서 A씨와 그 변호인은 "피고인이 한 행위는 공포심을 유발하거나 불안감을 조성할 만큼의 행위가 아니었고, 고의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피고인이 정신 건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이 보낸 문자는 피해자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생각을 전제로 한 내용이었고, 심지어 밤샘 근무 중인 B 중위에게 '당직사관실로 가도 되겠느냐'는 질문도 했다"며 "피고인과 피해자는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피해자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할 정도의 문자를 반복적으로 보낸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종합심리검사 결과 및 피고인의 수사기관 진술 등을 종합하면, 의사결정 능력이 없었다거나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판사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상당한 공포심과 불안감을 느끼게 됐고,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등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