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권성동 실수도 '내부총질'과 다르지 않다

최일권 2022. 7. 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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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총질'하던 당대표의 역경은 7년 전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행로와 공교롭게 닮았다.

이준석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 결정으로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후 전국을 떠돌고 있다.

원내대표 선출 당시 수평적 관계를 약속한 호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권 대행은 지난 4월 여당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직언과 쓴소리를 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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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총질’하던 당대표의 역경은 7년 전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행로와 공교롭게 닮았다. 이준석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 결정으로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후 전국을 떠돌고 있다. 처분 결정에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인 이른바 ‘윤심’이 작용했다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유 전 원내대표는 2015년 정부여당이 사활을 걸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야당이 제시한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받아들인 게 화(禍)의 시작이었다.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시정할 수 있도록 국회법 개정을 공무원연금법과 바꿀 수 있는 카드로 협상테이블에 올렸는데, 유 전 원내대표가 덜컥 합의한 것이다. 곧바로 여권에서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이라며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이 심판해줘야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후 유 전 원내대표는 사퇴했고 20대 총선에서 공천을 끝내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하는 등 정치적 고난의 길로 들어섰다. ‘배신의 정치’와 ‘내부총질’은 최고권력의 눈밖에 나면 아무리 여당 지도부라고 해도 무사하지 못하다는 교훈 같은 표현이 됐다.

부정평가 쌓일수록 최고권력도 민심 못이겨

최근 여권을 뒤숭숭하게 만든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텔레그램에서 주고받은 대화에서 ‘내부총질’ 보다 눈길이 더 갔던 대목은 따로 있었다. 권 대행은 대화에서 "우리 당도 잘한다"는 윤 대통령의 격려에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화답했다. 원내대표 선출 당시 수평적 관계를 약속한 호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권 대행은 지난 4월 여당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직언과 쓴소리를 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는 "수직적 당청 관계의 폐해가 당과 국민의 앞날에 암적인 존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수차례 되뇌였다. 하지만 이번 ‘사적 대화’에서 드러난 둘의 정치적 관계는 과거 수직적인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권 대행은 최고권력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다. 대신 잦은 실수로 결과적으로 대통령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을 종종 연출했다. 이번 대화 노출까지 취임 100일 남짓 기간 동안 세차례 고개를 숙였다.

여권 반응은 심상찮다. 청년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물론이고 "속좁은 지도자 이미지를 만들어버렸다"며 "대놓고 해명하기도 어렵게 만들었다"는 원망과 "윤 대통령에게 부담을 안기고 누를 끼친 함량미달"이라는 거친 속내도 등장했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권 대행을 두둔하면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표현을 썼다. 이번에 실수했으니 다음엔 잘할 것이라는 해석이지만, 대화 노출에 대해선 ‘실패’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사적 대화에서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고 했다. 이 대표나 과거 유 전 원내대표 때와 달리 당장 권 대행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은 적어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부정적인 평가가 늘어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최고권력’ 윤심이라도 민심을 이길 순 없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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