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안전망 고민해야" 대학가 성범죄 적신호..해결책은
엄중 처벌·인식 개선 필요하다는 지적도
[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대학가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최근 발생한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출입 보안 관리, 야간 순찰 등 안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필요한 징계 조치를 비롯한 실질적인 안전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옆 칸에 있는 동급생을 불법 촬영한 연세대학생 A씨(21)가 구속기소됐다. A씨는 지난 4일 오후 6시50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의대 도서관 앞 여자 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옆 칸에 있는 동급생을 불법으로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화장실에 숨어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착각해서 잘못 들어갔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휴대전화 포렌식을 진행한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7일 A씨의 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4월에도 경기도 양주시 소재 대학 내 체육관 여자 탈의실에서 불법 촬영을 한 B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지난 4월1일 오후 3시께 양주지역 소재 내 대학 체육관 여자 탈의실에서 사물함에 휴대전화를 설치한 뒤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대학가 성범죄에 대한 논의가 집중되기 시작한 건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이 발생하고부터다. 지난 15일에는 인천 인하대 캠퍼스 내 5층 건물의 3층에서 인하대 1학년 C씨가 동급생을 성폭행하다 추락해 숨지게 했다. 휴대전화 등을 버리고 달아나 은신하다 검거된 C씨에 경찰은 준강간치사 및 성폭력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교육부는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출입 보안 관리, 야간 순찰 등 안전 관리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대책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지난 2019년 대학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에 다르면 지난 2016~2018년 3년간 대학에서 접수된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은 모두 1164건에 달한다. 추이를 보면 △2016년 245건 △2017년 368건 △2018년 551건으로 지속해서 증가했다.
인하대는 성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 2020년 662만원에서 올해 1120만원까지 예산을 올려왔음에도 이 같은 범죄가 발생해 가해자에 대한 엄벌과 근본적인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KBS 심야토론에 출연한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 다녀오겠다'라고 말했을 때는 그 학교가 집만큼 안전하기 때문"이라며 "우리 사회적 안전망을 어떻게 더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함께 일상에서의 인식개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따른다. 지난 2020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성폭력 예방 교육을 수강한 공공기관 종사자 2007명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 수준을 조사한 결과 20대 남성의 경우 다른 세대 남성에 비해 성인지 감수성이 낮게 나타났다. 조사에서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사람과 성관계하는 것은 성범죄다'라는 항목에 대해 여성 96.1%, 남성 94.1%가 동의한다고 밝혔지만, 20대만 보면 여성은 99.1%, 남성은 86.8%로 전 세대 남성 중 가장 낮았다.
뿐만 아니라 '남녀가 키스와 애무를 한 것은 성관계에 동의한 것이다'라는 문항에도 20대 남성의 52.7%가 동의했으며, 여성은 19.4%였다. '늦은 밤 여성이 남성을 집에 들어오게 한 것은 성관계에 동의한 것이다'는 항목에도 남성의 27.4%, 여성의 9.3%가 동의했다.
전문가는 피해자 중심의 대책 마련 등 성범죄를 막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6일 논평에서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에 기반을 둔 여성폭력 사건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며 "학교를 비롯한 공동체는 성평등한 관점의 내부규정 마련, 절차에 따른 신속한 사건처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는 여성폭력 및 살해 통계 시스템 구축과 예외 없는 가해자 처벌, 빈틈없는 피해자 지원, 2차 피해 방지 체계 구축 및 인식 개선 등 등으로 묵인하지 않음을 명확히 하라"고 강조했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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