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채굴에 38일 돌린 선풍기, 건물 태웠다..배상책임 누구 [그법알]

김수민 2022. 7.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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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법알 사건번호 64] 산지 2달 만에 불난 선풍기, 건물 태웠다

2021년 10월 3일 인천의 한 전자회사에서는 화재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A씨가 산 지 두달도 안되는 공업용 선풍기가 화근이었습니다.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 본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선풍기가 낸 불로 집기와 재고는 물론 건물도 일부 탔고, 소방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화재 원인으로 ‘선풍기’를 지목했습니다. 두 기관 모두 ‘선풍기의 모터 연결 전선 부위에서 과부하 등의 전기적인 원인으로 단락불꽃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낸 것입니다.

보험회사는 A씨에게 2021년 12월 2일 손해보상금 가지급금으로 5000만원을 지급했습니다. 대신 보험회사는 선풍기 제조 판매회사를 상대로 제조물책임 등을 주장하며 구상금을 청구했습니다.


여기서 질문


새로 산 선풍기가 약 한 두달만에 모터 과부하로 불이 났습니다. 제조사의 배상 책임이 있을까요?

관련 판례는


제조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경우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제품의 생산과정은 전문가인 제조업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이지, 일반인들이 제품에 어떠한 결함이 존재하는지, 그 결함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를 과학적‧기술적으로 따지기는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 대법원은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제조업체의 제조물책임과 일반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이 입증됐는지도 판단합니다.


법원 판단은


이 사건에서 구상금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앞서 대법원이 언급한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A씨 등이 선풍기를 구매하고 나서 화재 사고가 난 38일 동안 불이 난 인천의 전자회사에서 비트코인 채굴기와 선풍기를 24시간 가동한 사실이 인정됐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는 선풍기가 과열될 가능성이 있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로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정상적인 사용상태를 전제로 한 보험회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했습니다.

[뉴스1]


또 재판부는 “선풍기가 그 제품의 구조·품질·성능 등에 있어서 그 유통 당시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이 사건 선풍기는 제출된 증거들에 비춰봤을 때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최성수 부장판사는 선풍기 제조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해 구상금 청구를 기각했다고 29일 밝혔습니다.

■ 그법알

「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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